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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ㆍ블루투스ㆍ모터… 레고처럼 조립하는 나만의 IoT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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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ㆍ블루투스ㆍ모터… 레고처럼 조립하는 나만의 IoT 로봇

입력
2017.0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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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 편히 등을 맞대고 나면 조명을 끄기 위해 다시 일어나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밖에서도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조명을 켜고 끌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잠이 쏟아지는 상태에선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를 작동하는 것조차 번거롭다. 이 단순한 기능을 위해 매달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아까운 일이다. 이 때 드는 생각, ‘누워서 손뼉만 쳐도 불을 끌 수는 없을까?’

문제는 이런 제품은 사고 싶어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그렇다고 직접 만들 엄두도 나지 않는다. 신생혁신기업(스타트업) ‘럭스로보’는 누구라도 아이디어만 갖고 있다면 머리 속 생각을 실제 기기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자체 개발한 부품형(모듈형) 전자기기 ‘모디’를 통해서다. 모디는 전원 단추(버튼), 마이크, 블루투스, 모터 등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100원짜리 동전 크기 만한 모듈 10여개가 한 세트로 구성된 제품이다. 이 중 필요한 모듈만 골라 조립형 장난감(레고)처럼 합치기만 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박수를 쳐서 전등을 작동하고 싶다면 모터 모듈을 전등 스위치에 부착하고, 마이크 모듈을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박수 소리가 날 때마다 모터가 돌아가 전등 스위치를 눌러 켜지고 꺼진다. 마이크 모듈 대신 네트워크 모듈을 더해 스마트폰과도 연동할 수 있다.

모터 모듈을 전등 스위치에 부착하고 마이크 모듈을 연결하면 손뼉을 치는 것만으로 전등을 켜고 끌 수 있다. 럭스로보 제공
모터 모듈을 전등 스위치에 부착하고 마이크 모듈을 연결하면 손뼉을 치는 것만으로 전등을 켜고 끌 수 있다. 럭스로보 제공
모터 모듈, 네트워크 모듈 등을 사료통에 붙여 스마트폰과 연동해 두면 언제 어디서든 사료통을 열어 반려동물에 먹이를 줄 수 있다. 럭스로보 제공
모터 모듈, 네트워크 모듈 등을 사료통에 붙여 스마트폰과 연동해 두면 언제 어디서든 사료통을 열어 반려동물에 먹이를 줄 수 있다. 럭스로보 제공

김석중(25) 럭스로보 제품기획 담당 이사는 “코딩(컴퓨터 언어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커녕 기기를 다루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저희 어머니도 원하는 기능의 로봇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럭스로보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럭스로보는 ‘코딩 장벽’을 없애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박수로 전등을 켜고 끄는 기기의 경우 모터와 마이크 모듈에 ‘박수 소리가 나면 스위치를 작동시킨다’는 주문을 입력해야 하는데, 모디는 복잡한 컴퓨터 언어를 익히지 않아도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이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 같은 반짝이는 아이디어 덕에 럭스로보는 아직 모디가 정시 출시 않았는데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신생 회사로는 이례적으로 한화인베스트먼트ㆍ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1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10월 미국 투자중개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9만달러 규모의 선주문도 받았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도 참가, 세계 각국에서 모인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들에게 럭스로보를 알렸다.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스타트업 럭스로보의 오상훈(오른쪽 두번째) 대표가 방문객들에게 조립형 전자기기 '모디'를 소개하고 있다. 럭스로보 제공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스타트업 럭스로보의 오상훈(오른쪽 두번째) 대표가 방문객들에게 조립형 전자기기 '모디'를 소개하고 있다. 럭스로보 제공

하지만 럭스로보도 처음부터 빛을 본 것은 아니다. 럭스로보는 어릴 때부터 로봇에 푹 빠져 대학에서도 로봇학(광운대)을 전공한 오상훈(25) 대표가 대학생이던 2014년 친구 3명과 창업했다. 분해와 조립엔 자신 있었던 만큼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일단 만들어 보고 수익성도 검토했다. 이런 과정에서 집 안 모든 가전의 전원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플러그를 개발해 실제 시판까지 추진했다. 그러나 공교롭게 중국 샤오미가 같은 기능의 제품을 내놓았고, 로보틱스는 결국 출시 계획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김 이사는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 찾기 힘든 제품이어서 기대감이 높았다”며 “단순 성능만 비교했을 때는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지만 샤오미의 저렴한 가격대(1만원대)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야심차게 추진하던 일이 좌초하자 로보틱스는 ‘수익을 좇기보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 평소 ‘로봇 사랑’이 남달랐던 이들은 팔과 다리, 바퀴 등을 자유자재로 조립해 원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오랜 바람이었다. 모디는 이런 조립형 로봇의 가장 기본적 형태로, 앞으로 모듈을 다양화하고 고도화해 인간 모양의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계획이다.

럭스로보는 오는 4월 모디를 정식 출시한다. 첫 출시국은 우리나라가 아닌 영국이다. 영국 최대 교육용 자재 납품회사인 ‘테크놀로지 서플라이스’와 모디 납품 계약을 맺었다. 영국은 코딩 교육이 가장 발달한 국가 중 하나로, 모디는 올해부터 영국 공립학교 1,000여곳에 공급돼 학생들이 기본적인 코딩을 익히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이후 다른 유럽 국가와 미국 등 코딩 교육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일반 소비자용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모듈 한 개당 가격이 10~30달러여서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 대표는 “머지 않아 로봇이 대중화하면 이용자가 직접 만드는 ‘로봇 DIY(Do It Yourself)’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며 “누구라도 쉽게 사물인터넷과 로봇을 배우고 즐기고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럭스로보의 모듈형 전자기기 조립 제품 모디. 모디는 전원 단추, 마이크, 블루투스, 모터 등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100원짜리 동전 크기 만한 모듈 10여개가 한 세트로 구성됐다. 럭스로보 제공
럭스로보의 모듈형 전자기기 조립 제품 모디. 모디는 전원 단추, 마이크, 블루투스, 모터 등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100원짜리 동전 크기 만한 모듈 10여개가 한 세트로 구성됐다. 럭스로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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