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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국민의당의 방향착오

입력
2017.06.1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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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한 자리 수, 창당 이후 최대 위기

강경화 낙마 매달려서는 위기 못 벗어나

개혁적 중도 정체성으로 돌파구 찾아야

국민의당 김동철(가운데)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당 김동철(가운데)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김태일 영남대 교수를 개인적으로는 알지 못하지만 그가 한 라디오방송 시사 대담프로에 고정 출연해 하는 얘기를 종종 듣다가 팬이 됐다. 진보 색채가 뚜렷하면서도 사리에 맞는 논지를 펼치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런 그가 국민의당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다는 뉴스에 처음엔 다소 의아했다. 대선패배 후 보수화 경향이 뚜렷한 국민의당에 어울리지 않아 보여서다.

하지만 수락의 변을 듣고 보니 금방 이해됐다. 그는 “다당 체제의 실현이 역사적 진보라고 생각한다”며 “혁신위원장을 맡아서 국민이 만들어준 다당 체제를 잘 키워 뿌리 내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당 체제가 정치발전이라는 데는 나도 생각이 같다. 지난해 4ㆍ13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양당 기득체제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에게 제3의 선택지가 되었고, 그 결과가 여소야대 3당체제 출현이었다. 최순실ㆍ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슈화해 탄핵으로 연결하고, 마침내 5ㆍ9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기까지 바른정당이 가세한 다당 체제의 역동성이 큰 역할을 했다. 이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의당에 크게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당제 체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8%였다. 대선 패배 후 계속 내리막이다. 11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정기조사에서는 정의당(7.7%)보다 뒤진 6.7%에 머물렀다. 최대 지지기반이었던 광주ㆍ전남북에서도 민주당과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이다.

지금 국민의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김 혁신의원장 말대로 “간절한 자기성찰”이다. 하지만 일반국민의 눈엔 대선패배 후 진솔한 자기성찰 대신 지지율 고공행진 중인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시기와 발목잡기에 급급 하는 것으로 비친다. 지난 주말 광주에 거주하는 친지에게 요즘 국민의당에 대해 지역 분위기를 물었더니 “일부 이해해주는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자기들 살려고 발목 잡는 것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라고 전했다.

유독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낙마에 매달리는 모습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위장전입 등 도덕적 결함과 함께 외교안보적으로 중차대한 시기를 감당할 외교 수장으로서 업무 능력을 문제 삼는다. 하지만 유엔 다자외교무대에서 그가 거둔 성취와 검증된 업무능력을 애써 외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KBS의 2014년 신년기획 ‘글로벌 리더의 선택’ 시리즈 제2편에는 유엔인도지원조정국 사무차장보 시절 등의 강 후보자 리더십과 활약상이 잘 그려져 있다. 전직 외교부장관 10명의 성명 등 사회각계의 지지가 잇따르고 있기도 하다.

국민의당은 강 후보자가 한미관계 등 4강 외교와 북핵 외교 경험이 없는 여성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청문회에서 북핵방어 군사적 수단에 대한 질문에 강 후보자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점을 부각시키지만 외교부장관 후보자에게 적절한 질문이었는지 의문이다. 민감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 사이다 답변을 요구한다면 잘못이다. 장관 후보자 1명이라도 낙마시켜야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여성인 강 후보자를 가장 약한 고리로 보고 표적을 삼는다면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그 동안 자기들의 정체성을 ‘개혁적 중도’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요즘 국민의당의 모습은 그와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인다. 여당의 2중대로 비치지 않기 위해 비판의 날을 세운다지만 오히려 ‘자유한국당 2중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을 걱정해야 할 것 같다. 11일 프랑스 총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가 압승을 거둔 것을 보고 가장 부러워할 사람은 안철수 전 후보가 아닐까 싶다. 새정치를 추구하던 그와 국민의당에도 한 때 그런 장한 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당처럼 한다면 그런 꿈은 결코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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