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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금 없애고 장례비 2배로…장기기증 해법 궁여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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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금 없애고 장례비 2배로…장기기증 해법 궁여지책

입력
2017.02.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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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적 보상 생명윤리 반해”

유족 위로금 13년 만에 폐지

대기자에 한참 못미치는 기증

“더욱 줄어들라”현실적 고충에

장례지원비 360만원으로 올려

“논란 비껴가려는 편법”지적

장기를 기증한 뇌사 판정자의 유가족에게 정부가 돈을 주는 것은 장기매매처럼 생명윤리에 어긋나는 일일까. 금전적 보상을 없앴다가 장기 기증이 급감한다면 이식 수술을 애타게 기다리는 생명을 저버리는 일 아닐까. 장기기증 활성화와 생명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던 정부가 장고 끝에 궁여지책을 내놨다.

1일 보건복지부는 그간 장기(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등)나 인체조직(뼈, 연골, 근막, 피부 등)을 기증한 뇌사 판정자의 유가족들에게 지급하던 위로금을 이날부터 폐지한다고 밝혔다. 2004년 위로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이후 13년 만이다. 지금까지 복지부는 정부 예산으로 유가족들에게 위로금 180만원,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한 유가족에게는 추가로 180만원을 지급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런 지원이 없어진다. 대신 장제비(장례지원비)를 현행(180만원)보다 두 배 인상(360만원)했고, 진료비(최대 180만원)는 그대로 유지했다. 장기기증만 하는 유가족이라면 지원금 총액이 540만원으로 변함이 없는 셈이다.

복지부는 “기증자에게 지급되는 위로금이 2008년 세계이식학회의 이스탄불선언의 금전적 보상 금지원칙에 위배되고,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라고 위로금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세계이식학회는 장기 기증에 따른 금전적 보상이 생명윤리에 반하는 장기매매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며 각국 정부에 금전적 보상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의 대한이식학회 역시 지난해 5월 ‘정부 위로금 등이 금전적 대가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성명서를 내놨다. 특히 위로금은 장기 이식에 결과적으로 실패할 경우엔 지급되지 않아 금전적 대가의 성격이 짙다는 비판이 집중됐다.

위로금은 없어졌지만 장제비가 늘어나면서 장기매매 논란을 비껴가기 위한 편법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대청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선진국처럼 금전이 아닌 다른 지원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선진국 중에서는 장기 기증에 금전적 보상을 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복지부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유가족 심리 치료 지원 등만 제공하고 있고, 중국마저도 지난해 세계이식학회에서 금전 지원 폐지를 선언했다.

장제비 인상이라는 편법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위로금 폐지에 따른 갑작스런 기증 건수 감소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장기 기증 건수가 가뜩이나 부족한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장기 이식 수술을 기다리는 대기자 수는 3만974명에 달하지만, 실제 이식이 이뤄진 건수는 지난해 연간 4,480건에 불과했다. 한국의 뇌사 기증자 수는 지난해 인구 100만명당 11.18명으로 스페인(39.7명ㆍ이하 2015년 기준)이나 미국(28.5명), 영국(20.2명) 등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는 금전적 보상을 없애는 게 옳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금전적 보상은 자칫 국가가 장기매매를 대행하는 결과가 될 수 있고, 저소득층 유가족일수록 뇌사 장기기증을 결정하는 사례가 많다는 연구 결과도 무시할 수 없는 탓이다. 하종원 한국장기기증원 이사장(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은 “추모공원 설립 등을 통해 명예로 보상해주는 방향으로 지원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이날 “장기적으로는 금전적 보상을 폐지하고 기증자 예우 사업 등 새로운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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