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16 18:57

[사설] 미국 비핵화 압박에 “북미 정상회담 재고” 위협한 북한

등록 : 2018.05.16 18:57

北, 고위급회담 취소는 판문점선언 위반

美, 필요 이상의 북한 자극은 자제해야

정부, 남북정상 핫라인통화 등 중재 긴요

북한이 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이어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백지화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에서 제기된 고강도 압박을 견제하면서 협상 주도권을 잡으려는 신경전 성격이 강해 보이나 살얼음판 같은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북한은 위협적인 돌발 행동이 판문점 선언에 위배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미국도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함으로써 기념비적인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성과 도출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한미 공군의 ‘맥스선더’ 연합공중훈련을 문제 삼아 고위급 회담을 취소했지만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의 이 훈련은 이미 11일부터 시작됐고, 그 이후 고위급회담 일정을 조율할 때도 북한이 이를 문제 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던 북한이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10시간 앞두고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하는 것이야말로 민족적 화해와 평화 번영을 약속한 판문점선언의 취지를 위반하는 행위다. 이로써 5월 중 개최키로 한 장성급 회담, 8ㆍ15 이산가족 상봉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고위급 회담 취소가 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제동장치라면 ‘북미 정상회담 재고’ 위협은 미국을 상대로 던진 견제구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에서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콕 짚어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선(先) 핵포기'에 방점을 둔 리비아 방식과 영구적인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기싸움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보이긴 하지만 벼랑끝 전술로 판이 깨지는 상황만큼은 없어야 한다.

미국도 무리하고 과도한 요구나 주장으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다롄 북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영구적 핵폐기(PVID)’ 요구에 대해 “미국이 승전국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고 한다. 북한 핵무기를 미국 본토로 반출해야 한다는 볼턴 보좌관의 요구나 북한의 핵ㆍ미사일 기술인력을 미국으로 이주시켜야 한다는 주장 등은, 그것이 북한의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전략 차원의 발언이라 해도, 한반도 해빙 무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미간 신경전 격화로 중재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의 역할과 부담은 더 막중해졌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핫라인을 즉시 가동해 김 위원장과 대화를 해야 한다. 어렵게 만든 대화 국면인 만큼 이번에도 주도적으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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