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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을 흥행배우로 만든 인생작 4

입력
2017.04.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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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보영은 SBS ‘귓속말’에서 거친 여형사로 변신했다. SBS 방송화면 캡처
배우 이보영은 SBS ‘귓속말’에서 거친 여형사로 변신했다. SBS 방송화면 캡처

“입 닫아!”

단 한마디를 내뱉어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가녀린 체구에서 성인 남자 못지않은 싸움 기술이 튀어나온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집념 하나로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궁지에 몰아넣고 협박하는 대담함까지 갖췄다. 여형사 신영주(이보영)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거대 권력에 대항하는 신영주의 고군분투가 처절하다.

SBS 드라마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두 남녀가 돈과 권력의 거대한 패륜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내용의 서스펜스 멜로드라마다. 4일 방송이 시청률 1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같은 시간대 1위를 달성했다. 그동안 장르물에 강세를 보였던 이보영이 다시 한번 스타파워를 입증한 셈이다.

2000년 미스코리아 대전 충남 진(眞)에 선발돼 연예계에 진출한 이보영은 MBC ‘논스톱’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뛰어난 미모로 출연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SBS ‘백수탈출’로 정식 데뷔해 조연을 거쳐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SBS ‘신의 선물-14일’(2014) 등 장르물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보영을 안방극장의 ‘믿고 보는 배우’로 만든 작품들을 돌아봤다.

1. KBS1 ‘어여쁜 당신’(2005)

배우 이보영은 KBS1 ‘어여쁜 당신’에서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 KBS1 제공
배우 이보영은 KBS1 ‘어여쁜 당신’에서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 KBS1 제공

이보영의 첫 주연작이다. 불임으로 이혼을 맞게 되는 불운의 북 디자이너 유인영 역을 맡았다. 유인영은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김기준(김승수)과 사랑에 빠져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다. 그러나 고부 갈등을 이기지 못해 이혼하고 다른 사람과 재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 ‘어여쁜 당신’은 시청률 면에서 MBC ‘굳세어라 금순아’에 밀렸지만, 임신과 불임의 과정이 그려지면서 탄력을 받아 20%가 넘는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극 중 유인영은 사랑스러운 아내이자 현명한 며느리의 표본이었다. 이보영의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외모와 어울려 더욱 인물의 매력이 살았다. 이후 이보영은 SBS ‘서동요’에서 선화공주로 열연해 지적이고 차분한 이미지를 굳히게 된다. 그는 ‘어여쁜 당신’으로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주연급 배우로 눈도장을 찍었다.

2. KBS2 ‘내 딸 서영이’(2012)

KBS2 ‘내 딸 서영이’는 자체 최고 시청률 47.6%(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거듭났다. KBS2 방송화면 캡처
KBS2 ‘내 딸 서영이’는 자체 최고 시청률 47.6%(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거듭났다. KBS2 방송화면 캡처

어렸을 때부터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수재 이서영(이보영)은 끔찍한 가난을 겪게 한 아버지를 미워한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의대를 포기하고 동생 뒷바라지를 하며 돈을 버는 그는 대기업 위너스 사장인 강우재(이상윤)을 만나 사랑을 이루면서 아버지를 용서하는 법에 대해 배운다. 강우재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거짓말한 이서영은 극 후반부 뒤늦게 이를 후회하고 아픈 아버지를 보며 “나 우재씨한테 아버지 제사상까지 차리게 했다. 아버지 돌아가시면 내 책임”라며 오열한다.

극 중 이서영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아버지를 버린 패륜아로 울고 웃는 감정의 소모가 많은 인물이다. ‘막장’ 요소가 입혀지면서 자칫 설득력을 잃을 수도 있었으나, 이보영은 인물이 겪었을 고통을 섬세하게 표현해 시청자의 동정심을 샀다. 3년 만에 마주친 아버지를 말없이 바라보는 모습이나 시어머니에게 거짓말을 들킨 후 용서를 구하는 섬세한 연기는 시청자의 몰입을 끌어냈다.

한없이 이서영만 바라보는 강우재역으로 ‘국민 남편’ 타이틀을 얻은 이상윤과의 연기 호흡도 좋았다. ‘내 딸 서영이’는 ‘막장’ 논란에도 자체 최고 시청률 47.6%를 기록했다. 이후 두 사람은 SBS ‘거짓말’에서 6년 만에 다시 커플로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됐다.

3.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배우 이보영은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배우 이종석과 연상연하 커플을 연기했다. SBS 방송화면 캡처
배우 이보영은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배우 이종석과 연상연하 커플을 연기했다. SBS 방송화면 캡처

까칠하고 속물인 국선전담변호사 장혜성(이보영)과 사람의 마음을 읽는 신비의 초능력 소년 박수하(이종석)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법정 드라마다. 이보영이 판타지, 로맨스, 스릴러가 가미된 복합 장르물에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극 중 장혜성은 도도하면서도 어딘가 어설픈 매력이 공존하는 변호사였다. 치열한 법적 공방과 법률 용어들을 소화할 때는 지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박수하와의 로맨스에서는 사랑스러운 연상녀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판타지적 설정이 가미된 스릴러라 시청자가 보기 불편하지 않도록 과한 표현을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이보영은 2013년 열린 ‘너의 목소리가 들려’ 제작발표회에서 “복합장르라 설득력이 떨어질까봐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실생활처럼 보이기 위해 힘을 빼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 해 이보영은 ‘SBS 연기대상’에서 10대 스타상, 프로듀서상에 이어 대상을 받았다.

4. SBS ‘신의 선물-14일’(2014)

이보영은 SBS '신의 선물-14일'에서 납치범에 아이를 잃은 엄마로 풍부한 감정 연기를 펼쳤다. SBS 방송화면 캡처
이보영은 SBS '신의 선물-14일'에서 납치범에 아이를 잃은 엄마로 풍부한 감정 연기를 펼쳤다. SBS 방송화면 캡처

‘신의 선물-14일’(‘신의 선물’)은 납치범에 딸을 유괴 당한 이수현(이보영)이 아이를 되살리기 위해 14일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방영 초부터 이보영의 절절한 눈물 연기가 빛을 발한 작품이다. 그는 납치범에게 방송을 통해 “제발 때리거나 아프게 하지 마라. 우리 애 너무 착한 아이다”라고 호소하는 눈물 연기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신의 선물’은 긴장감 있는 추리 과정, 반전 엔딩으로 잘 만든 장르물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과거 충무로에서도 많이 다뤘던 유괴 소재로 진부하다는 인상을 남겨 많은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이보영은 드라마가 끝난 후 방영된 ‘신의 선물 그 이후’에서 “드라마 흥행여부를 생각했다면 이 드라마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잘 만든 장르물에 출연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신의 선물’은 올해 해외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재평가됐다. 미국 방송사 ABC가 ‘신의 선물’의 리메이크작인 ‘썸웨어 비트윈’을 10부작 시리즈로 제작해 오는 6월부터 방영하기로 한 것. 한국 드라마가 미국 리메이크작으로 진출하는 건 처음으로 한국 드라마의 상품성을 입증한 좋은 사례로 남았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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