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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총장 “혁신 없는 대학은 과거 유적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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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총장 “혁신 없는 대학은 과거 유적이 될 것”

입력
2016.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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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30주년 혁신안 화제

기업이 원하는 산학 일체 교수

전임교수의 30% 채우기로

내년부터 신입생 無학과 선발

포항공과대학 김도연 총장이 개교 30주년을 맞아 혁신안을 설명하고 있다. 포항공대 제공.
포항공과대학 김도연 총장이 개교 30주년을 맞아 혁신안을 설명하고 있다. 포항공대 제공.

“혁신하지 않으면 지금의 대학은 과거의 유적이 될 것입니다.”

포항공대 개교 30주년을 맞아 김도연(64) 총장이 내놓은 혁신안이 화제다. 지난달 31일로 포항공대 총장 취임 1주년을 맞은 그는 “미래를 선도할 경쟁력 있는 인재 육성에 대학과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전임교수 272명의 30%인 150명을 기업체가 원하는 ‘산학 일체 교수’로 임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교수 사회의 고질적인 학벌ㆍ순혈주의를 깨고 학생들이 기업 출신 교수를 통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을 바로 습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수 인건비도 학교와 기업이 절반씩 부담한다.

김 총장은 “졸업 후 산업 현장에 투입돼 바로 일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기업들이 신입사원 교육에 또다시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면서 “이 같은 사회적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 단계부터 기업이 나서 인재육성을 함께 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혁신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부교수 자리에는 4년, 교수가 되려면 5년간 각각 기다려야 하는 교원 승진의 최소 근무연한도 폐지했다. 다양한 업적 평가를 통해 뛰어난 실적을 나타내면 언제든 정교수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신입생 320명 전원을 ‘무(無)학과 선발’하겠다는 방침도 내놔 눈길을 끌었다. 11개 전 학과의 칸막이를 없애면 교수들은 전공 이기주의를 버리게 되고 학생들은 1년 간 여러 학과를 두루 맛본 뒤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포항공대는 이미 올해 이 같은 방식으로 70명을 뽑았다.

포항공대는 또 동계 방학을 줄이는 대신 올 여름부터 하계 방학을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렸다. 재학생들이 방학 때 주로 경험하는 인턴생활이나 자원봉사, 창업준비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충분히 누려볼 수 있도록 학사 일정을 바꾼 것이다. 학교는 방학에 앞서 170개의 기업ㆍ연구소와 연계한 인턴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교수들에게도 방학 동안 산업체와 연구기관, 국내외 대학에서 연구, 교육, 창업 등의 활동을 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김도연 총장의 대학 혁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을 맡았을 때는 국내 대학 최초로 학장 공개 채용을 도입해 주목 받았다. 당시 그는 내부 직선제가 “폐쇄성과 비효율성 때문에 대학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하며 과감히 외부 공개 간선제를 추진했다. 학교 안에서 다소간 마찰이 있었지만 오랜 시간 교수들을 설득한 끝에 제도를 도입했고, 이후 전국 대학들이 줄줄이 같은 방식을 따르면서 교수사회를 개혁했다는 호평까지 얻었다.

또 2009년 울산대 총장 시절에는 전국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강의 공개’를 시도해 반향을 일으켰다. 강의를 누구나 볼 수 있게 되자 교수들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 ‘수업에 쓰이는 자료 저작권 문제 등으로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는 등 반발이 거셌지만 직장인에 가정주부들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댓글을 쏟아내자 수업에 임하는 교수들의 자세도 달라졌다. 대학 강의의 질적 혁신을 꾀했던 그의 계획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포항공대는 이미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교육부 온라인강좌 K-무크에 강의를 올려 수강 시 2학점을 인정해주고 있다. 김 총장은 여기에 미 스탠포드대가 세계 121개 유명 대학 강좌를 엄선해 제공하는 사이트인 ‘코세라(Coursera)’에도 포항공대 수업을 올릴 계획이다.

그는 “몇 만 명이 들을 수도 있는 강의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교수는 어디에도 없다”며 “과학에 관심이 많은 일반이나 청소년들도 강의를 들을 수 있어 과학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포항공대의 이번 혁신안은 김 총장이 이전부터 줄곧 주장해 온 대학 개혁 방안을 실행으로 옮기는 작업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지식의 저장고 역할은 이미 많은 부분이 책에서 인터넷으로 옮겨 가 앞으로 대학들이 지금과 같은 역할과 기능을 유지하긴 힘들다”며 “오늘의 대학 캠퍼스는 조만간 모두 과거의 유적이 될지도 모르며 대학은 마땅히 근본적인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내 건 개혁은 비단 강의 수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포항공대의 이번 혁신안은 ‘지덕체’를 고루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김 총장은 대학생들이 공부뿐만 아니라 대학생활에서 다양한 경험을 얻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희망으로 그는 올 초 포항공대 사상 처음으로 조정팀을 만들었고 독서 모임 프로그램인 ‘책 읽는 포스테키안(포항공대생들)’을 장려하고 있다.

김 총장은 “예나 지금이나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류가 살아오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앞으로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전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어디에서도 적응할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라며 “포항공대 학생들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미래 인재로 탄생해 대학과 기업, 나아가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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