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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이 믿는 것? 구글링이 믿음 된 기술중독시대

입력
2016.07.0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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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인터넷

마이클 린치 지음ㆍ이충호 옮김

사회평론 발행ㆍ304쪽ㆍ1만5,000원

‘인간 인터넷’이라니, 이 책은 제목만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추측하기 힘들다. 부제인 “사물 인터넷을 넘어 인간 인터넷의 시대로”를 읽고 나면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혹은 그 이후에 등장할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관한 책인가 보다 하고 오해할 수도 있다. 코네티컷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구글 검색과 소셜미디어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어려운 현 시대에 자신의 전공인 철학적 ‘인식론’을 무기로 우리의 인식과 지각, 경험과 이해, 수용과 비판, 정보 네트워크, 프라이버시, 투명성, 권력, 지식불평등, 지적 자율성 등의 주제를 속속들이 파헤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책 앞부분에 잘 드러나 있다.

"내 가설에 따르면, 정보기술은 한편으로는 우리의 지식 습득 능력을 확대하지만, 사실은 더 복잡한 다른 방식의 지식 습득 능력을 방해한다. 즉, (1)자신의 믿음에 책임을 지고 (2)정보들이 서로 어떻게 들어맞는지 창조적으로 파악하고 사유하는 노력이 필요한 지식 습득을 방해한다.” 이 결과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 빚어진다. “한 때 우리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구글링이 믿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사실 때문에 사람들이 버락 오바마가 이슬람 교도라거나 홍역 백신이 위험하다는 말을 쉽게 믿는 측면도 있다.”

저자는 초소형화된 스마트폰이 사람의 뇌와 직접 연결된 사회를 상상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쿵푸의 고수나 이세돌과 같은 바둑 명인의 두뇌 활동 패턴을 우리 뇌로 직접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될까? 저자는 수동적으로 얻어지는 지식(구글노잉)과 지식 습득의 한 종류로서의 ‘이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런 기술을 배우려면 우리 머리 밖에 있는 세계와 상호작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체험과 경험 속에서 이해에 이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창조적 행동이며 주체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없이 지식 습득은 가능해도 이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물 인터넷이 감시국가를 강화하고 확대하는 데 완벽한 조건을 만든다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사물 인터넷 세계에서는 자동차와 난방 장치, 냉장고, 피트니스 앱, 신용카드, 텔레비전, 블라인드, 저울, 약, 카메라, 심박계, 전동 칫솔, 세탁기가 연속적인 데이터 흐름을 만들어내는데, 이 데이터는 대체로 당사자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머물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는 사람이나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손에 넣으려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수 할펀(Sue Halpern)의 말을 인용하며 프라이버시 상실과 이로 인해 빚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이유를 깨우쳐준다.

또 많은 정보에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의성에 취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지 말라는 것, 깊은 사고를 통해 자신이 지지할 수 있는 원칙들로부터 나오는,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근거를 바탕으로 자기 생각에 자율성을 갖기 위해 노력할 것 등을 권고한다. 이 책이 인터넷 검색과 소셜미디어 등의 기술 중독증을 치유해줄 해독제가 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Yes’다.

이형열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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