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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이 공항 휘젓고 다녔다” 터키 전역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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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이 공항 휘젓고 다녔다” 터키 전역 패닉

입력
2016.06.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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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1위 규모 공항 대담하게 총격 벌이며 터미널 진입

무장괴한 3명이 총-폭탄 테러… 41명 사망ㆍ239명 부상

터키서 올해 들어 6번째 이어진 테러로 공포 확산

28일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41명이 숨지고 2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공항 밖으로 대피한 승객들이 서로 껴안으며 위로하고 있다. 이스탄불 AP=연합뉴스
28일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41명이 숨지고 2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공항 밖으로 대피한 승객들이 서로 껴안으며 위로하고 있다. 이스탄불 AP=연합뉴스

터키 이스탄불의 세계적인 국제공항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이 테러범들에 의해 유린됐다. 터키에서 잇따라 대형 테러가 벌어지는 가운데 경계가 삼엄한 공항까지 뚫리자 터키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앞서 터키에서 발생한 테러도 대부분 광장이나 전통시장 등 이른바 ‘소프트 타깃(민간인)’을 노린 공격이어서 터키 당국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담하게 총격 벌이며 터미널 내부 진입

현지 경찰 등에 따르면 테러는 28일 오후 9시 30쯤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국제선 출국터미널에서 시작됐다. 터키 공항은 터미널 출입문에도 X-레이 검색대가 설치 돼 있고 보안요원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펼친다. 하지만 택시를 타고 공항 터미널에 도착한 테러범들은 대담하게 보안요원과 총격을 벌이며 검색대를 뚫고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범은 최소 3명으로, 2명이 총기를 난사하며 터미널 내부로 진입했다. 이 중 한 명은 출국수속대 앞까지 들어가 자폭했고, 다른 한 명은 터미널 입구 근처에서 보안요원과 총격을 벌이다 폭탄을 터뜨렸다. 다른 한 명은 터미널 내부로 진입하지 못한 채 외부 주차장에서 폭탄을 터뜨렸다. 아타튀르크 공항은 유럽 내 3위, 세계 11위 규모의 대형 공항으로 환승객이 몰리는 등 이용객이 많아 피해가 컸다.

터미널 안으로 진입한 테러범들은 계속해서 승객과 보안요원을 쏴 죽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여행자 폴은 “출국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데 총격 소리를 들었다”며 “검은색 옷을 입고 총을 든 남성이 공항을 휘젓고 다녔다”고 증언했다. 현장에 있던 수 세비지도 “총소리가 들려 공항 기도실에 숨었는데 약 20,30분 동안 연달아 폭발음과 비명 소리가 계속됐다”고 끔찍했던 순간을 CNN에 털어놨다.

테러범이 보안 요원과 총격전을 벌이다가 자폭하는 장면은 공항 폐쇄회로(CC)TV에 찍혀 언론에 공개됐다. CNN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터미널 내부에서 테러범 한 명이 보안 요원의 총격에 맞아 쓰러졌다. 이후 보안 요원은 테러범에게 다가가다가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테러범이 몸에 두른 폭탄의 스위치를 누른 것이다. 테러범 3명은 모두 자살 폭탄 테러와 함께 사망했다.

아비규환의 순간과 처참한 현장

폭발 소리에 놀란 공항 이용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한꺼번에 출구로 달려가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총소리를 들었다는 로렌스 캐머런은 “일부 승객들은 달아나다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졌고, 휠체어에 타고 있던 장애인이 (다른 승객들에게) 내 팽개쳐지기도 했다”며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모른 채 무작정 도망쳤다”고 말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가족과 함께 터키에 왔다가 테러를 목격한 에빙 지니(12)는 AP통신과의 인터뷰 내내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피가 흥건했다”며 “2분만 더 일찍 도착했으면 우리도 이렇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 이후 공개된 사진들은 폭탄테러의 가공할 위력을 생생히 보여줬다. 천장 패널 수십장이 바닥에 떨어 졌고, 유리와 폭탄 파편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으며, 공항 벽면과 기둥 곳곳에는 불에 그을린 자국이 선명했다. 한 목격자는 “공항에 있던 수많은 피해자 중에는 팔이 잘리거나, 등에 유리 조각이 박힌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다”고 비난한 뒤 “이스탄불에서 일어난 테러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벌어질 수 있다. 베를린과 시카고 모두가 테러의 예외 지역이 아니다”라고 대태러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결을 호소했다. 미국 백악관 등 전 세계 정상들은 희생자에 애도를 표한 뒤 “터키 정부의 테러와의 싸움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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