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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감독들 '드라마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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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감독들 '드라마 외출'

입력
2017.11.06 18: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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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왼쪽부터)ㆍ김성훈ㆍ장진 등 국내 유명 영화감독의 드라마 제작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찬욱(왼쪽부터)ㆍ김성훈ㆍ장진 등 국내 유명 영화감독의 드라마 제작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 박찬욱 감독은 6일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다. 공영방송 BBC 드라마 ‘더 리틀 드러머 걸’ 제작 준비를 위해서다. 박 감독이 연출할 드라마는 영국 작가 존 르 카레가 1983년 낸 동명 소설이 원작. 여자 주인공(플로렌스 퓨)이 첩보 조직의 일원인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이중간첩이 돼 겪는 일을 6부작으로 그린다. 박 감독은 내년 1월 촬영에 돌입한다. 1992년 영화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한 박 감독의 드라마 외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2 지난해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은 차기작으로 영화가 아닌 드라마를 택했다. 김 감독은 현재 경북 안동에서 드라마 ‘킹덤’을 촬영 중이다. 조선 왕세자가 의문의 역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라 전체를 위협하는 음모를 밝혀내는 이야기가 작품의 줄기다. ‘시그널’ 등 수사물로 인기를 모은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배두나 등이 출연한다. 2018년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국내 유명 영화감독들이 잇달아 드라마 제작에 뛰어 들고 있다. 장진 감독도 드라마 ‘별의 도시’ 제작을 준비 중이다. 어릴 때부터 하늘을 동경하던 두 남자가 우주인 양성 프로젝트에 선발된 후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사극 ‘다모’로 유명한 이재규 PD처럼 PD가 드라마를 찍다 영화 제작에 나선 일은 흔하지만, 영화계에서 각광 받는 감독들이 잇달아 드라마 연출에 팔을 걷어붙인 사례는 드물었다.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한지승 감독이 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를 연출했을 때 특정 감독의 일탈처럼 비쳤다. 하지만 영화 감독들 사이 드라마 제작 바람이 일면서 영화-드라마 간 벽 허물기는 국내에서도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그간 영화감독들에게 드라마 연출 의뢰는 환영 받지 못했다. 영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제작 환경이 열악해서다. 특히 국내의 경우 드라마는 ‘생방송 촬영’을 해 완성도 담보가 어렵고, 방송사가 시청률을 이유로 작품의 방향에 손을 대 연출자와 갈등이 벌어지는 일이 잦다. 제작 예산도 영화에 비해 턱없이 적다.

영화감독의 드라마에 대한 경계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 거대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새 플랫폼이 100% 사전 제작을 비롯해 영화 못지 않은 제작비 지원이란 ‘당근’을 제시하며 영화감독 섭외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부터다. 유명 영화 감독과 손잡고 드라마를 만들어 채널 영향력을 키우려는 전략이다. ‘파이트클럽’ ‘소셜네트워크’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 유명 감독 데이비드 핀처를 영입해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변화의 불씨는 최근 한국으로도 옮겨 붙었다. 방송사들이 영화감독을 영입해 드라마를 만드는 데 열을 올리는 데는 “감독의 브랜드 파워를 통해 20~30대 영화 관객을 안방 콘텐츠로 유입하기 위한”(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 의도도 깔렸다.

극장 영화의 미래에 대한 불안도 영화감독의 드라마 도전을 부추기고 있다. 영화를 모바일로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을뿐더러,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극장 개봉이 제한적이었던 ‘옥자’를 연출하면서 극장 영화에 대한 신화도 허물어지고 있다. 영화감독들의 위기 의식과 매체 환경 변화로 영화 감독들의 드라마 외출은 더 잦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영화 감독이 드라마를 찍으면 기존 드라마의 관습을 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영미권에선 이미 영화 감독들의 드라마 제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국내도 영화와 드라마 제작의 경계는 점점 옅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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