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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프로테스탄티즘을 낳았다

입력
2016.10.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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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의 승리

소어 핸슨 지음ㆍ하윤숙 옮김

에이도스 발행ㆍ384쪽ㆍ2만원

“우리는 씨앗의 세상에 살고 있다. 모닝커피와 베이글에서부터 우리가 입고 있는 면직물과 잠자기 전에 더러 마시는 코코아에 이르기까지 온종일 씨앗에 둘러싸여 있다. 씨앗은 음식과 연료, 우리를 취하게 하는 것과 독, 기름, 염료, 섬유, 향신료를 제공한다. 씨앗이 없었다면 빵도, 쌀도, 콩도, 옥수수도, 견과류도 없었을 것이다. 씨앗은 말 그대로 삶의 지주이며, 전 세계적으로 음식과 경제와 생활 방식의 토대를 이룬다.”

보존생물학자 소어 핸슨이 전작 ‘깃털’에 이어 이번에는 ‘씨앗’ 이야기를 들고 왔다. 그는 씨앗을 심고 수확하는 농업이 없었다면 우리 인간 종족은 아직도 수렵 채집을 하며 떠돌아 다니는 소집단에 머물렀을 것이며, 농업으로 열어젖힌 문명도 불가능했을 거라 말한다. 지구상에는 대략 35만2,000종의 식물이 씨앗을 맺고 있고, 그 씨앗에는 식물이 탄생하는데 필요한 생명력과 모든 지침서가 포함되어 있다.

이 많은 씨앗 중에서 우선 세계인의 애호 식품으로서, 원유에 이어 세계적으로 두 번째로 중요한 상품인 커피 얘기부터 해보자. 유럽에서 커피가 유행한 것은 종교개혁 직후부터였다고 한다. 교양과학 저술가인 스티븐 존슨은 TED 강연에서 영국의 커피 전문점이 “계몽주의라고 부르는 지난 500년 동안의 위대한 지적 개화기를 성장시키고 퍼뜨리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왜 커피와 커피숍을 계몽주의와 연결시킬까? 그 시절 물은 마시기에 안전하지 않았기에 술이 사실상의 일상 음료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늘 취해 있다시피 했다. 유럽인들이 술 대신 커피를 마시게 됨으로써 “합리주의와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영적으로, 이념적으로 성취하고자 했던 바를 화학적으로, 약물학적으로 이루어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근대를 열었던 산업혁명을 떠올리면 우리는 흔히 기계의 발명을 생각하지만 그것이 면직물을 대량생산하기 위한 기계였다는 점에서 목화씨를 빼놓을 수 없다. 역사가들은 목화로 만든 면직물을 ‘혁명적 섬유’ ‘산업혁명의 연료’라고 일컬었다. 커피가 머리를 깨워 계몽주의를 낳는데 일조했다면, 목화 열매는 기계에 대한 영감을 일깨워 산업혁명의 계기가 되었다. 면직물은 “최초의 글로벌 대량생산 상품이 되었으며 이 상품을 기반으로 미국의 대농장, 영국의 공장, 아프리카의 노예 항구를 연결하는 악명 높은 삼각 무역이 자리잡았다.” 면화로 인해 강화된 미국의 노예제는 미국에서 100만명 이상의 사람이 죽거나 다친 남북전쟁의 불씨가 되었다. 이 정도는 씨앗으로 읽는 문화사의 편린에 불과하다.

씨앗은 보통 배와 배젖, 씨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씨앗의 배는 잎, 줄기, 뿌리가 될 부분으로 싹이 터 새로운 식물이 된다. 배젖은 이때 쓸 영양분이 저장되어 있다. 씨앗은 ‘식물의 세계에서 광합성과 함께 기본 전제의 하나’이며 ‘진화의 끈질긴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기발한 발명품’이다. 저자는 자신이 씨앗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된 내력부터 씨앗의 관점에서 본 식물, 씨앗과 씨앗을 먹는 동물의 공진화 등 씨앗에 얽힌 인류 문화사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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