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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 중동지역 난민 위기와 새 접근법

입력
2018.07.1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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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와 중동(MENA) 지역 분쟁으로 인한 사상자 수가 역사적 수준에 이르렀다. 2000년 이후 전 세계 분쟁 관련 사망자의 60% 정도가 MENA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고,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예멘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사태로 매년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같은 분쟁으로 발생하는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 또한 극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고강도 분쟁 지역에 인접한 MENA 지역 국가들은 연평균 1.9%의 GDP 감소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 증가율은 평균 2.8%에 달한다.

대규모 난민 유입은 또 난민 수용국에 임금 하락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빈곤을 악화시키는 한편 사회ㆍ경제ㆍ정치적 긴장을 가중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난민 지원 전략은 장기적인 통합보다 단기적인 공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MENA 지역에서 발생한 난민 위기의 규모와 지속 기간을 고려할 때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핵심은 단기적 해법에서 반영구적 해법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난민 지원과 관련한 세가지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원조국들이 난민 수용국의 경제를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원조국이 난민 수용국의 수출품을 보다 많이 수입하거나 의료 및 교육 부문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분쟁 인근 국가의 경제 여건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난민을 위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세스가 성과를 거두려면 난민 수용국이 먼저 난민들의 합법적 노동을 위해 고용 장벽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난민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면 소득으로 세금을 낼 수 있는 것은 물론, 결과적으로 난민들이 무상지원에 덜 의존하게 만들 것이다. 이는 또 난민들의 기술개발로 이어져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가를 재건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MENA 지역 난민 수용국들은 공식 분야에서 직업을 갖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2016년 이후 약 8만7,000건의 취업비자를 시리아 난민에게 발급한 요르단이 유일한 예외다). 이로써 많은 난민들이 비공식 경제 분야에서 일을 찾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착취와 학대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절하게 통합되면 난민들이 수용국가의 노동시장에 구멍을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편익을 제공한다는 증거들이 적지 않다. 옥스퍼드대 난민 연구 센터에 의한 최근 분석에 따르면 우간다에서 난민이 경영하는 회사들이 시민들의 고용 기회를 의미있게 증가시키고 있는 사례가 있었다.

둘째, 신분 증명과 문화적 권리 측면에서 난민들의 정체성을 보호해야 한다. 난민들이 자신의 커뮤니티 및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디지털 연결성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여 UN의 난민 등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한 가지 방법으로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식량 원조의 전달과 난민 이동성을 강화할 수 있고 온라인 지불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개선하여 난민들의 소득과 저축 활동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

통신망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면 난민들이 가족 및 친구들과 연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원조국들이 난민에게 인터넷을 제공한다면 난민 커뮤니티가 접근하기 어려운 ‘디지털 교육’이나 ‘온라인 헬스케어’ 같은 서비스를 전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착 과정에서 고립되기 쉬운 난민 여성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분쟁이 끝날 때를 대비해 국제사회가 재건을 지원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년 간의 분쟁이 종식되면 이라크나 시리아, 수단과 같은 곳에 투자 기회가 생길 것이고 이들 국가의 난민 입장에서 볼 때 재건은 성장을 촉진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가 된다. 지역 재건 전략은 전반적인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며 규모의 경제를 개선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MENA 지역의 전후 시기를 대비한 재건 계획은 지금 가동돼야 한다. 가령 ‘신아랍 부흥개발은행’을 설립한다면 필요할 때 즉시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보장할 것이다. 다른 곳에서도 논의한 바 있지만 유럽연합이나 중국, 일본, 미국,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또는 여타 국제개발기구의 참여 속에 ‘걸프협력위원회’가 주도한다면 이런 금융기관의 펀딩이 가능하다.

이런 세 가지 접근법으로 세계가 수십 년 동안 겪고 있는 최악의 난민 위기를 다루는 것이 가능하다. 노동 접근을 보장하고 커뮤니케이션 및 디지털 접근을 강화하며 전후 재건을 위한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파탄 직전의 지역 주민들은 보다 풍요로운 미래의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의미 있는 전략을 상실한 단기 원조라는 대안은 실망만 안겨줄 뿐이다.

나세르 사이디 두바이국제금융센터 수석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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