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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에 “북한 원유 공급 중단 요구” 줄다리기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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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에 “북한 원유 공급 중단 요구” 줄다리기 예고

입력
2017.03.1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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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北에 20년간 노력 실패

안보리 제재 조치 최고수준 아냐

中이 北 압박해 위협 없애야”

“北과 대화하려면 조건 달라져야”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 유력

방중 앞두고 中과 접점 남겨둬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7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7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밝힌 새로운 대북 접근의 핵심은 중국을 상대로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거세게 압박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18일 방중을 앞두고 비핵화ㆍ평화협정 병행 추진을 주장하는 중국과의 접점을 남겨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지난 20년간의 노력은 실패했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정책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기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제재 조치가 최고 수준이 아니다”며 더욱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예고했다. 중국이 대북 제재의 ‘구멍’이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특히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를 거론하며 “모든 나라에 (원유 공급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대북 제재의 키를 쥔 중국을 상대로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과거 미 정부가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강조하면서도 번번히 중국의 문턱에 가로 막힌 탓이다. 특히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가장 강력한 대중 압박 카드인 ‘세컨더리 보이콧’ 발동에 주저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카드로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의 대북 정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제재와 압박을 통해 중국을 매개로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에 대해서도 “한국에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굉장히 유감스러운 행동”이라면서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해 (북한의 핵) 위협을 없애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틸러슨 장관은 중국을 상대로 강성 발언을 쏟아냈지만,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시기는 아니다”면서도 “대화를 하려면 조건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연합훈련이 한창인 지금은 북한과 대화에 나설 시점이 아니지만 북한의 행동을 좀더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틸러슨 장관은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정부의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군사적인 갈등까지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중국과 북한의 행동을 촉구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가 최근 마련한 북핵대응 보고서에도 대북 선제타격은 선택지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틸러슨 장관이 외견상 중국을 향해 초강경 태도를 보인 건 18일 방중을 앞둔 기선제압의 성격이 짙다.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행방안을 주장하는데 맞서 미국은 대북 제재 강화를 고리로 절충점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내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 조율을 위해 외교장관회담이 열리는 만큼, 양측이 비핵화 해법을 놓고 얼굴을 붉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중간에는 통상, 남중국해 등 북핵 문제보다 시급한 현안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김정은 체제가 핵무장-경제건설 병진노선을 포기할 리 만무한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 대북 정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미중 양측이 강력한 제재와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줄다리기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 추진하는 방안은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미국에서 검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면서 사그라졌다가, 올해 미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중국은 보란 듯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틸러슨 장관이 한국에서는 당연히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거칠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중국에서의 발언과 내달 미중 정상회담까지 지켜봐야 대북 정책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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