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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총선 제2야당 압승... “총리에 친군부 임란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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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총선 제2야당 압승... “총리에 친군부 임란 칸”

입력
2018.07.26 18:32
수정
2018.07.26 23: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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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켓 선수 출신으로 친군 행보

“모범 보일 것” 새 파키스탄 약속

하원 272석 중 110여석 확보할 듯

과반 의석엔 실패... 연정 불가피

투표일에도 자폭테러로 32명 숨져

25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임란 칸 파키스탄정의운동(PTI) 대표의 지지자들이 총선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카라치=로이터 연합뉴스
25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임란 칸 파키스탄정의운동(PTI) 대표의 지지자들이 총선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카라치=로이터 연합뉴스

파키스탄의 전설적인 크리켓 선수 출신으로 ‘부패 정치 엘리트 심판’ 메시지를 내세웠던 임란 칸(66)이 정치권 입문 20여년 만에 이 나라 차기 총리직을 꿰차게 됐다. 현재 제2야당인 그의 소속 정당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이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여당과 제1야당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단숨에 제1당으로 올라선 것이다. 1947년 독립 이후 쿠데타가 끊이지 않은 파키스탄에서 선거를 통한 ‘문민정부에서 문민정부로의’ 평화적 권력 이양이 2013년에 이어 두 번 연속 이뤄졌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발전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군부가 여전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노골적인 친 군부 입장을 밝혀 온 칸이 권력을 쥐면 오히려 군부의 입김이 더욱 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또 선거 기간 내내 이어진 각종 테러와 폭력 사태, 군부의 선거 개입설, 개표 지연에 따른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얼룩져 버린 총선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6일 현지 언론을 인용한 로이터ㆍ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개표율 48% 상황에서 PTI는 선거를 통해 뽑는 연방 하원 272석 가운데 113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 가디언은 “PTI가 107~120석을 확보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집권여당인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은 64석, 제1야당인 파키스탄인민당(PPP)는 42석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 연방 하원의 실제 의석 수는 342석이지만, 이 가운데 70석은 여성 및 소수종교 할당 의석이다.

당초 이날 오전 2시쯤 최종 집계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술적 문제로 최종 개표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오후 6시 이전까지는 아무런 발표도 내놓지 않았다. 이에 PML-N 측이 “군부가 개표 감시 요원을 내쫓았다”고 주장하는 등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완전히 조작된, 파키스탄 역사상 최악의 선거’라고 규정하고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주요 정당 5곳은 27일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밝히기로 했다.

1996년 칸이 창당한 PTI가 수십년간 이어진 PML-N과 PPP의 민간 정치권 양분 체제를 깨뜨린 것은 상당한 이변이라는 평가다. 2016년 조세회피 폭로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 공개로 실각한 나와즈 샤리프(지난달 구속) 당시 총리의 부패 스캔들을 공략하는 한편, 포퓰리즘적인 공약을 내세운 칸의 선거 전략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식 선거결과 발표 이전인 이날 오후 4시, 칸은 승리 선언을 하고 ‘새로운 파키스탄’을 약속했다. 그는 TV 연설에서 “신(알라)께 감사하다. 우리는 이겼고 성공했다. 신의 뜻대로 모범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단독 집권이 가능한 과반 의석(137석) 확보에는 실패, 다른 소수 정당과 연립정부를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군부의 정치개입을 칸이 공공연하게 인정한다는 점이다. 파키스탄에서 군부는 31년간 직접 통치한 것은 물론, 문민정부 시절에도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등 강력한 정치 세력으로 존재해 왔다. 미국 워싱턴 윌슨센터의 남아시아 전문가인 마이클 쿠겔만은 “군부는 PML-N의 재집권을 조금도 바라지 않는다”며 “PML-N의 향후 선거 전망을 약화시키기 위한 수작을 배후에서 거리낌 없이 저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발루치스탄주 주도 퀘타의 투표소에선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32명이 사망하고, 15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진 총격 사건까지 포함하면 투표 당일에도 총 39명이 숨졌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앞서 지난 13일에도 자폭 테러로 150여명이 사망하는 등 이번 총선 과정에서 벌어진 공격과 폭력 사태로 희생된 이들은 200명이 넘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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