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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로 연결해야 하는 南, 제재 위기 돌파구 찾는 北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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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로 연결해야 하는 南, 제재 위기 돌파구 찾는 北 ‘동상이몽’

입력
2018.01.04 17:5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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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기식 협상 쉽지 않은데다

美의 완강한 입장도 난관

“北이 스스로 나온 천재일우 기회

비핵화 연계 못하면 더 험악해져”

복원된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남측이 제안한 고위급회담 관련 사항을 남북이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4일 경기 파주시 접경 지역 인근 임진강의 얼음이 해빙기를 맞은 남북 관계를 보여주듯 햇빛에 녹고 있다. 파주=서재훈 기자
복원된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남측이 제안한 고위급회담 관련 사항을 남북이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4일 경기 파주시 접경 지역 인근 임진강의 얼음이 해빙기를 맞은 남북 관계를 보여주듯 햇빛에 녹고 있다. 파주=서재훈 기자

오랫동안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빠르게 녹고 있다. 일단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는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는 올림픽 이후다. 남북 관계 해빙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더 큰 위기가 닥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시작으로 양측의 제안ㆍ화답이 새해 벽두부터 숨가쁘게 이어졌다. 평창 올림픽을 한반도 긴장 완화의 단초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운 우리뿐 아니라 북한마저 남측 행사 성공을 위해 적극성을 보이는 상황은 전례가 없다. 이에 비춰 초반에는 당장 급한 평창 올림픽 관련 체육 실무회담 형식으로 남북 대화가 시작될 공산이 크다. 이후 자연스레 의제가 확대되는 수순을 밟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그러나 한반도에 본격적 해빙기가 왔다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적어도 핵ㆍ미사일 실험을 동결하게 할 정도로 북한을 돌려세워 미국과 마주앉도록 만들지 않는 이상 공허한 협상이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남측의 입장과, 아예 비핵화는 거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채 대북 제재에 따른 위기를 모면할 돌파구 찾기에만 관심 있는 북측의 이해관계가 평행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북 회담의 격을 고위급으로 높이면 상호 껄끄러운 현안들 역시 테이블에 올릴 수밖에 없다.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이고 우리에겐 ‘적대시 정책 철회’ 같은 것들이다. 때문에 회담이 합의 도출을 위한 ‘주고받기’ 식 협상이 되기는 쉽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첫 회담은 남북이 각자 ‘비핵화’,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표명하고 서로 차이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래도 그 정도면 우리로선 큰 성과”라고 했다.

난관은 북미의 완강한 입장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재 국면과 어울리지 않는 남북 대화가 떨떠름하면서도 미국이 잠시나마 한반도 운전석을 한국에 양보한 건 김정은을 비핵화 대화 테이블로 유도할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군사 옵션 선택 가능성을 공언한 미국이 비핵화 대화와 괴리된 남북 대화를 언제까지 용인할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도 “우리 목표는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로 향하게 하는 ‘통남향미’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핵 보유국 지위를 포기할 마음이 없는 북한은 오히려 한국으로부터 경제협력 재개나 대규모 대북 지원을 끌어내고 나아가 한국을 활용, 대북 공조 체제에 균열을 내겠다는 심산이다. 남북이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셈이다. 조한범 위원은 “북한이 힘들어 스스로 나온 대화인 만큼 우리에게는 천재일우 기회지만 비핵화와 연계하지 못하면 북미 사이가 더 험악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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