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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팬덤 발판으로… 수공예품계의 아마존 꿈꾼다

입력
2018.02.26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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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2O 서비스 ‘아이디어스’ 운영

수공예품 작가와 구매자 연결

액세서리 등 6만여 작품 판매

연매출 1억 돌파한 작가도 40명

#2

특정 작가 팔로 SNS 역할 제공

‘스몰 럭셔리’ 2030세대 공략

오프라인 역진출하며 추가 수익

해외 사업도 내년부터 본격 착수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백패커 사무실에서 김동환 백패커 대표가 다양한 수공예 제품을 소개하며 ‘아이디어스’를 설명하고 있다. 아이디어스는 수공예 작가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최근 누적 거래액 500억원을 돌파했다. 오대근 기자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백패커 사무실에서 김동환 백패커 대표가 다양한 수공예 제품을 소개하며 ‘아이디어스’를 설명하고 있다. 아이디어스는 수공예 작가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최근 누적 거래액 500억원을 돌파했다. 오대근 기자

“대학입시 6수(修)를 했던 사촌 동생 덕분이에요.”

수공예품을 만드는 작가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온라인 투 오프라인(Online to OfflineㆍO2O) 서비스 ‘아이디어스’(idus)를 운영하는 백패커의 김동환 대표가 ‘사업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었느냐’고 질문하자 내놓은 답이다. 김 대표는 “동생이 결국 도예과에 들어가 졸업을 했는데 자기가 만든 밥그릇을 길에서 가판을 깔고 팔더라”며 “수공예품처럼 개성 넘치는 물건들이 좀 더 쉽고 편리하게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카오(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를 뛰쳐나온 김 대표는 2년간 개발 끝에 2014년 아이디어스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고, 3년여 동안 아이디어스에서 판매된 수공예품 누적 거래액이 500억원에 달한다. 아날로그 예술품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막혀있던 판로를 활짝 열어 준 결과다.

아이디어스는 다른 오픈마켓과 달리 오직 수공예품만 판매하며, 입점 희망자는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친다. 기성 제품과의 차별성, 작품성, 시장성 등을 기준으로 입점을 결정한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은 검증받은 서비스와 상품을 원하기 때문에 별도의 스카우트팀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점한 작가가 자기가 만든 수공예품을 아이디어스에 올리면 결제, 배송까지 앱 안에서 이뤄진다. 현재 아이디어스에는 3,500여명의 작가가 활동하고 있으며, 액세서리와 가죽공예 도자기 천연비누 수제먹거리 등 약 6만여개의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수공예 업계에선 아이디어스가 ‘인생을 바꿔주는 곳’으로 통한다. 아이디어스에서 월평균 매출 5,000만원을 달성한 작가는 130명, 연 매출 1억원을 돌파한 작가는 40명이다. 지난 1월에는 한 달 동안 1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작가도 탄생했다. 국내 공예인의 평균 연 매출이 1,175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표현이 이해될 만하다. 김 대표는 “모든 걸 정리하려다 마지막 도전으로 삼고 입점했는데 정말 잘 팔려서 집도 짓게 됐다는 공예가의 감사 이메일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스 성공 요인은 단순한 판매 플랫폼을 넘어 작가와 구매자의 활발한 소통을 지원한 전략이 으뜸으로 꼽힌다. 아이디어스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역할을 하는 ‘스토리’ 공간이 있다. 김 대표는 “특정 작가를 팔로우(친구맺기) 할 수 있고 작가의 신제품을 알려주는 기능이 있을 뿐 아니라 작가는 이 공간에 밥 먹는 일상까지 올린다”며 “작가의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팬층이 생기기 시작했고 인기 작가는 팔로워 2만여명을 거느릴 정도로 스타”라고 말했다. 아이디어스와 유사한 서비스는 ‘수공예품계 아마존’이라 불리는 미국의 애쉬를 비롯해 일본 민네 등이 있지만 작가와 소비자 사이의 지속적인 교류 관계를 지원하는 곳은 아이디어스가 유일하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업체가 O2O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들이 수제품 등으로 판매 품목을 확대하고 있는 건 위협요소이지만 김 대표가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아이디어스만의 문화로 자리 잡은 스토리 기능 때문이다. 그는 “아이디어스 안에는 탄탄한 ‘팬덤’ 문화가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으로 ‘역진출’을 시도해 추가 수익도 올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쌈지길에 위치한 아이디어스 오프라인 1호점은 일대 매장 90여개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에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2호점도 연다. 김 대표는 “직접 눈으로 제품을 보고 싶어 하는 수요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사업도 병행하게 됐다”며 “개성 넘치는 상품들이 모여 있다 보니 이전보다 그 길로 신규 유입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다양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국내 시장에만 한정된 점도 한계로 지적되지만 김 대표는 해외 진출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K-툰’(웹툰) ‘K-뷰티’(화장품) 등이 해외에서 크게 성공한 것처럼 수공예품 역시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오랜 공예 역사를 지닌 한국의 도자기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이고 국내에 훌륭한 작가들도 굉장히 많다”며 “해외, 특히 인도 등에도 좋은 수공예 작품들이 많아 국내외 작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해외 사업 모델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K-크래프트’(craftㆍ수공예)를 성공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디어스가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맞춤형 추천 기능 고도화’다. 단순히 판매 제품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구매 습관에 따라 수공예품을 추천하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추천 기능이 도입될 예정이다.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묻자, 김 대표는 ‘스몰 럭셔리’(자기만족과 가치에 무게를 두는 소비 형태)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수공예의 강점은 제작 과정에서 작가와 대화하면서 명함 지갑에 음각으로 내 이름을 새기고 가방을 만들 때 주머니의 위치를 바꾸는 등 나만의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며 “남들과 똑 같은 걸 쓰기 싫어하는 성향이 강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가 유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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