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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검색어 ‘매크로’…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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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검색어 ‘매크로’…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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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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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주범 김모(필명 드루킹)씨 사건이 연일 보도되면서 김씨가 이용했던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정작 ‘매크로’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부디 “매크로 하나로 포털 사이트를 해킹해 특정 기사를 인기 기사 목록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식의 오해가 없어지길 바란다.

매크로는 쉽게 말해 ‘명령어들을 모아놓은 파일’이다. 예를 들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로그인을 하려면 네이버 페이지를 연 뒤에도 7개의 행동(①아이디 입력 창으로 마우스 포인터 이동 ②마우스 왼쪽 버튼 누름 ③아이디 입력 ④비밀번호 입력 창으로 마우스 포인터 이동 ⑤마우스 왼쪽 버튼 누름 ⑥비밀번호 입력 ⑦로그인 버튼 누름)을 해야 하는데 매크로를 쓰면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에 이 작업들을 저장해뒀다가 실행시키면 한 번에, 실수 없이 네이버 로그인을 할 수 있다. 물론 이 간단한 작업을 위해 번거롭게 매크로를 만들고, 실행시키는 사람은 없다. 단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이다.

매크로 프로그램(빨간 상자 안)을 실행시킨 화면. 파란 상자 안에 있는 버튼을 눌러 키보드로 무엇을 입력할 것인지(키보드), 마우스 포인터를 어디로 이동해 오른쪽 버튼을 누를 것인지 왼쪽 버튼을 누를 것인지(마우스), 실행 중 대기시간을 몇 초 줄 것인지(시간) 등을 결정할 수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빨간 상자 안)을 실행시킨 화면. 파란 상자 안에 있는 버튼을 눌러 키보드로 무엇을 입력할 것인지(키보드), 마우스 포인터를 어디로 이동해 오른쪽 버튼을 누를 것인지 왼쪽 버튼을 누를 것인지(마우스), 실행 중 대기시간을 몇 초 줄 것인지(시간)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아이디 창에 'ID'를, 비밀번호 창에 'PA'를 입력한 뒤 로그인 버튼을 누르게 만든 매크로.
아이디 창에 'ID'를, 비밀번호 창에 'PA'를 입력한 뒤 로그인 버튼을 누르게 만든 매크로.
만든 매크로를 'naver login'이라는 이름으로 바탕화면에 저장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에서 이 파일을 실행시키면 언제든지 같은 동작을 반복할 수 있다.
만든 매크로를 'naver login'이라는 이름으로 바탕화면에 저장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에서 이 파일을 실행시키면 언제든지 같은 동작을 반복할 수 있다.

매크로는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범용 컴퓨터가 등장한 1960년대부터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기자가 처음 접한 것은 1990년대 국내 PC통신 ‘천리안’ 게임을 통해서였다. 당시 PC통신 게임은 그래픽은 전혀 없이 문자로만 진행되는 형태였다. 미로처럼 연결된 방을 하나씩 이동하면서 아이템을 얻고, 적을 만나 싸우는 식이었다. 예컨대 집에서 상점을 가려면 북, 북, 동, 북, 서, 남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한 번에 모두 입력하는 게 아니고 한 번에 하나씩 입력해야 했다. 엄청나게 불편한 일이었다.

1990년대 유행하던 PC통신 게임을 가상으로 만든 화면. 당시 게임은 요즘처럼 화려한 그래픽이 없었다. 오로지 문자로만 가능했다.
1990년대 유행하던 PC통신 게임을 가상으로 만든 화면. 당시 게임은 요즘처럼 화려한 그래픽이 없었다. 오로지 문자로만 가능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매크로였다. 매크로에 이동 경로를 입력해놓고 ‘상점’이라고 치면 자동으로 상점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당시 게임 고수들은 자신과 친한 사람들에게만 선심 쓰듯 매크로를 알려주곤 했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매크로도 함께 진화했다. 마우스가 등장하면 ‘마우스 입력’ 기능, 인터넷 로딩 시간이 필요하면 ‘지연’ 기능이 개발되는 식이었다. 순식간에 매진되는 인기 가수의 공연 티켓을 예매해주는 매크로, 아이템을 얻기 위해 괴물을 수십마리 처치해야 하는 게임에 사용하는 사냥 매크로는 1초에 수십번의 클릭이 가능하다. 단순 작업에서 이미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 컴퓨터의 기능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면서 스마트폰용 매크로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이런 매크로가 수년 전부터는 여론 조작에 악용되고 있다. 한 번에 수십 명의 아이디로 접속해 미리 지정해놓은 인터넷 기사 창을 열고 댓글을 달아 순식간에 ‘많이 본 기사’ ‘인기 기사’로 등극시키는 것이다. 인터넷 보안 전문가 권석철 큐브피아 대표는 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예전엔 국가정보원이나 사이버사령부, 또 요즘에 밝혀진 기무사령부, 경찰까지도 댓글(공작)에 동원됐는데, 충분히 이런 게 기술적으로 가능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여론 조작이 광범위하게 확산됐고, 전문 업체까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이나 총선, (이런) 정치적 이슈뿐 아니라 일반 기업이라든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그런 것들을 해 주는 업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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