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맛집의 배신] ‘OO동 맛집’ 검색하는 당신은 낚였다

입력
2017.11.29 04:40
14면
0 0

식당 전경·클로즈업… 짜여진 포맷

특정 키워드 반복하면 일단 의심

음식 사진은 한두개, 설명은 길게

풍부한 배경지식 곁들이면 믿을만

# 천예슬(30ㆍ사업)씨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에서 맛집을 찾기 위해 ‘영등포 데이트’란 키워드로 블로그 검색을 했다. ‘000(지역명)+데이트’ 키워드는 맛집 검색에 흔히 쓰이는 방법이다. 데이트 장소는 아무래도 신경 써서 고를 수밖에 없는 만큼 맛집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한 매운갈비찜 집에서 데이트를 했는데 음식 맛이 괜찮더라’는 평가를 내린 게시글을 보고 해당 식당에 찾아간 천씨는 메뉴를 고르던 중 종업원으로부터 “‘영등포 데이트’란 키워드를 넣어 블로그 포스팅을 해주면 볶음밥을 무료로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천씨가 본 게시글도 작성자가 볶음밥과 교환한 광고일 수 있다는 얘기였다. 천씨는 “음식 맛도 기대 이하였다. 이후로는 ‘000 회식’ ‘000 데이트’라는 표현이 들어간 게시글은 맛집 검색 때 거른다”고 말했다.

# 회사원 정우호(34)씨는 여자 친구와 함께 갈 맛집을 찾을 때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블로그 검색을 하는 대신, 남성 패션이 주제인 유명 D 인터넷 카페를 이용한다. ‘00(지역명)맘 카페’와 같은 여성 커뮤니티도 활용하는데, 만족도가 높다. 정씨에 따르면 카페 검색 창에 ‘신촌’ ‘여의도’와 같은 지역 명을 써 넣으면 다른 이용자들이 올린 맛집 문의와 댓글들이 나온다. 그 중 적당한 식당 이름을 포털에서 검색해 보면 음식 사진이나 식당 분위기도 확인해볼 수 있다. 정씨는 “광고성 맛집 소개글이 기승을 부린다 해도, 맛집을 묻는 문의마다 찾아 다니면서 댓글을 달 수는 없을 것”이라며 “상습적으로 홍보 글을 올리는 이용자가 있다 해도 카페 관리자들이 차단하기 때문에 비교적 신뢰가 간다”고 전했다.

‘맛집’은 문화 키워드가 된지 오래다. ‘한 끼를 먹더라도 맛집에서 먹겠다’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요식업계의 전략도 진화해왔다. 그 수준이 도를 넘어서면서, 광고글처럼 보이지 않는 광고글이 늘어나고 소비자는 더 혼란스럽다. 범람하는 광고글 속에서 주옥 같은 진짜 맛집 경험담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난 이렇게 맛집 찾는다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게 취미인 윤현아(28ㆍ교사)씨는 유명 해외 관광지에서 맛집을 찾는 노하우가 있다. 유명 관광지의 맛집 정보는 우리나라 맛집 못지 않게 국내 블로그에서 자주 찾아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일부는 광고글이거나 가이드북에 이미 소개돼 한국인 손님만 많은 곳이다. 이 때 구글 지도를 활용해 음식점 검색을 하면 각 식당에 대한 리뷰가 별 평점과 함께 제공된다. 리뷰 수가 많고 평가가 좋은 곳을 찾아 가면 실패 확률이 적다고 한다. 윤씨는 “지난 여름에 일본 오사카에 다녀왔는데 구글 지도를 통해 한국인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로컬 맛집’을 찾아 다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국내 맛집 정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집한다. 윤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마다 특유의 감성이 있는데 인스타그램은 인테리어와 멋이 중심이 되는 맛집들, 그러니까 소위 ‘힙’하다고 하는 젊은 사람들끼리 가기 좋은 곳들이 많이 소개돼 있다”고 말했다. 또 인스타그램은 해시태그(#)로 지역이나 메뉴를 검색하면 한 눈에 볼 수 있으니 간편하다고 덧붙였다.

업체의 협찬을 받아 광고성 게시글을 블로그에 올려본 경험이 있는 정상희(30)씨는 포털에서 맛집 검색 시 광고글을 걸러내는 노하우를 설명했다. “일단 사진의 질이 지나치게 좋은 곳은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경우 업체에서 사진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똑같은 사진이 여러 블로그에 게시돼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정씨 설명이다. 그는 또 “한 블로그에 전국 팔도의 맛집 경험담이 올라와 있거나 식당에 대해 칭찬 일색인 게시글 역시 광고일 확률이 높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 어떤 게시글을 믿어야 할까. “게시글에 식당 위치와 메뉴 정보만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갔다, 생일이나 기념일에 갔다는 식으로 블로거 본인의 일상과 관련된 정보가 올라와 있으면 광고일 가능성이 낮아진다.” 좋은 평가와 나쁜 평가가 균형 있게 소개된 게시글도 신뢰할만 하다고 정씨는 덧붙였다.

미식 전문가도 맛집 검색 한다는데

맛집 검색은 일반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미식 전문가’들도 새로운 맛집을 발굴하기 위해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다. 단, 나름의 노하우로 광고성 글이나 아마추어가 쓴 글은 배제한다.

황교익 푸드칼럼니스트는 “블로그 검색을 할 때 블로그 마케팅을 하는 업체가 주로 쓰는 포맷이 활용됐는지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업체들이 의뢰한 광고성 블로그는 주로 해당 식당을 찾아 가는 방법부터 시작해 ▦식당 전경 사진 ▦전체 식당 안 분위기 사진 ▦다양한 메뉴 음식 클로즈업 사진 등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포맷을 주로 쓴다고 한다. “대신 음식 사진 한, 두 개를 가지고 글을 길게 쓴 사람들을 일단 신뢰한다. 맛집 전문가들은 재료에 대한 설명이 일반인과 차이가 크다. 가령 방어 철이라면 방어의 생리가 어떻고 어디서 많이 잡히고 부위 별로 어떻게 맛이 다른지를 상세히 설명하는 식이다. 자장면이라면 면발 굵기나 색깔, 고기를 썰었는지 갈았는지, 양파 굵기가 어떤지 등을 설명하는 블로거를 믿을 수 있다.”

이해림 푸드칼럼니스트는 ‘망원동 맛집 000’와 같이 특정 키워드를 반복해서 여러 번 쓴 게시글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광고글로, 검색어에 많이 걸리게 하려는 의도”라고 귀띔했다. 맛집을 검색할 때 피해야 할 것이 광고글만은 아니다. 식견이 떨어지는 비전문가가 맛집으로 소개한 곳을 무작정 믿고 가는 것도 곤란하다. 이 칼럼니스트는 “맛집 리뷰를 볼 때, 블로거가 쓴 다른 글도 함께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일단 경험의 폭이 넓은 블로거를 찾아야 한다. 가령 떡볶이라면 최소 서른 군데 떡볶이 맛을 알아야 비교급으로 ‘어느 집 떡볶이가 더 낫다’고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