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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18세 청소년도 동등한 시민이다

입력
2017.09.1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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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선거연령 하향조정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선거법을 개정해 기존 만 19세에서 만 18세까지로 투표권을 확대하자는 논의다. 이 방안은 지난 대선 때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원내 정당의 공통 공약이었다.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의 취지는 이렇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이 발의한 그 안에 따르면 18세에 도달한 청소년은 이미 독자적 인지능력을 갖추고 소신 있는 정치적 판단을 통하여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정치개혁특위 회의를 통해 김상곤 교육부총리도 뜻을 보탰다. 학생들의 의식수준, 권리 의식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므로 전향적으로 검토해보자는 제안이다.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정치개혁특위 회의에서 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일부 교사가 학생들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을 언급하며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이는 지난 1월 권성동 의원이 바른정당 창당준비회의 결과에 반대하며 내놓은 견해와 비슷하다. 권 의원은 고3 학생이 부모와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현행안 유지를 주장한 바 있다.

찬반 양론이 18세 청소년에게 정치적 판단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뉘는 모양이다. 그런데 쟁점이 석연찮다. 오직 나이에 따라 정치적 판단 능력의 유무를 따진다. 이 기준으로 현행법을 보자면 만 18세 364일인 사람은 아직 덜 성숙했다가 다음날이 되면 뾰옹 하고 저절로 성숙한 사람이 되는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19세에 투표권을 주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만 18세 364일인 사람과 만 19세 0일인 사람 사이에 투표권 유무를 가를 만한 커다란 차이란 없다.

또한 휘둘리지 않는 정치적 판단 능력이 투표권을 얻는 전제조건이라면,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은 모두 성숙한 정치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투표권을 잘 간수하지 못할 테니까. 그러나 투표권은 성숙한 정치의식과는 무관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평생 같은 번호만을 고집해 온 한우물씨(72)도, 아내 말만 듣고 투표를 하는 김팔랑씨(32)도 모두 똑같은 투표권을 행사한다.

투표권은 바람직한 의식수준을 갖춘 사람에게만 부여되는 권리가 아니다. 오히려 투표권을 가진 사람이므로 바람직한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보아야 옳다. 현행법상 19세 이상 모두가 투표권을 갖는 까닭은 우리가 사회를 구성하는 동등한 시민이며 국가에 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이를 거꾸로 말한다면, 투표권이 없는 19세 미만은 아직 동등한 시민이 아니라고 간주되는 셈이니 의무도 지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헌법은 18세부터 국민의 4대 의무를 부과한다.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다. 학생 신분이므로 자동으로 늦춰질 뿐, 병역법에 따라 병역 대상자가 되는 나이도 18세다. 성인과 같은 의무를 지는 만큼 성인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반려자만 있다면 결혼도 할 수 있고 합격만 한다면 공무원이 될 수도 있다. 18세 미만은 보지 못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볼 수 있다. 투표만 하지 못한다.

성별이나 출신 지역, 학력 등에 따라 투표권을 달리 주는 제도를 상상해보자. 그 제도는 특정 집단을 정치에서 배제하는 차별제도다. 그렇다면 나이에 따라 투표권을 달리 주는 제도는 공평할까? 18세는 보호 또는 관리의 대상인 ‘우리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와 동등한 시민이다. 이 집단이 정치에서 배제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현행 선거법이 19세 미만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4년 전 헌재 판결은 입법자의 합리적 재량에 따라 정한 법이라는 이유였다. 헌재는 헌법 24조를 들어 선거연령을 어찌 정할지는 입법자에게 위임됐다고도 밝혔다. 이제 시민사회가 수년 동안 요구해온 변화가 대선을 거쳐 입법기관으로 넘어갔다. 국회가 합리적 재량에 따라 18세 시민들을 포용하기를 기대한다.

손이상 문화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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