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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월 9일] 통일, 남북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명제

입력
2014.01.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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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을 유난히 강조하였다. 박근혜정부 국정기조 중 하나인 평화통일기반 구축 작업을 집권 2년차에 본격적으로 이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다.

통일시대가 열리면 한국경제의 재도약, 민족 융성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의지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반세기를 훌쩍 넘은 분단이 분명 한민족의 부흥과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은 반드시 이룩해 내야 하는 과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통일 비용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 통일과 관련된 국민적 무관심, 북핵문제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현실 인식들도 기자회견을 통해 나름 잘 전달되었다고 본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이 하나 있다. 통일은 반드시 이뤄야 할 '우리의 소원'이자 '대박'같은 존재이긴 하나 어떤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통일을 외치거나 혹은 치밀하게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쪽박'이 될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70여년 한반도 분단의 역사 속에서 통일 문제는 매우 정치적으로 활용되었다. 1970년대 본격적인 체제 대결기에는 서로의 통일 방식의 우월성에 대해 주장하였고, 80년대 체제 대결이 마무리되고 공산권이 붕괴될 무렵부터는 흡수통일론이 팽배하였다. 공공연히 북한 체제의 붕괴론이 만연하였고 흡수통일론, 북한붕괴론에 기반한 대북정책은 남북관계의 경색과 체제생존 수단으로서의 북한의 핵개발을 더욱 부추겼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는 화해협력과 평화번영을 강조하면서 흡수통일 배제를 분명히 했다. 이명박 정부시기에는 남북관계가 바닥을 치고 있음에도 통일문제를 꺼냈고 더욱 기막히게는 통일재원 문제를 가시화하였다. 이러한 과거의 모습들은 그동안 우리의 통일정책이 얼마나 일관되지 못했나를 드러내는 것이다.

북한에서 불안정한 요소가 돌출하면 언제든지 수면위로 부상하는 흡수통일론, 북한붕괴론으로 우리는 북한을 변화시킬 많은 기회와 정책수단을 놓쳐온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뇌졸중 발병이후 북한의 불안정과 관련하여 돌출했던 북한 붕괴론과 흡수통일론이 장성택 사건이후 북한 불안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지금의 통일론과 유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통일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해 북핵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일을 추구한다는 것은 매우 상반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로 해석된다면 북한 정권의 흡수통일 불안감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고 핵포기보다는 핵집착의 유혹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통일문제를 논의할 때는 단계론, 점진론이 맞다. 남북화해협력을 통해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후 불과 30~40년만에 중국은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정치, 군사, 인권, 사회 등 많은 분야에서 변화를 경험하였고 또 그 과정은 현재 지속되고 있다. 북한을 무력을 통해서 붕괴 혹은 굴복시킬 수 없다면 경제 사회변화를 통해 핵무기가 불필요한 요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중국이나 국제사회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는 한편으로 남북 화해협력을 다시 추진하여 북한 사회를 거대한 변화의 물결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마련된 지 20주년이 다되었다. 오히려 과거 군사정권, 보수정권이 흡수통일론의 유혹에 빠졌으면서도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을 토대로 평화통일방안을 입안한 것을 보면 이는 결코 통일이 한순간에 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통일'이라는 두글자는 언제라도 꺼내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장인의 손길 속에서 무수히 많은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명검처럼 통일은 남북이 함께 하면서 한땀 한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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