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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1대로 쿠데타? 베네수엘라 대법원 테러 ‘자작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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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1대로 쿠데타? 베네수엘라 대법원 테러 ‘자작극’ 논란

입력
2017.06.2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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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성명문을 읽고 있는 오스카 페레스. 인스타그램 @oscarperezgv
반정부 성명문을 읽고 있는 오스카 페레스. 인스타그램 @oscarperezgv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27일(현지시간) 발생한 대법원과 내무부 건물을 노린 헬기 공격 사건을 둘러싸고 연일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로 수세에 몰린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자작극’을 꾸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범인이 헬기 1대를 탈취해 정부 건물을 공격하기는 했지만 아무런 인명 피해도 입히지 않은 사건인데다 범인의 행방이 오리무중이고 마두로 정권은 ‘극단주의 테러’ ‘정부 전복 시도’ 등 과격한 단어를 써가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서다.

베네수엘라 군은 28일 자신을 베네수엘라 범죄수사대(CICPC) 특별대응팀 소속 조종사 오스카 페레스로 밝힌 헬리콥터 조종사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레스는 범행 수 시간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반정부 활동 지지를 호소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국영 AVN통신은 공격이 발생한 카라카스 북동쪽 해안가 이게로테에서 버려진 헬기가 발견됐지만 범인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라고 전했다. 네스토르 루이스 레베롤 내무장관은 인터폴에 용의자 국제수배를 요청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반정부 세력의 쿠데타 시도’이자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정부 진영에서는 실제로 이 공격이 쿠데타 시도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나 범인의 행적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페레스가 헬기를 탈취해 내무부 건물을 향해 기총으로 15발을 사격하고 대법원에 수류탄 4발을 투하한 것이 전부기 때문이다. 공격으로 인한 부상자도 없었고 수류탄 중 1발은 불발로 끝나기도 했다. 조직적 쿠데타라고 하기에는 페레스와 동조하는 행동을 벌인 군이나 경찰도 없다. 안전 문제로 드론조차 비행이 금지된 카라카스 도심 정부 주요 건물 근처를 헬기가 아무 제지 없이 날아다닌 것부터 상식적이지 않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번 공격이 7월 30일 마두로 대통령이 제안한 제헌의회 투표를 한 달 앞두고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더 나아가 무장 탄압의 명분을 쌓으려는 자작극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마두로 대통령은 27일 공격이 발생하기 전 연설에서 “투표가 실패한 가운데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볼리바르 혁명을 지키기 위해 나와 나의 지지자들은 무기를 들 것”이라며 무장탄압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야당연합 지도자인 훌리오 보르헤스 국회의장은 헬기 공격 사건을 “마치 영화 같다”면서 “이번 공격을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하는 이도 있고 진짜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는 썩어가고 있으며 우리 민족은 존엄성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주범을 자처한 페레스는 2015년 ‘사형 집행유예’라는 영화를 공동 연출하고 자신도 출연해 납치 피해자를 구조하는 수사관 연기를 한 경력도 있다. 당시 홍보를 위해 TV에 출연한 페레스는 스스로 “헬기 조종사, 전투 잠수부, 자유낙하 전문 스카이다이버이다”고 소개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당시 현지 언론이 페레스에게 ‘베네수엘라의 제임스 본드’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오스카 페레스가 자신이 참여한 영화 '사형 집행유예' 제작 과정을 취재한 현지 공영방송 TVes 프로그램에 등장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오스카 페레스가 자신이 참여한 영화 '사형 집행유예' 제작 과정을 취재한 현지 공영방송 TVes 프로그램에 등장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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