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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TF 꾸려, 오색케이블카 강행한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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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TF 꾸려, 오색케이블카 강행한 박근혜 정부

입력
2018.03.23 17: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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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환경부 ‘삭도TF’ 구성

사업보고서 초안 직접 작성

산양 59마리→ 1마리로

식물 보존가치는 낮게 조작

“환경부가 환경파괴 앞장선 것”

제도개선위, 부동의 강력 권고

사업 다시 백지화 가능성 높아

설악산. 게티이미지뱅크.
설악산. 게티이미지뱅크.

2015년 8월 28일 국립공원위원회가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세번째 심의 만에 승인하자 당시 강원 양양군수는 “20년 넘게 진행되어온 지역현안이 해결돼서 정말 기쁘다. 3만 군민의 승리이자 150만 강원도민의 승리”라며 자축했다. 오색케이블카는 오색지구부터 대청봉 인근 해발 1480m 끝청 봉우리까지 3.5㎞를 잇는 사업. 앞서 양양군이 1995년부터 추진했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 2013년 두 차례나 국립공원위원회의 문턱을 넘는데 실패했다. 케이블카 사업이 ▦특별보호구역에 해당하는 식생대를 훼손하고 ▦경제성도 떨어지며 ▦멸종위기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이유였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180도 뒤집어진 것이다. 환경 훼손 최소화와 관광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당시 정부가 온갖 ‘부정행위’를 동원해 관철시킨 결과물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정부 환경부의 폐단을 조사하고 불합리한 제도 등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환경부의 위촉을 받아 발족한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제도개선위)는 박근혜 정부에서 비밀리에 구성된 환경부 ‘삭도(케이블카) TF’가 사업 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국회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등 사업 승인을 주도하며 다수의 부정행위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제도개선위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케이블카 설치를 원했던 박 전 대통령과 재계의 요구가 빗발치자 환경부는 같은 해 4월 30일을 전후해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을 단장으로 하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19명으로 구성된 삭도 TF를 사업 승인이 날 때까지 가동했다. 삭도 TF는 독립기구인 국립공원위원회가 케이블카 사업의 타당성 심의를 위해 민간전문가위원회에 위탁했던 보고서 초안을 직접 작성하는 등 비공개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삭도 TF는 2015년 국회에 민간전문위원회 종합검토보고서 작성에 관여하고도 환경부가 ‘보고서 원본을 수정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는 등 위증 의혹도 받고 있다.

환경부 삭도(케이블카) 비밀 TF 구성, 운영 관련 문서. 환경정책 제도개선 위원회 제공
환경부 삭도(케이블카) 비밀 TF 구성, 운영 관련 문서. 환경정책 제도개선 위원회 제공

뿐만 아니라 최대 59마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 산양의 개체수를 1마리로 제시 하거나 보존가치가 높은 아고산대 식생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기재하는 등 케이블카 설치 예정 지역이 보존 가치가 낮은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용신 제도개선위 소위원장은 “환경보호에 앞장서야 할 환경부가 공원위원회의 독립성까지 침해하면서 환경파괴에 앞장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국립공원위원회의 승인 후 문화재청이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설악산의 현상변경 승인을 거부하면서 다시 제동이 걸렸지만 행정심판위원회가 양양군의 손을 들어주면서 환경부가 관할하는 마지막 관문인 환경영향평가만을 남겨 두고 있다. 하지만 제도개선위가 이날 환경부에 부동의를 강력 권고하면서 사업은 다시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영양평가서를 검토해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더 이상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도개선위는 그 밖에도 입법 부작위(공백) 상태에 있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도의 정상화와 환경영향평가제도의 내실화를 위한 환경부의 후속 조치를 권고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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