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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관계개선 위한 군축 선행은 위험

입력
2018.05.23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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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새벽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수용하면 김정은의 체제보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북한 태도에 따라 미국이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던 분위기가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돌변으로 앞을 보기 힘든 안개 속으로 들어간 형국이다. 예년 수준의 연례적인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이해한다고 했던 북한이 연례훈련인 2018 맥스선더 훈련을 빌미로 고위급회담을 취소한 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남측 기자단만 빼고 방북을 허용했다가 막판에 입장을 바꿨다. 이런 점들을 볼 때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에서 보여줬던 김정은의 그 간절한 표정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가 국방개혁2.0 최종안을 청와대에 보고했으나 반려됐다는 소식이 지난 15일 보도됐다. 국방개혁2.0은 저조한 출산률로 인해 줄어드는 병력자원을 감안하고 새로운 안보환경과 전장상황에 대비한 국방개혁안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병력을 줄이는 대신 장비를 첨단화하여 전력을 강화한다’이다. 세부적으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 2022년까지 병력을 11만명 줄여 50만명으로 만들고,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하며, 공세적 신작전개념을 적용하여 킬체인-요격-대량응징보복으로 이어지는 3축 체계 전력을 구비한 후, 2023년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 받겠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중 선거공약으로 상당부분 주장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청와대가 이런 국방개혁안을 반려한 이유가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감안하여 군축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공세적 전력이나 개념은 물론 국방예산의 증액 등에 대해 개념을 바꾸거나 축소하라는 뜻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내용이다. 안보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여 계획과 전력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 하더라도 비핵화를 완성하기 전까지는 핵에 대비한 전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최소한 지금의 일본이나 중국 정도 수준의 군사적 신뢰감이 생기기 전까지는 공세적 개념이나 응징보복 전력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이 안보의 상식이다.

1990년에 통일한 독일 사례를 보면 최대 안보위협국인 소련이 1991년에 붕괴됐다. 2004년 독일과 동쪽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폴란드와 체코가 EU에 가입함으로써 독일 주변에 적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독일은 그 후 7년이나 징병제를 유지하다가 안보상황 변수를 최종 확인 한 후 2011년에 가서야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했다. 현재 병력 18만5,000명인 독일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 한 후 2023년까지 병력을 1만9,000명 증강한다. 올해는 우리나라보다 약 6조원 정도 더 많은 50조원 가량의 국방예산을 책정하여 첨단 군사력을 건설하고 있다.

이미 5차례나 핵 관련 약속을 어긴 북한이 지금처럼 변덕을 부리는 것이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08년 영변의 5㎿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행사를 했던 북한이 그 후 핵개발을 얼마나 빠르고 성공적으로 진행했는가를 우리는 봐왔다. 핵을 완성한 북한이 핵실험장을 무너뜨린다고 고무될 필요가 없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냉정하게 지켜 본 후 신뢰가 쌓였다고 판단 됐을 때 군축을 논의해야지 관계개선을 위해 군축을 선행하는 것은 위험하다. 국방부 또한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 이후 주변국에 대비한 전력을 고려해서 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구상하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국가와 국민의 목숨을 담보하는 안보는 흥정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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