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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 "뻔한 코미디 왜 했냐고? 고 유재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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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 "뻔한 코미디 왜 했냐고? 고 유재하 때문에!"

입력
2016.12.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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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은 “여학생 교복 치마를 입었더니, 어디 앉을 때 나도 모르게 조심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NEW 제공
차태현은 “여학생 교복 치마를 입었더니, 어디 앉을 때 나도 모르게 조심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NEW 제공

“비슷해요? (기계로) 만졌나? 하하.”

농담처럼 툭 던지듯 말했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다. 그럴 만도 했다. 불멸의 감성 아이콘인 고 유재하와 노래하는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했으니 말이다. 배우 차태현(40)은 주연을 맡은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1월 4일 개봉) OST에서 유재하의 곡 ‘지난 날’을 직접 불렀다. 26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차태현은 “작품을 위해 노래 부르는 거야 특별한 게 없지만, 유재하라 남달랐다”고 말했다.

영화 제목도 유재하의 대표 곡에서 따왔다. 그렇다고 유재하의 일대기를 그리거나 유재하를 기리는 영화는 아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휴먼코미디 장르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유명 작곡가이자 음반 프로듀서인 이형(차태현)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여고생(김윤혜), 할머니(선우용여), 형사(성동일), 교사(배성우) 등의 몸에 빙의돼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차태현이 100번은 우려먹었을 법한 소재다. 음악이 주요 테마인 건 영화 ‘과속스캔들’(2008)을 닮았고, 영혼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건 ‘헬로우 고스트’(2010)와 판박이다. 새로울 것도 없는, 어쩌면 한풀 꺾인 ‘차태현표 코미디’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이 있을까.

차태현은 이에 대해 “인정한다”고 했다. 이어 “배우로서 개인적으로는 (출연)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작품”이라고 고백했다. 그간 수도 없이 했던 장르인데다 캐릭터도 딱히 달라진 게 없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그의 마음을 잡아 끈 건 “바로 유재하”였다.

“다른 건 몰라도 유재하의 노래를 (영화에서) 쓸 수 있다는 게 크게 다가왔어요.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각 캐릭터의 테마곡에 그의 노래를 쓰는 설정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려고 하니 안 되더라고요. 결국 두 곡에 만족해야 했죠.”

차태현은 ‘사랑하기 때문에’와 ‘지난 날’만이 쓰인 게 아직도 아쉽기만 하단다. “‘그대 내 품에’ 하나만 더 들어갔어도 좋았을 텐데”라면서. 하지만 영화 속에서 흐르는 이 두 곡만으로도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며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여고생으로 빙의된 차태현(왼쪽)이 김유정과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NEW제공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여고생으로 빙의된 차태현(왼쪽)이 김유정과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NEW제공

그렇다고 차태현의 능청 연기가 빠질 수는 없는 노릇. 여러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는 뻔한 설정이라, 그간 보여줬던 코믹 요소에 양념을 더해 강도를 높였다. 여자 교복을 입고 서울 신촌 일대를 돌아다니며 “이렇게 불편한 걸 입고 다녀?”라고 투덜대고, 산부인과 수술대에 아이를 낳을 듯 누워서는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며 불안한 대사를 읊어댄다.

유치한 듯하지만 이번 영화가 기대를 모으는 건 현 시국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탓인지 영화계에선 그 어느 때보다 코미디 영화가 빛을 발하고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에 “골치 아픈 스릴러보다 코미디”로 관객이 몰린다는 분석이 많다. 유해진 주연의 영화 ‘럭키’가 약 700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조정석ㆍ도경수의 ‘형’ 역시 300만 명을 불러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이런 바람을 타고 내심 흥행에 대한 기대가 클 법한데, 차태현은 “우리 영화가 별로라는 평가를 받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며 스스로 입 단속을 했다.

차태현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 아이의 아빠지만 유부남 등 ‘아재’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영화 첫 주연작 ‘엽기적인 그녀’(2001)부터 ‘연애소설’(2002)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새드 무비’(2005) ‘복면 달호’(2007) ‘과속스캔들’(2008) ‘슬로우 비디오’(2014) 등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순정남이나 청춘의 아이콘을 대변해온 걸 보면 그렇다.

“얼굴이 동안이라 그런가 봐요”라는 차태현.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이에 맞는 역할을 찾게 된다고 한다. 요새는 영화 ‘7번 방의 선물’이나 KBS 수목극 ‘오 마이 금비’ 같은 부성애를 그린 작품에 눈이 간다. “그렇지만 딱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를 아직 못 만났다”고 했다. “역할로 변신을 못하면 장르를 바꿔서 도전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며 “최근 들어오는 스릴러 장르(시나리오)에 눈이 가는데, 누가 봐도 내가 범인인 스토리가 문제”라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배우의 변신은 당연하지만 반감을 살 정도로 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나름의 소신이 20년 간 영화, 방송계에서 두루 사랑을 받은 비결이 아닐까 싶다.

최근 KBS 연예대상에서 ‘해피선데이-1박2일’의 멤버 김종민이 대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2012년부터 ‘1박2일’의 식구가 된 차태현은 “(김종민의 수상은)역사적인 일”이라며 다양한 연예인들에게 수상의 기회가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전했다. 그러더니 장난기가 발동한 듯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내년이면 ‘1박2일’도 10주년이네요. 아~~ 그럼 내년에도 못 나오겠네요. 나올 타이밍을 놓쳤네.” ‘1박2일’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말이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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