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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택배, ‘상생의 일자리’ 되어야

입력
2017.10.15 10:0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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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에는 많은 사연과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시골에서 손주들을 생각해 보내주시는 농산물부터 외지에 홀로 사는 자식을 위한 애정 어린 밑반찬들, 생일을 맞은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한 깜짝 선물까지 택배 상자 속에는 우리의 정과 사랑이 가득 숨어있다. 그리고 택배 상자 하나가 배달되어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택배 기사의 많은 땀과 수고가 덧입혀진다.

1992년 시작된 택배 산업 규모는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첫해 1,000만 상자 수준이던 택배 물량은 2016년 20억 4,666만 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적으로 전 국민이 41 상자의 택배를 이용한 셈이다. 소비자 기준 2,500원 내외의 금액으로 고품질의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 택배 비용 대부분이 인건비임을 고려하면,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금액으로 우리가 누리는 행복은 21세기 판 산타클로스인 택배 기사들의 희생에 따른 결과물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커피보다 싼 가격으로 우리 일상에 편리함을 선물하고 있는 택배 서비스에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택배 운임은 역대 최저치를, 택배 물동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노동시간은 늘어났으나 실질적인 급여 수준이 여전히 낮을 수밖에 없다. 택배 기사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 개선이 언제까지나 가능할 리 없고 이는 곧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연결된다.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택배 피해사례들을 보면 분실이 가장 많고 훼손ㆍ파손이 그 뒤를 잇는다. 택배 기사 혼자서 하루에 150여 개의 물건을 배달하다 보니 물건을 집 앞에 두고 가거나 경비실에 맡겨버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택배 기사가 물건을 하나 배달했을 때 실제로 얻는 수익이 500원 남짓이다 보니 항상 시간에 쫓겨 일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는 택배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지옥의 알바’라고 불려왔던 택배 기사 등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한다. 택배 상ㆍ하차 작업 자동화와 같은 노동력 절감을 위한 기술개발(R&D)에 올해부터 2022년까지 1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2014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택배 서비스 평가에 택배 기사 처우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소비자와 택배 기사 모두 상생하는 방안도 마련할 것이다. 택배 현장의 문제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하고 업계와 전문가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다. 택배 표준약관과 소비자 피해보상 기준도 검토해 택배 서비스 개선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산간 지역과 오지, 1인 주거지역에 대한 무인 택배함도 도입할 것이다. 제도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협조를 통해 본사 또는 영업점과 택배기사 간 표준 계약서를 개정할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계약 기간 중 수수료 임의조정 금지,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등을 명시해 택배 기사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한다.

다행히도 택배 종사자의 근로여건 개선 필요성에 대해 노ㆍ사ㆍ정 간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택배 기사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자녀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하고 실버 택배를 이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일자리도 나누고 있다.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산업 내부적으로 따뜻한 상생의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주문만 하면 물건이 척척 배달되는 택배 천국에 살고 있는 우리의 생각도 변해야 한다.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누리는 값싼 편리함의 이면에는 택배 기사들의 땀과 눈물이 서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택배 기사들은 오늘도 수천 개의 계단을 오르내리고, 아슬아슬하게 좁은 골목길을 오가며 우리에게 행복과 편리함을 선물하고 있다. 우리도 택배 기사에게 웃는 얼굴과 감사의 마음을 선물하자. 진정 세상을 바꾸는 것은 수많은 제도나 정책이 아닌 바로 우리의 따뜻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맹성규 국토교통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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