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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한일 위안부 합의 검증의 방향

입력
2017.10.24 15:4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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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내용과 맥락은 평가할 점 많아

양국 정부의 후속조치 태만이 문제

아베의 역사인식 회복을 부정해서야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총선에서 압승했다. 여세를 몰아 아베 총리는 미일동맹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과 함께 총선에서 공약했듯 자위대를 헌법에 명문화하는 개헌을 추진해 갈 전망이다. 일본의 분명한 보통국가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날로 고도화하는 북핵ㆍ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일본을 포함한 주변 우방국과의 갈등요소를 줄이고 협력관계를 확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7월 31일 출범한 한일 위안부합의 검증 TF의 논의가 어떻게 귀결될지 중요하다. 10월 12일, 강경화 외교장관은 국회답변에서 위안부합의의 과정과 내용에 대해 국민이 납득하지 않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런 기조에 따른다면 검증 TF는 위안부합의 자체를 파기하거나 재협상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필자도 2015년 12월, 당시 박근혜 정부가 급작스럽게 합의문을 발표하고, 이것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는 설명을 덧붙인 데 대해 석연찮게 여겼다. 그러나 합의문 자체의 내용과 그 맥락은 나름대로 평가할 만한 점도 있었다. 첫째, 일본 군대의 관여 하에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혔음을 일본 정부가 인정한 점이다. 둘째, 일본이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를 표명하는 차원에서 피해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점이다. 셋째, 그 일환으로 10억엔(100억원) 정도의 예산 조치를 일본 정부가 취하겠다고 한 것 등이다.

이런 합의 내용은 일본 국내정치나 국제사회에도 적잖은 의미를 가진다. 2012년 12월, 아베 정부의 재출범 직후, 일본 지도자들의 보수우경적 역사인식이 일본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큰 문제가 됐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각료 상당수가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을 침략전쟁이 아니라고 강변하려 했고, 전쟁 중 일본군대가 행한 난징(南京) 등지에서의 양민학살이나 위안부 피해에 대해서도 부정하려 했다. 이런 수정주의적 역사관에 대해 구미 사회의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비판적 입장을 보였고, 일본 국내에서도 양심적 지식인들이 비판에 가세했다. 비판에 직면한 아베 정부는 결국 2015년 8월 14일 발표한 종전 70년 담화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전쟁을 반성하는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으로 선회했고, 전쟁 기간에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이 손상된 데 대해서도 사죄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해 12월의 한일 위안부 합의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역사 수정주의 경향을 보이던 아베 정부가 국제사회 및 일본 국내 반발에 직면한 결과 종전 70년 담화와 위안부 합의를 통해 객관적 역사인식으로 회귀한 것이다. 만일 위안부 TF가 합의 내용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한국 스스로 아베 정부의 건전한 역사인식 회귀를 부정하는 결과가 되어,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은 물론 국제사회도 의아하게 여길 가능성이 있다.

그간 국내 위안부 피해자나 관련 단체들이 주장해 온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 법적 책임의 표시 등의 요구들도 대체로 합의문에 담긴 게 아닌가 생각된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당시 지도자들이 합의문 발표 직후에 위안부 피해자나 관련 단체들을 직접 찾아가 합의 내용들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은 명백하다. 아베 총리도 합의문에 나타난 정신과는 무관하게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를 표명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양국 정부의 후속조치 태만이 위안부 합의 자체에 대한 오해와 불만을 증폭시킨 측면이 컸다고 본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 TF는 왜 양국 정부가 각각의 후속조치 이행에 소홀했던가를 중점적으로 검증했으면 한다. 이와 달리 위안부 합의 자체를 파기하자는 결론에 이른다면, 아베 정부의 수정주의적 역사관을 제어할 중요한 합의를 걷어차는 결과가 된다. 또한 그것이 고조되는 북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구축해야 할 공조의 틀을 흔들 수도 있어 걱정이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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