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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굿즈 열풍] 평창 롱패딩 디자인 10여번 뒤집어

입력
2017.12.20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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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롱패딩을 제작한 롯데백화점 평창라이선스팀이 수호랑 인형을 안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평창 롱패딩을 제작한 롯데백화점 평창라이선스팀이 수호랑 인형을 안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3만 장이 모두 팔린 평창 롱 패딩은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10번 이상의 시행 착오를 거쳤다. 롯데백화점 평창라이선스팀의 이문경 책임은 “겉감부터 평창 올림픽 슬로건인 ‘패션 커넥티드’를 달 패치의 위치와 옷 색상 등을 바꾸고 또 바꿨다”며 웃었다. 기획할 때만 해도 패딩 판매에 대한 기대보다 걱정이 컸다. 지난해 패딩 열풍이 불긴 했지만, 정치적 문제로 평창 올림픽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싸늘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도 평창 올림픽 굿즈 최고 기대작은 패딩이 아닌 인형이었다. 평창 롱패딩이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화제가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올림픽 기념 상품이란 걸 너무 드러내지 않아 오히려 주목받았다.

장갑도 비슷하다. 올림픽 관련 캐릭터 대신 ‘손가락하트’를 내세워 빛을 봤다. 동계 올림픽 단골 기념품인 장갑에 사랑이란 서사와 국내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포즈를 넣어 새로움을 준 덕분이다. 대신 손가락하트 모양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손가락 윗부분만 색을 달리해 동그랗게 바느질하는 대신 사선으로 직조해 제 모양을 냈다. 롯데백화점 평창라이선스팀이 굿즈 제작에 중요하게 여겼던 키워드는 실용성과 생활밀착형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을 제작한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팀장. 최지이 인턴기자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을 제작한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팀장. 최지이 인턴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은 ‘역사의 증거물 탈피’를 굿즈 제작의 목표로 삼았다. 박물관 내 기념품이 그간 교육적 가치에 방점을 둬 제작돼 구매자로 하여금 피로감을 줬기 때문이다. 변화는 2014년부터 시작됐다. 중학생이 박물관에 직접 전화해 ‘우린 왜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영국박물관처럼 로고 상품이 없느냐’고 물은 것 등이 변화의 자극이 됐다.

디자인 측면에선 정보 대신 가치 심기에 주력했다. ‘윤동주 유리컵’에 인물 사진을 넣지 않고, 그를 대표하는 시 ‘별헤는 밤’ 일부를 넣어 사소한 물컵에 서정과 문학적 의미를 줬다. 유물이라고 해도 버릴 것은 과감하게 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신사임당의 ‘초충도’에서 수박 그림만 따로 떼 지갑에 반복 프린팅하면서 디자인의 통일성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윤동주와 신사임당 등 굿즈로 제작할 역사적 인물 선정은 문화적 흐름을 참고했다. 올해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윤동주가 스크린을 넘어 무대 등에서 재조명 받았고, 신사임당은 한류스타 이영애가 올 초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 출연하면서 새삼 주목받았던 인물이었다.

‘국립’이란 딱지를 달고 판매되다 보니, 제작에도 신경 쓸 일이 많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니면 제품 개발을 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만들어야 하는 제품은 개발을 포기한다. 문현상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팀장은 “휴대용 선풍기가 유행이라 한국적 문화 유산을 활용해 개발해보려 했는데 국내에선 생산 공장이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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