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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

등록 : 2018.01.11 19:00
수정 : 2018.01.11 21:40

[지구촌은 선거 중]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 록 즐기는 개방파 디아스카넬이 뜬다

쿠바 3월 11일 총선... 라울 카스트로 퇴임, 미겔 디아스-카넬 최고지도자로

등록 : 2018.01.11 19:00
수정 : 2018.01.11 21:40

8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쿠바 혁명 59주년 기념’ 퍼레이드에서 한 소녀가 피델 카스트로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아바나=AP 연합뉴스

중미 카리브해에 위치한 ‘열정의 나라’ 쿠바에선 매년 새해 첫날 대규모 축제가 열린다. 1959년 1월1일 새벽 쿠바의 ‘혁명 영웅’ 피델 카스트로가 게릴라군을 이끌고 수도 아바나를 접수하는 데 성공, 당시 독재자였던 풀헨시오 바티스타를 몰아내고 혁명 정권을 수립한 것을 축하하는 행사다.

그로부터 59년이 흐른 올해도 ‘혁명 기념식’은 1주일 동안 성대하게 치러졌다.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 공연을 비롯해 음악 밴드의 콘서트, 어린이들을 위한 마술쇼 등이 쿠바 전역에서 개최됐다. 각 도시 광장에는 혁명의 깃발이 쉴새 없이 나부꼈다. 쿠바 유일 주간지인 트라바하도레스는 혁명 이후 교육과 의료, 과학 연구 등의 분야에서 엄청난 진보를 이뤘다며 “2018년은 역사에 반영될 만한 해”라고 평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은 전했다.

막 내리는 ‘카스트로 형제 59년 통치’

하지만 2018년이 쿠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쿠바의 상징과도 같던 ‘카스트로’라는 이름은 조만간 이 나라의 최고권좌에서 사라지게 된다. 혁명정권 출범 후 총리(1959~1976년), 국가평의회 의장(1976~2008년 2월) 등을 지내며 쿠바를 통치했던 피델 카스트로는 2006년 7월말,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최고지도자 자리를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임시 이양’한다고 발표한 뒤 2선으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2016년 11월 25일, 90세를 일기로 혁명가이자 독재자로서 파란만장했던 삶을 마감했다.

2008년 2월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형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넘겨받은 라울은 2013년 2월 임기(5년)를 연장하면서, “이번이 마지막이고, 2018년 퇴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라울이 약속을 지킨다면 ‘카스트로 형제 59년 통치시대’가 올해 막을 내리게 되는 셈이다. 쿠바 국민들로선 ‘피델’의 사망 한 달여 만에 맞이했던 작년 1월1일(혁명 58주년 기념식)에 이어, ‘라울’과의 작별을 앞둔 올해 1월1일(혁명 59주년 기념식)까지 2년 연속 복잡한 심경으로 새해 첫날을 맞이했을 법하다.

그리고 이제 ‘포스트 카스트로’의 쿠바를 이끌 차기 지도자 선출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3월 11일 쿠바 인민권력국가회의(이하 국회) 의원을 뽑는 총선 및 주(州)의원 선거가 치러 친다. 이 때 선출된 국회의원 612명은 4월19일 예정된 첫 회기에서 국가평의회 의원 31명을 선출한다. 이들 평의회 의원 중에서 대통령직을 겸하는 국가평의회 의장, 곧 라울 카스트로의 후임자가 나오게 된다. 당초 이런 절차들은 2월 말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작년 쿠바를 휩쓴 허리케인 ‘어마’의 피해 복구로 일정이 다소 미뤄졌다.

다만, 공산당 일당체제 국가인 쿠바에서 총선 결과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출마 후보들은 각 지역구마다 1명씩이어서 찬반 투표에 불과한 데다, 절반은 작년 11월26일 치러진 시의원 선거로 당선된 1만2,515명 중에서 결정되고, 나머지를 노동조합 연맹 등 공산당이 통제하는 기관에서 지정한다. 공산당 입김이 절대적인 셈인데, 실제로 현재 국회의원들은 모두 공산당원들이다. 특히 국가최고권력기관인 국가평의회 의원 자격은 공산당원들에게만 주어진다. 외신들이 “공산당원으로 출마자격이 제한되진 않은 시의원 선거가 (그나마) 쿠바에선 가장 민주적 선거”(이코노미스트), “쿠바의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개 선거과정은 시의원 선거가 유일하다”(로이터 통신) 등의 이유를 들어 총선 자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2016년 7월 8일 쿠바 아바나 국회의사당에서 라울 카스트로(왼쪽) 국가평의회 의장과 미겔 디아스-카넬 수석부의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바나=로이터 연합뉴스

“새 집권세력 강해져야 쿠바 혁명 지속”

현재로선 국가평의회의 ‘2인자’인 미겔 디아스카넬(58) 수석부의장이 차기 의장직을 꿰찰 것이라는 게 해외 언론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혁명 이듬해인 1960년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쿠바 혁명군 복무(1985년)와 공산당 입당(1993년)을 거쳐 비야클라라주 당 위원회 1서기를 맡았다. 2003년 최연소 공산당 정치국 위원, 2009년 고등교육부 장관에 이어 2012년 국가평의회 부의장(5명 중 1명)까지 지냈지만, 2013년 2월 수석부의장에 오를 때까진 세상 이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영국 일간 가디언은 디아스카넬의 프로필 기사를 게재하면서 “대부분은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겠지만, 지난 30년간 공산당 위계구조 하에서 최고 수준의 길을 밟아 왔다”면서 ‘혜성 같은 등장’은 아니라고 했다. ‘카스트로 형제’의 후계자 물망에 올랐다가 지나친 야심을 내보여 숙청된 다른 이들과는 달리, 조용하고 신중하게 행동해 왔다는 말이다. 라울 카스트로도 자신의 퇴임계획을 밝히면서 “디아스카넬은 갑자기 출세한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힘을 실어줬다. 공산당 내 헤게모니 암투가 물밑에서 진행 중인 게 아니라면, 쿠바 사회주의 역사상 처음으로 비(非) 혁명세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은 기정사실이라는 얘기다.

디아스카넬의 집권은 2014년 말 미국과의 국교정상화 합의 후 시작된 쿠바의 개혁ㆍ개방 물결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로큰롤 음악을 좋아하고 비틀스 팬인 데다, 쿠바 인터넷 접속환경 개선 추진, 동성애자 권리 옹호 등의 행보에서 보듯 기존 공산당 지도부보다는 훨씬 개방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성향을 보여 왔다. 쿠바 전문가인 아놀드 어거스트는 지난 2일 중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에 “새 대통령은 민주화, 개방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집권세대가 강력해질수록 쿠바의 주권을 지키기도 수월해지고 쿠바 혁명 역시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단정은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라울 카스트로가 조만간 국가평의회 의장직은 내려놓는다 해도,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산당 1서기직은 2021년까지 유지할 예정이라 당분간은 ‘카스트로의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마이애미대 ‘쿠바-미국연구소’의 제이미 수치리키 소장은 지난해 말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디아스카넬에겐 대중과 당, 군부의 지지기반이 없다. 그는 쿠바를 이끄는 사령관 9, 10명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 2017년 2월 비공개회의에서 ‘반미 발언’을 한 사실이 공개된 디아스카넬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때와는 달리, 대(對)쿠바 강경정책으로 돌아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지도 주요 관심사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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