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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美 백인우월주의, 트럼프 묵인에 ‘기세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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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美 백인우월주의, 트럼프 묵인에 ‘기세 등등’

입력
2017.08.1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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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보수여 집결하라’ 집회에 참가해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남부연합기(적색), 국수주의 단체 ‘남부리그’ 깃발(백색) 등을 들고 ‘해방공원’ 입구에 몰려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보수여 집결하라’ 집회에 참가해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남부연합기(적색), 국수주의 단체 ‘남부리그’ 깃발(백색) 등을 들고 ‘해방공원’ 입구에 몰려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 세력의 대규모 집회가 유혈 충돌을 불러일으키면서 시민 1명을 포함해 3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인종 차별주의적 발언과 정책을 쏟아내며 백인 우월주의 집단에 힘을 실은 결과 ‘올 것이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을 회피하며 인종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샬러츠빌 도심에서 열린 극우 백인 우월주의 집회에 참가한 20대 남성이 ‘해방 공원’ 인근에서 흑인 민권단체 시위대를 향해 차를 몰아 행인 1명이 사망하고 최소 19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 운전자는 오하이오주 소도시 모미 출신의 제임스 앨릭스 필즈 주니어(20)로 공화당원이자 온라인 기반의 극우 집단인 ‘알트라이트’ 지지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외 시위 안전을 지원하던 경찰 헬기가 샬러츠빌 외곽 삼림지대에 추락해 조종사 1명과 경찰관 1명도 사망했다.

이날 샬러츠빌에는 각종 극우주의 단체 회원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어 폭력 사태를 촉발했다. ‘보수여 집결하라(Unite the Right)’라는 이름으로 조직된 주말 집회는 명목적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였지만, 사실상 흑인 탄압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남부연합(남북전쟁 당시 남부 11개주 정부) 관련 기념물 철거에 항의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11일 밤 버지니아주립대 내 횃불 시위를 시작으로 다음날 나치 상징 깃발을 흔들고 해방 공원으로 행진하며 “누구도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 “(인종)다양성은 집단 사기”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미 주간 뉴스위크는 시위 주동자인 극우 활동가 제이슨 케슬러와 알트라이트를 처음 주창한 리처드 스펜서, 청년 극우 단체를 이끄는 매튜 헤임바크 등 “백인 우월주의 계열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인물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시위대가 군복에 헬멧, 사제 방패 등으로 무장한 채 경찰 및 맞불 시위대와 충돌한 끝에 부상자도 속출했다.

경찰은 이번 시위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최루가스를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테리 맥컬리프(민주) 버지니아 주지사는 12일 극우 세력을 직접 겨냥해 “이 지역은 당신들을 조금도 원하지 않는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이어 “폭력사태가 악화할 경우 주 방위군까지 투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부연합 기념물 갈등 격화...전국 시위 번지나

샬러츠빌 사태가 하루 아침에 벌어진 것은 아니다. 이날 시위는 최근 미국 전역에서 남부연합 기념물 철거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극우 집회의 연장선 상에 있다. 2015년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흑인 교회 총격 사건 이후 남부연합 기념물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남부 지역의 여러 시 당국은 철거 결정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은 여전히 남부연합 관련 인물들을 영웅으로 추앙하며 기념물 보존을 요구하고 있는 형세다. 샬러츠빌의 경우에도 지난 4월 시 의회가 해방 공원에 위치한 남부연합 총사령관인 로버트 E.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후 갈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와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3일 미국 버지니아주 경찰이 전날 백인 우월주의 세력의 과격 시위가 열린 샬러츠빌 '해방공원'의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인근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경계 활동을 펼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3일 미국 버지니아주 경찰이 전날 백인 우월주의 세력의 과격 시위가 열린 샬러츠빌 '해방공원'의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인근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경계 활동을 펼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하지만 2년 넘게 이어진 갈등이 유혈 사태로까지 불거진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 탓도 있다. 인권법률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SPLC)는 앞서 샬러츠빌 사태를 예고하며 “백인 우월주의 세력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한껏 고무됐다“고 분석했다. 백인 우월주의 단체의 대표격인 ‘KKK’의 데이비드 듀크 전 대표도 이날 시위 참여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되찾는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며 트럼프를 직접 거론했다. 이에 지난해까지 소수 세력으로 흩어져 존재하던 극우주의자들이 트럼프 정권의 묵인 하에 점차 반대 집단과 정면 충돌을 일으킬 만큼 세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백인 우월주의 비난 사실상 거부

사태가 심각해졌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샬러츠빌 상황을 ‘백인 우월주의’의 폭력으로 규정하길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편(many sides)에서 나타난 지독한 증오와 편견, 폭력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사실상 반(反) 극우주의 시위대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증오와 분열을 끝내야 한다”면서도 폭력 시위를 주도한 단체명을 특정하거나 그들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는 하지 않았다.

미국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화당 코리 가드너(콜로라도)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 우리는 악한 자들의 이름을 정확히 불러야 한다”며 “(범행을 한)그들은 백인 우월주의자였고 이번 일은 명백한 테러였다”고 비난했다. 백악관은 뒤늦게 “대통령이 비난한 폭력, 혐오는 당연히 백인 우월주의자와 KKK, 신나치주의 등 모든 극단주의를 포함한다”고 해명했으나 진화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반극우주의 집회를 위해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시내에 모인 시민들이 12일 밤 도심 거리에 촛불을 켜고 있다. EPA 연합뉴스
반극우주의 집회를 위해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시내에 모인 시민들이 12일 밤 도심 거리에 촛불을 켜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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