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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하다 순식간에 도태되는 뉴 노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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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하다 순식간에 도태되는 뉴 노멀 시대

입력
2016.10.2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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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고 편한 것과 결별 못하면

가차없이 추락하는 시대

중산층 진입 차단된 2030 패기와

합리ㆍ상식 앞세운 영포티 결합

급변하는 한국사회의 혁신 주체로

/그림 12014년 6월 영국 런던에서 택시기사들이 우버 앱에 항의하며 파업시위를 하고 있다. 뉴 노멀 시대에는 우버와 같은 새로운 스타트업 기업들이 끊임없이 등장해 기존 산업을 대체한다. AFP 연합뉴스

당당한 결별

김용섭 지음

원더박스 발행ㆍ296쪽ㆍ1만5,800원

단호한 비관으로 시작해 묵직한 낙관으로 마무리되는 책이다. 트렌드 추적서 ‘당당한 결별’은 2000년대 이후 산업, 시장, 사회, 문화 전반에서 일고 있는 지각변동을 다룬다. 핵심 키워드는 뉴 노멀(new normal)이다. 뉴 노멀은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급변한 글로벌 경제상황을 칭하는 말이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새 기준, 표준, 플랫폼 등을 논할 때 두루 쓰인다. 책은 넘실대는 혁신의 물결 속에 아차 하는 순간 도태되기 쉬운 뉴 노멀 시대의 현실, 지향점 등을 차근차근 짚어간다.

저자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경영전략 컨설턴트, 콘텐츠 디렉터 등으로 활약 중인 트렌드 분석가다. 그에 따르면 뉴 노멀의 반대말은 올드 노멀(old normal)이 아니라 애브노멀(abnormal), 즉 비정상이다. 한때 표준, 지배자, 독점자였던 모든 것이 순식간에 뒤로 밀리는 정도가 아니라 가차없이 추락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취지다. 과거에 통했던 노하우만 붙들고 있다면 약간 낡은 존재가 되는 게 아니라 곧 비정상 취급을 받는다.

‘뉴 노멀 시대’를 이해시키기 위해 저자가 나열하는 국내 사례들은 당사자들로선 뼈아플 수밖에 없는 실패담들이다. 우리나라 PC통신 양대 산맥이던 천리안, 하이텔이 그렇다. 새로운 시장에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했던 것뿐이지만, 이 망설임의 결과는 도태였다. 이렇게 다음과 네이버의 등장을 구경만한 IT기업은 적지 않았다. 싸이월드는 또 어떤가. 전성기 미니홈피 회원수 2,600만명으로 전 국민에게 도토리 수집 본능을 자극했던 이 ‘국민 서비스’는 5년 뒤에나 등장한 페이스북 등에 밀려났다.

“우선 돈이 되는 편하고 익숙한 사업에 집중하느라 블루오션을 그대로 떠나 보내”고 만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이 경악과 공포의 시대상을 저자가 다각도로 담담하게 펼쳐 보이는 이유는 “익숙한 것과 결별은 이미 생존의 필수전제이며 이제는 그 태도가 한결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물론 그간 변화가 쉽지 않았던 이유는 수두룩하다. 저자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익숙한 것에 끌리며, 과거의 영광을 내려놓기 쉽지 않은 이들이 상부에 포진한 수직적 조직문화에선 특히 그렇다. 또 간신히 도달했다고 생각한 글로벌 표준 자체가 수시로 급변한다. 그래서 더욱 개인, 기업, 국가 등 각 주체가 주도적으로 과거와 결별하고 세상의 파괴자, 혁신자, 창조자가 되는 수 밖에는 도무지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런 진단은 ‘비정상 판명’ 직전이거나 이미 비정상이 되고만 한국사회에도 유효하다. 순혈주의, OECD 최장 노동시간, 서열과 기수문화 등 도처에 낡은 표준이 공고한 탓이다. 희망의 실마리는 ‘당당한 결별’의 중요한 주체를 제시하는 대목에서 발견된다. 주목하는 혁신 주체는 언더 독(2030세대)과 영포티(젊은 40대)다. 언더 독은 스포츠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은 약체 혹은 생존경쟁에서 낙오되거나 희생된 이들을 말하지만, 여기에서는 중산층 진입 가능성을 차단 당한 한국의 2030세대를 말한다. 영포티는 한국의 젊은 40대들로 얼리어답터 1세대, 유학 초창기, 강남좌파의 주축이자 과거 영광에 집착하는 50대 이상과 2030을 잇는 허리들을 일컫는다.

저자는 이념보다 합리와 상식을 우선시 하는 영포티의 힘과 부글부글 끓고 있는 2030 언더독의 패기가 만나면 뉴 노멀 시대를 헤쳐나갈 혁신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이 함께 설계한 창업 모델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연대까지 꿈꾼다. “40대가 2030 시절 속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그 영향이 50대에까지 미친다고 생각해보자. 보수도 훨씬 더 합리적 상식적 수준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결국 영포티가 어떤 정치적 성향을 발휘하는가에 따라 한국 정치의 흐름이 요동친다.”(228쪽)

한국의 언더독과 영포티는 정말 ‘환상의 커플’이 될 수 있을까. 저자의 기대에 희망을 걸고 싶다. “우리 사회가 가진 낡은 관성과 문제점으로부터 근본적으로 결별하기 위해서도 40대와 2030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이 환상의 조합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한국 사회를 바꿀 힘은 여기에서 나올 것이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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