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철
논설위원

등록 : 2015.02.04 17:20
수정 : 2015.02.04 21:10

[지평선]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규제

등록 : 2015.02.04 17:20
수정 : 2015.02.04 21:10

지평선

우리나라와 중국 전통의학을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한의학은 지금 적잖이 위축됐지만 옛날엔 온전한 발전이 이루어졌던 것 같다.

외과시술만 해도 그렇다. 기원전 1세기경에 쓰인 황제내경에는 ‘목구멍에서 위까지의 길이는 1척6촌’하는 식으로 이미 오장육부와 혈맥, 피부, 근육, 골격 등 모든 신체조직에 관한 정밀한 해부학적 지식이 집성돼 있다고 한다. 그런 지식에 근거해 중국 후한 시대의 명의 화타 같은 이는 ‘마비산’이라는 마취제를 써서 환자의 썩은 비장을 도려내는 외과수술에 성공했다고 전해질 정도다.

▦ 반면 근대 이전의 서양의학은 동양에 비해 낫다고 할 만한 점이 별로 없었다. 기원전 3세기에 쓰인 히포크라테스 전집엔 ‘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것은 메스로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등장할 정도로 의학 처치가 발달했지만 후대로 계승, 발전되지는 못했다. 그 결과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의사의 예방법이란 게 ‘에메랄드 같은 보석을 입에 물고 있거나, 변소 같은 곳의 지독한 냄새를 맡을 것’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 서양의학이 현대의학으로 거듭난 건 전적으로 18~19세기 과학기술의 도약에 힘입었다. 현미경 발명이 병원균의 발견과 백신 개발로 이어졌고, 마이신과 진통제 등의 개발이 치료에 신기원을 이루었다. X선 발견은 진단을 위한 기술로 도입돼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발전하는데 이르렀다. 의학적으로 직접 적용된 기술 외에, 전기나 동력 같은 기초 과학기술의 진보가 현대의학 발전에 미친 영향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막중할 것이다. 요컨대 동서양 의학의 성쇠를 가른 분수령은 과학기술의 접목 여부였던 셈이다.

▦ 요즘 중국의 한의학, 곧 중의학은 새로운 독자 발전을 모색 중이다. 아예 헌법에 중의학 발전을 규정해 놓은데다, 진단과 치료를 위해 현대의료기기나 기술을 적용하는데도 제한을 없애 진화를 촉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 한의학은 칸막이식 면허제도에 막혀 X선 촬영이나 초음파 검사조차도 못하게 돼있다. 최근 국내 한의학계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의료기기 사용규제를 없애달라고 요구하자, 의사들이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의사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는데, 가당찮은 얘기일 뿐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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