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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지으려면 증축제한 풀라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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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지으려면 증축제한 풀라는 주민들

입력
2017.11.14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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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지체장애학교 설립 설명회

주민들 ‘건립 선결조건’ 재차 요구

6월 무산 이후 또다시 개최 불투명

서울시 “학교 설립과는 별개 문제”

시교육청 “주민 합의 없이도 추진”

민ㆍ관협의체 꾸려 현안 논의 계획

지난 9월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에서 강서지역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을 위한 교육감과 주민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신지후 기자
지난 9월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에서 강서지역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을 위한 교육감과 주민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신지후 기자

‘무릎 꿇은 장애아동 엄마들’ 사건으로 파장을 일으켰던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 진통에 이어, 서초구 지체장애 특수학교(나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설명회 또한 주민들이 마을 건물 증축 제한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설명회 대신 민관협의체를 꾸려서 논의할 계획이며, 주민합의 없이도 학교 설립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13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당초 10월 중순으로 예정된 ‘나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 설명회’가 염곡동 주민들의 ‘종(種) 상향’ 요구로 한 달 가까이 미뤄지고 있다. 올해 6월에도 한차례 무산됐었다.

주민들은 “종 상향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채로 설명회를 여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염곡동 인근이 현재 2층까지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는데, 4층까지 증축이 가능하도록 종을 상향(1종 일반주거지역) 해달라는 것.

염곡동 인근 지역은 2002~2006년에 걸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되면서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지정됐다. 서울시는 2011년 전후 이 지역에 화장장이 포함된 서울추모공원을 지으면서 주민들과 대립을 거듭했고, 주민들은 보상책으로 종 상향을 요구했다. 갈등 끝에 2013년 서울시가 9개 마을(본ㆍ청룡ㆍ원터ㆍ능안ㆍ안골ㆍ홍씨ㆍ염곡ㆍ성ㆍ형촌)의 종 상향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실행되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은 나래학교 신설의 선결 조건으로 종 상향을 재차 요구하는 것이다. 염곡동 주민 대표 이모씨는 “인근에 화장장은 물론 특수학교인 다니엘학교도 있는데 나래학교가 더해지는 것은 지역균형 설립 원칙에 크게 어긋난다”며 “특히 종 상향이 해결되지 않은 채 개발 제한이 그대로 유지되면 마을의 낙후한 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사업부지 반경 0.5㎞에 위치한 건축물 176곳의 평균 층수는 1.8층 정도다.

주민들은 또 나래학교 공사를 위한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래학교 부지로 향하는 마을 골목이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로 좁은 데다 노인 인구가 많아 이대로 공사를 진행했다간 인명 사고 등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주민 합의 없이 설립을 강제하는 일에 대해선 정부 청원 등으로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학교 설립과 종 상향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며 “종 상향 문제는 서울 지역 내 그린벨트 해제 지역과 모두 연관돼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그린벨트 해제지역 관리방안에 관한 연구용역 결과를 받아본 후 내년 중 관련 정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이지만, 나래학교는 내년 초 첫 삽을 뜰 계획이라 주민 갈등이 거세질 공산이 크다.

서울시교육청은 설명회를 강행하는 대신 이번 주 안에 주민과 교육청, 서울시, 서초구청 측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민ㆍ관협의체를 꾸리고 현안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종 상향 문제 해결 여부와 관계 없이 나래학교는 설립 계획대로 절차를 밟아갈 것”이라면서 “다만 최대한 주민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통해 적극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나래학교와 서진학교는 모두 2019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지역은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15년간 특수학교가 설립되지 못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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