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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보복 살해엔 사형과 벌금 1억원”… 소말리아 ‘피의 보복’ 고리 끊어낼까

입력
2018.03.20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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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5월 아프리카 소말리아 중부 갈구두드주 주도인 두사마렙 동쪽 45㎞ 떨어진 마을에서 부족 간 분쟁으로 6명이 사망하고 9명 이상이 다쳤다. 예전부터 토지 소유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부족끼리 또 한번 충돌한 것이다. 지역 주민인 하산 알리 오마르는 아프리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싸움이 반복되고 있다. 두 부족은 오랜 기간 ‘피의 보복’의 역사를 쓰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복수가 또 다른 복수극을 낳는 이런 충돌은 소말리아에서는 아주 흔하다. 농경사회여서 물과 토지를 둘러싼 분쟁이 잦을 뿐만 아니라, 부족 전통이 뿌리 깊어 복수를 당하면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는 의식이 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악순환을 막아 보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소말리아 북부 사나그 지방의 ‘사드 유니스’와 ‘바이도’ 부족이 부족사에 길이 남을 협정을 체결했다. 보복 살해를 저지르는 사람에게 사형을 내리고, 가해자 가족에게는 현지 기준으로 천문학적 규모인 벌금 10만달러(약 1억원)를 물리기로 했다.

소말리아에서는 한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가 속한 부족이 연대책임을 진다. 그래야 명예롭고, 부족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부 응집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서로 다른 부족 구성원 사이에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부족 사이의 보상 협상이 잘 풀리지 않으면, 피해자 부족은 상대 부족의 누군가를 죽이려 든다. 피해자 부족이 보복해서 가해자가 되면, 상대 부족도 같은 방식으로 보복을 하게 된다.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는 ‘피의 보복’이 반복되는 이유다. BBC는 “오랜 가뭄으로 가뜩이나 목초지와 우물 등을 둘러싼 부족 간 갈등 요소가 많은 상황”이라며 “이런 피의 보복은 부족 간 폭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1991년 소말리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소말릴란드 정부가 중재했다. 국제사회 승인을 받지 못한 소말릴란드는 소말리아와의 영토 분쟁 지역인 사나그주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중재에 나섰다. 소말릴란드 관계자는 “양쪽에서 합의한 처벌은 매우 혹독한 것”이라며 “새로운 규율이 잘 작동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협약이 준수되고 확산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김광수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HK 교수는 “척박한 환경일수록 부족 정체성이 강한데, 소말리아는 다른 아프리카 나라보다도 어려운 환경”이라며 “일시적으로 폭력 사태가 중단될 순 있겠지만, 지속되는 걸 기대하긴 힘들다”고 예상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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