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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입장서 작곡"... 걸그룹 '필승조' 블랙아이드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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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입장서 작곡"... 걸그룹 '필승조' 블랙아이드필승

입력
2016.12.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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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왼쪽)과 라도로 구성된 작곡가팀 블랙아이드필승은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대중도 좋아해준다는 사실이 뜻 깊다”며 “특별하지 않아서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대중적인 곡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블랙아이드필승 제공
최규성(왼쪽)과 라도로 구성된 작곡가팀 블랙아이드필승은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대중도 좋아해준다는 사실이 뜻 깊다”며 “특별하지 않아서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대중적인 곡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블랙아이드필승 제공

30대 초반의 동갑내기 두 남자가 머리를 맞대고 이런 대화를 나눈다. “이럴 때 여자들은 어떤 심리일까?” “10대 소녀들은 이성을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지?”

‘내가 더 많이 좋아해도 상관없다’며 직설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당찬 여자(미스에이의 ‘다른 남자 말고 너’)를 그려보다가 최근엔 연인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수줍게 털어놓는 여자(에이핑크의 ‘내가 설렐 수 있게’)를 떠올려도 봤다. 올해 가요계에서 가장 주목 받은 인기 작곡가팀 블랙아이드필승이 걸그룹의 곡을 써가는 방식이 이렇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최규성(33)과 라도(33ㆍ본명 송주영)는 “역시 서로의 경험담이 최고의 영감”이라며 웃더니 “보통 남자들보다 여자들의 심리를 더 세세히 연구하는 편”이라며 곡 만드는 비결을 털어놨다. 걸그룹 노래의 경우 두 사람이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많아 작업이 더 수월하다. 주로 ‘멋’이 강조되는 보이그룹과 달리 걸그룹은 귀여움, 섹시함 등 다양한 콘셉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6년을 자신들의 해로 만든 트와이스의 대표 곡들도 두 사람의 손끝을 거쳤다. 데뷔곡 ‘OOH-AHH(우아)하게’부터 샤샤샤 열풍을 일으킨 ‘치얼 업’(Cheer up), 최근의 ‘티티’(TT)까지 1년 동안 트와이스가 쳐낸 ‘3연타석 홈런’의 일등공신이 바로 블랙아이드필승이다.

미국의 하이틴 팝스타나 치어리더를 연상시키는 발랄한 느낌의 곡이 필요하다는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요구에 처음 내민 곡이 ‘OOH-AHH하게’였다. 두 사람은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까지만 해도 “인기 좀 끌겠다” 정도의 예상을 했다. 하지만 트와이스에 대한 반응이 워낙 폭발적이라 얼떨떨했단다. 최규성은 “신인그룹이니 한 세 번째 앨범부터 잘 되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며 웃었다.

트와이스의 두 번째 미니앨범 수록곡 ‘치얼 업’의 가사 ‘샤이 샤이 샤이’(Shy Shy Shy) 발음이 안 되는 일본인 멤버 사나에게 ‘샤샤샤’를 허락(?)했다는 라도는 “처음엔 발음을 고쳐보려고 했지만 계속 들으니 귀여워 그렇게 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녹음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멤버 아홉 명의 목소리가 달라도 너무 달라서 노래 순서를 정하거나 합창할 때 목소리 균형을 맞추는 데 특히 애를 먹었다”며 트와이스와의 작업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지금이야 곡 섭외가 밀려드는 인기 작곡가지만 2011년 허각의 첫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헬로’(hello)를 공동작업 할 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3, 4년 차 평범한 작곡가였다. 특히 라도는 2009년부터 1년 동안 4인조 남성그룹 썸데이 보컬로도 활동했지만 가수로서 빛을 보진 못했다. 본격적으로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유명하지도 않고 인기도 없는 나 같은 가수한테 곡을 줄 작곡가는 없을 것 같아서”였다.

동갑내기인 최규성(왼쪽)과 라도는 “작사든 작곡이든 늘 한 공간 안에서 서로 상의하며 작업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블랙아이드필승 제공
동갑내기인 최규성(왼쪽)과 라도는 “작사든 작곡이든 늘 한 공간 안에서 서로 상의하며 작업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블랙아이드필승 제공

그렇게 수 년간 따로 활동하다 2014년 블랙아이드필승이란 팀명을 내세워 힘을 합쳤다. 두 사람은 블루아이드소울(미국 백인 가수들이 하는 흑인음악)이란 장르에 심취해 있었다. 눈이 까만(블랙아이드) 동양인들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는 의미로 팀명을 정했다. 라도는 “(미국 팝 그룹)블랙아이드피스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며 웃었다.

개인 작곡가 최규성도 라도도 아닌 블랙아이드필승의 첫 곡은 씨스타의 2집 미니앨범 타이틀 곡인 ‘터치 마이 바디’(2014)다. 씨스타가 20~30대에게 폭넓게 사랑 받는 걸그룹인 만큼 30대 관점에서 솔직하게 써 내려간 이 곡을 라도는 “블랙아이드필승을 알리게 된 가장 고마운 곡”으로 꼽는다.

각각 100곡 이상의 대중가요를 만들어낸 두 사람이 꼽은 ‘동업자’의 ‘베스트 송’을 묻자 최규성은 라도의 ‘트러블 메이커’(현아ㆍ장현승), 라도는 최규성의 ‘하지 못한 말’(노을)을 언급했다.

최규성은 “(‘트러블 메이커’)도입부에 나오는 휘파람 소리가 실제 라도가 낸 휘파람이라 더 인상적”이라서, 라도는 “노래가 너무 밋밋하지 않나 싶었는데 어느새 중독돼 노래방만 가면 부르는 곡”이라며 ‘대표곡’ 선정 이유를 댔다.

두 사람의 성향은 정반대다. “감성적이고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스타일의 곡을 선호”하는 게 최규성의 스타일이라면 라도는 “톡톡 튀고 세련되고 그루브한 느낌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작업할 때 싸우지 않은 적이 없다면서 최규성은 “아옹다옹하면서도 좋은 노래를 만든다는 지향점은 같기 때문에 같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티티’ 작업을 마친 뒤 두 사람은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15만장 이상의 음반이 팔려나가는 등 이 곡 역시 엄청난 인기를 얻자 주변에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충고가 쏟아지고 있단다. 곡 섭외도 밀려들지만 대부분 고사했다. 여러모로 많이 다른 두 사람은 음악을 대하는 자세에선 같은 마음을 내비친다. “노만 젓다 보면 언젠가 방향을 잃을 것 같아 더 신중해지려고요. 더 오랜 시간 음악을 하기 위한 저희만의 다짐입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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