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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음악은 정치의 심장”…영재들 모아 아이돌처럼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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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음악은 정치의 심장”…영재들 모아 아이돌처럼 육성

입력
2018.01.25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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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연단 당이 체계적 관리

걸그룹이 주로 중앙당에 소속

조기교육ㆍ사상검증은 필수

국보 ‘모란봉악단’ 독보적 존재

김정은과 함께 앉아 공연 감상도

기량 있어도 배경 없으면 탈락

급여ㆍ처우 등 좋아 선망의 대상

북한 어린이들이 2003년 8월 평양의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의 한 연습실에서 무용연습을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어린이들이 2003년 8월 평양의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의 한 연습실에서 무용연습을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예술단을 파견키로 하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최근 1박2일 일정으로 방남해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 북한의 예술단 실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음악은 심장”… 선전도구로 활용

북한에서 문화예술은 일찍부터 선전선동 도구로 활용돼 왔다. 그 중에서도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 공연은 가장 핵심적 프로파간다 도구였다. “음악은 정치에 봉사해야 하며, 정치가 없는 음악은 향기가 없는 꽃과 같고, 음악이 없는 정치는 심장이 없는 정치와 같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음악관은 정권 유지 수단으로서 음악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모든 공연단은 당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소위 ‘가장 잘 나가는 단체’가 중앙당에 속하고, 시도군에는 각각 20~100여명 규모의 단체가 활동한다. 군대와 대형공장에도 각각 사병과 노동자 교화를 위한 예술단이 존재한다. 공연단 자체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므로, 공연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은 배격될 수밖에 없다.

예술단원이 어느 단체 소속이 되느냐는 실력뿐만 아니라 당시 최고 지도자가 어떤 성향의 공연을 좋아하는지, 어떤 미적 감각을 갖고 단원을 평가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미모가 출중하거나 나이가 어린 여자 그룹이 주로 중앙당에 속한다”고 했다. 남한에도 잘 알려진 은하수관현악단, 모란봉악단,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악단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 공연단을 가수나 연주자 몇 명이 모인 형태로 생각해선 안 된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행정과 공연 인력을 모두 포괄한다. 공연 담당 부서는 작곡ㆍ작사를 담당하는 창작실과 녹음ㆍ무대ㆍ의상팀 등으로 구성된다.

북한 학생들이 지난달 31일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설맞이 공연을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학생들이 지난달 31일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설맞이 공연을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국 아이돌과 유사”… 北선 ‘선망의 대상’

사회적 지위도 높은 편이다.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급수별(1~6급)로 분류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지도부 눈에 들면 공훈배우ㆍ인민배우 칭호를 얻기도 한다. 명예뿐만 아니라 부도 따른다. 유력 단체에 속하면 일반 노동자 2배를 상회하는 급여를 받는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일부 예술인은 급여 외에도) 식량, 의류 등 생필품은 물론 담배까지 지급받는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국보(國寶)라 부르며 아끼는 모란봉악단은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다. 간혹 ‘최고존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2015년 북한 기관지 노동신문은 단원들이 김정은과 그의 부인 리설주 주위에 함께 앉아 다른 단체 공연을 감상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체제 선전 선봉에 서 있는 만큼 조기교육과 사상검증은 필수다. 실력 있는 아이들은 영재라는 이름으로 걸러지고, 각 지역의 특출한 아이들은 평양으로 보내져 체계적 교육을 받기도 한다. 평양 금성학원, 평양음악무용대학 등 유력 교육기관을 거쳐 중앙당 소속 예술단에 안착하는 게 소위 엘리트 코스다. 사상교육도 강도 높게 이뤄진다. 강철환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주 1회 갖는 생활총화(자기반성과 상호비판으로 이뤄진 북한교육)를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주 2회씩 한다”고 전했다.

주민들 눈엔 선망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처우가 천차만별일지라도, ‘적어도 험한 일은 안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서다. 탈북가수 한옥정씨는 “남한으로 치면 SM 등 대형회사가 키워낸 아이돌 가수인 셈”이라고 했다. 다만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보단 약화했으나, 출신 성분을 따지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북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북한 출신 예술인은 “기량이 훌륭해도 빽(배경)이 없으면 서류심사에서 탈락된다. 나도 희생양 중 하나”라고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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