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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자연스런 협력도 막히나” 검ㆍ경 칸막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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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자연스런 협력도 막히나” 검ㆍ경 칸막이 우려

입력
2018.06.26 04:40
수정
2018.06.26 10: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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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경찰관, 검찰 송치 전에도

몰래 수사기록 들고 검사와 논의

“수사권 조정으로 벽 높아질 것”

검경수사권 조정 수정안이 발표된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1층 로비에 경찰관들이 지나가고 있다. 홍인기 기자
검경수사권 조정 수정안이 발표된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1층 로비에 경찰관들이 지나가고 있다. 홍인기 기자

경찰의 사건 송치 전 검찰 수사지휘를 폐지하는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정부안이 나오면서, 수사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협조 업무를 해온 일선 경찰관과 검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평적 관계와 권한 쪼개기, 견제에 방점이 찍힌 정부 기조로 자칫 기관간 ‘칸막이’가 공고화돼 적절한 사건 처리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선의 일부 경찰관들은 현재 검찰에 송치 전에도 적용 죄명에 관한 법리 검토와 압수수색 영장 신청 범위 등에 관해 상부 ‘몰래’ 검사와 전화하거나 사건기록 뭉치를 들고 검사실을 찾아 협조를 받고 있다. 보이스피싱 등 수사 대상과 수사범위가 광범위한 사건의 입건(피의자로 특정) 여부나 구속 범위를 두고 검사에게 물어보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수도권 검찰청 부부장검사는 “살인 사건 등 여론 집중도가 높은 사건에서 확보한 증거 외에 빠진 게 있는지 체크해달라는 경찰관들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차용금 사기 사건에서 단순 민사채무인지,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묻거나, 사기의 고의 확인을 위해 추가로 확보할 자료가 있는지 물을 때도 있다고 했다.

사건 처리를 잘하려는 경찰관들이 ‘몰래’ 검찰을 찾는 이유는 경찰에서 검사에 보내는 수사지휘 건의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검사의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 수사준칙 규정’(대통령령)상 선거ㆍ노동ㆍ테러 사건이나 폭력행위 등 처벌법상 일부 사건, 사건관계인의 이의제기로 인권보호가 요구되는 사건 등 지휘건의 의무 사건을 빼고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를 통해 검사에 공식적인 지휘 요청을 못하도록 해왔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경고창에는 예외적으로 지휘를 건의하려면 사유를 적되 이는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에 통보되며 타당성이 없으면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이를 두고 검사 지휘 대상이 아니면 지휘 건의 자체를 해선 안 된다는 경찰 입장과 일선 경찰의 선택사항임에도 경찰 상부가 확대 해석해 검사 협조를 막고 있다는 검찰 입장이 맞서 왔다.

수사권 조정안에 따른 송치 전 검사의 수사 지휘 폐지로 이 논란이 자연 해소될 전망이지만, 검경 칸막이가 한층 높아지면서 사건 처리 과정에서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박철완 부산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검찰 내부망에 ‘검경관계가 수평적이 되고, 송치 전 지휘가 없어진 뒤에도 분명히 협조를 받고 싶은 경찰관들이 있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묻고 싶다’고 썼다.

이처럼 검경 일선에서는 상호 협력이 필요한 사건이 수두룩한 현장 실상을 알지 못하고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 검경 견제 논리만 앞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 소재 경찰서 한 간부는 “일선에서 검찰 지휘에 관해 경찰 자율성 확보 면에서 의견이 심히 엇갈리지만 송치 전 검사의 법리 판단 등을 한번 더 거치면 수사 오류 가능성이나 판단 실수 가능성을 줄여 결국 수사 신뢰 확보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입법 과정에서 이런 수사 현실이 조화롭게 일정 부분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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