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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승마 지원 중단 때까지 최순실 모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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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승마 지원 중단 때까지 최순실 모녀 몰랐다”

입력
2017.08.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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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전 대통령과 2차 독대상황

“여자분에 야단맞긴 처음이라 당황”

특검ㆍ삼성, 쟁점별 PT 공방전

양측 설명 끝나면 재판부가 질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틀째 이어진 피고인 신문에서 뇌물죄 관련 혐의에 대해 거듭 부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질책 받았을 당시 심경을 법정에서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특검과 삼성 측은 이례적으로 기업설명회에서나 봄직한 프레젠테이션(PT)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3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뇌물죄 재판에서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 2차 독대 상황을 설명하며 “제가 아버님(이건희 회장)께 야단 맞은 것 빼고는 야단 맞은 기억이 없는데, 여자분한테 그렇게 싫은 소리 들은 것도 처음이어서 당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심한 질책을 당한 뒤 삼성 임원에게 “눈빛이 ‘레이저’ 쏘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표현한 게 후회된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통령에게 삼성 현안을 부탁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 그는 이날 2시간20분 이어진 신문에서 “승마 지원이 중단될 때까지 최순실씨 모녀를 전혀 몰랐다” 등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신문 직후엔 양측이 마지막 진검 승부로 PT 대결을 벌였다. 실물 화상기를 통해 각자 입장이 담긴 자료의 페이지를 넘겨가며 10분씩 열띤 PT를 진행했다. 피고인 신문이 끝나면 검찰이 구형을 하고 피고인 측이 최후 변론을 하는 결심공판을 여는 게 통상 수순이지만, 증인만 수십 명에, 국내 최대 기업의 최고 임원들이 모두 연루된 ‘세기의 재판’인 점을 감안해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막판 공방을 위한 기일을 지정해뒀기 때문이다. 질문을 미리 준비하는 증인신문과 달리 쟁점마다 양측이 10분씩 입장을 설명하면 재판부가 즉석에서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식이라 양측 모두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먼저 (제3자)뇌물죄를 따지는데 필요한 핵심 범죄 구성 요건을 놓고 맞부딪쳤다. 이 부회장 등에게 죄를 묻기 위해선 금품(정유라씨 승마지원 등)에 대한 대가성(그룹 현안 해결)과 함께 부정한 청탁에 대한 대통령과 이 부회장 서로 간의 인식이 있었음이 증명돼야 한다.

특검은 “이건희 회장 유고를 대비해 최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며 2014년 9월 독대 당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부정할 수 없는 삼성의 현안이었음을 짚었다. 1, 2, 3차 독대 때 잇따라 현안에 대한 얘기가 오갔고, 이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삼성 현안이 기재된 2차 독대 말씀자료와 독대 이후 ‘엘리엇 방어 대책’이 기재된 ‘안종범 수첩’ 등으로 충분히 증명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삼성 측은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은 가공의 틀”이라는 논리로 맞받았다. 전날 피고인 신문에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도 “사장단 회의에서 추대하면 그룹 회장이 되는 것”이라며 승계작업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합병, 상장은 각 계열사의 당면 현안일 뿐 이 부회장 승계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또 독대 때 쓰인 말씀자료는 청와대 행정관이 인터넷을 보고 만들었다고 증언한 점을 들어 삼성과 무관하다고 강변했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에게 삼성물산 합병 의결권 찬성을 지시하는 등 대통령이 실제 삼성 청탁을 들어줬는지,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 사업계획서가 담긴 봉투를 이 부회장이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양측은 6시간 넘게(오후 8시40분 종료) 한치 양보 없는 법리 다툼을 벌였다. 나머지 쟁점에 대해선 4일 한 번 더 공방 기일을 열어 다룰 예정이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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