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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원 이대만 특혜? 깜깜이 잣대로 소수 대학에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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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원 이대만 특혜? 깜깜이 잣대로 소수 대학에 쏠렸다

입력
2017.01.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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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한국 등 10개 사업

전체 예산 1조864억원 중

상위 20개 대학이 절반 차지

상위 50개 대학에 영남 19곳

16곳 포함 수도권보다 많아

강원은 1곳도 없어 지역 편중

교육부 입맛 따라 평가 좌우

취업률을 주요 지표로 삼아

“대학을 자본 도구로 전락시켜”

‘비선실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와 이화여대 사이에는 정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까. 딸 정유라(21)씨를 입학시켜주고 학사관리를 눈 감아주는 대가로 최씨가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을 대거 이화여대에 몰아줬다는 것이 대학가 안팎에서 제기되는 의혹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비단 어느 한 대학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지적이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이 공정한 배분을 기대할 수 없는 ‘깜깜이 구조’라는 게 근본적 문제라는 것이다.

상위 20개 대학이 지원금 절반 차지

15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교육부의 ‘2016년 대학별 재정지원사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역량강화 명목으로 대학들에 선별적으로 지원된 예산은 총 1조864억원이다.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ACEㆍ에이스)과 두뇌한국(BK)21플러스,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LINCㆍ링크), 대학특성화(CK),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PRIMEㆍ프라임), 대학인문역량강화(COREㆍ코어), 평생교육단과대학지원(평단), 이공계여성인재양성(WE-UPㆍ위업), 고교교육정상화지원(고교정상화), 지역혁신창의인력양성(지역혁신) 등 10개 사업의 사업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화여대는 이중 8개 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애초 대상이 아닌 지역혁신 사업을 제외하면 지원을 받지 못한 사업은 링크가 유일하다. 수주 금액은 184억원, 학내 반발로 참여를 포기한 평단(25억원)까지 포함하면 210억원이 넘는다. 박근혜 정부가 신설한 CK, 프라임, 코어, 평단, 위업, 고교정상화 등 6개 사업을 모두 따낸 대학은 이화여대뿐이다. 최씨가 청와대를 움직여 딸이 받은 특혜의 대가를 지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불균형은 전반적 현상이다. 전국 201개 4년제 대학 중 5%에도 못 미치는 상위 10개 대학이 지난해 10개 대학재정지원사업 지원금의 30%에 가까운 2,964억9,000만원을 가져갔다. 상위 20개 대학으로 범위를 넓히면 지원 액수는 4,897억500만원으로 전체 지원금의 45.1%에 이른다. 전체 대학의 10%가 정부 지원금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것이다.

지역별 쏠림도 나타났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분석에 따르면 대학재정지원 상위 50곳(지원액 기준) 중 영남권 소재 대학이 19곳(38%)으로 최다였고 수도권 대학도 16곳(32%)이었지만 충청권과 호남권은 각각 7곳(14%), 제주권은 1곳(2%)뿐이었다. 강원권은 50위권에 대학을 포함시키지 못했다. 10위권에도 영남권 대학은 경북대(3위), 부산대(4위), 영남대(7위) 등 3곳이 포진했다. 아예 지원금을 받지 못한 대학은 69곳(34.3%)에 이르렀다.

불공정한 정량지표, 불투명한 정성평가

이런 양극화의 배경으로는 정량 평가 지표가 비슷비슷한 사업들이 난립해 있다는 점이 우선 지목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에이스와 CK, 프라임, 코어 등 박근혜 정부의 4개 대학재정지원사업 평가 지표는 대학구조조정(2023년까지 정원 16만명 감축) 평가 지표와 배점 기준으로 각각 83, 80, 79, 56% 유사했다. 문제는 의도다. 대학구조조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이루는 데 재정지원사업을 미끼로 쓰고 있는 셈이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에 얼마나 협조적인지가 지원 조건이 된 지는 오래됐다”고 말했다.

특히 취업률을 주요 지표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이 비등하다.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난에 봉착한 대학을 돈줄을 틀어쥔 정부가 자본으로 길들이려 하면서 학문을 내팽개친 학교들의 소모적 각축전이 벌어진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취업률을 대학 평가의 주요 지표로 내세워 대학을 자본의 도구로 전락시켜 버렸다”고 개탄했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 박근혜 정부가 비중을 강화한 정성 평가는 되레 불공정성을 더 키웠다는 혹평이 나온다. 주관적 성격이 강해 평가위원들이 정치적으로 포섭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화여대 사태에서 확인됐다는 게 학계 일각의 지적이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평가위원에 지원 사업 평가를 맡긴다곤 하지만 평가단을 교육부가 구성한다”며 “마음만 먹으면 교육부가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교육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를 영입한 대학이 정부 재정지원이나 구조조정평가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는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이른바 교육계의 전관예우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부 관료들의 힘이 지금처럼 셌던 적이 없다”며 “대학들의 형편이 어려워 통제할 수 있는 예산이 늘자 교육부 관료들은 이를 자기 능력을 입증해 노후를 보장하는 기회로 활용한다”고 꼬집었다.

제도 개선은 시급하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 규모에 따라 재원을 일괄 배분하는 교부금과 특수목적사업을 병행하는 ‘투 트랙’으로 가는 게 옳다“고 조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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