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전통시장 반대로 좌절된 세종 청년들의 꿈

알림

전통시장 반대로 좌절된 세종 청년들의 꿈

입력
2017.03.23 20:00
0 0
대전세종청년네트워크 회원과 세종시 청년몰에 입주하려던 청년사업가들이 23일 오전 세종시청사 앞에서 청년몰 사업 무산에 대해 항의집회를 갖고, 시와 전통시장상인회의 해명과 대안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대전세종청년네트워크 회원과 세종시 청년몰에 입주하려던 청년사업가들이 23일 오전 세종시청사 앞에서 청년몰 사업 무산에 대해 항의집회를 갖고, 시와 전통시장상인회의 해명과 대안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세종시가 국비까지 확보해 본격 추진하려던 청년몰 사업이 전통시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세종시 청년들은 무산 사태에 대해 ‘청년 없는 청년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대안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3일 시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청 공모사업인 청년몰 조성사업 대상지로 세종전통시장이 선정됐으나 전통시장 측이 사업을 반대해 결국 포기했다.

이 사업은 전통시장의 유휴공간에 지역문화와 관광ㆍ놀이 등이 융합된 청년들의 집합 쇼핑몰을 조성하는 하는 것이다. 시는 국비 7억5,000만원, 시비 24억5,000만원 등 총 32억원을 들여 6개월 간 전통시장 내 상인회 건물을 증축ㆍ리모델링해 청년점포 20곳을 갖춰 내년 3월쯤 문을 열 계획이었다. 청년몰과 상인회의 상생을 위해 공동마케팅을 추진하고, 청년상인을 위한 창업교육과 맞춤형 컨설팅도 진행한다는 운영 계획도 마련했다.

그러나 애초 이 사업에 찬성했던 세종전통시장상인연합회(상인회)가 돌연 이달 초 ‘청년몰 사업 포기’ 입장을 담은 공문을 세종시와 대전지방중소기업청 등에 제출했다. 공사 기간에 고객센터 이용이 어렵고, 상인 상당수가 기존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상인회는 시에 부지를 따로 매입한 뒤 건물을 신축해 청년몰을 조성하라고도 요구했다.

시는 공사 기간 고객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다른 건물을 마련해 주고, 청년몰 업종이 ‘세계음식’ 등 전통시장 내 기존 업종과 겹치지 않는다며 상인회를 설득했다. 청년몰이 들어서면 1만여명에 이르는 인근 대학생 등 신규 고객을 끌어 들여 전통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점도 적극 피력했다. 청년몰 부지 매입 및 신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상인회에 협조도 구했다. 하지만 상인회 측은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고, 시는 결국 청년몰 사업이 어렵다고 판단, 지난 14일 중기청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사업이 무산되자 청년몰 창업을 준비하던 청년들과 ‘대전세종청년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은 23일 항의 집회를 열고 반대 이유에 대한 상인회의 해명과 세종시의 적절한 행정조치를 촉구했다.

이들은 “세종시와 상인회가 청년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신들만의 입장과 명분만 내세우다 사업을 무산시켰다”며 “청년들의 꿈을 담보로 한 흥정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면서 ▦청년몰 무산사태에 대한 T/F팀 가동 ▦즉각적인 대안 마련 ▦청년몰 사업단 내 즉각적인 대안 마련 ▦상인회 측의 사과와 책임 등을 요구했다.

세종시 청년사업가 강기훈(고려대 휴학 중)씨는 “청년몰 무산 소식은 큰 실망을 안겨준 것은 물론, 시와 상인회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켰다”며 “사업 당사자가 될 청년들의 목소리는 하나도 반영하지 않아 속 빈 정책이 됐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대해 김석훈 세종전통시장상인회장은 “청년몰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시에서 국비 확보가 급하니 일단 상인회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공모신청하고, 나중에 땅을 따로 매입해 용도변경을 거쳐 건물을 짓는다고 해 찬성했는데 막상 선정이 되니까 상인회 건물을 청년몰로 한다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사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중기청의 공모 지침 상 상인회의 동의가 있어야 해 어쩔 수 없이 사업을 포기했다”며 “세종전통시장 이외 나머지 전통시장은 사업성이 크게 떨어져 마땅치 않다. 대안을 마련해보고 안 되면 시의 자체 예산도 불용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부지를 따로 매입해 청년몰을 지을 수도 있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종전통시장 내에 마땅한 곳이 없다. 이는 상인회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일부 점포가 나오더라도 세입자의 반발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상인회 건물에 청년몰을 조성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