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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차산업혁명은 교육혁명이다

입력
2017.10.25 14:5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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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뜨거운 화두인 4차산업혁명은 AI, 빅데이터 등 용어의 홍수 속에 전문가들조차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가속화하는 변화로 앞으로 20년, 30년 후의 사회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산업혁명의 승자와 패자 간 불균형이 더욱 심화하리라는 점이다. 국가 간의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고 한 국가 내의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식의 비대칭성이 심화하면서 계층 간 갈등도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식의 비대칭성을 완화시켜야 하는데, 교육이 그 핵심에 있다.

우리나라의 기적적인 경제성장은 빠른 추격자 전략의 성공 때문이라고 말한다. 선진국들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잘 닦아 놓은 고속도로를 따라 열심히 쫓아가면 되었기 때문에 속도가 생명이었다. 사람은 기계화된 시스템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부품 정도로 여겨졌다. 예컨대 자동차 생산의 경우 전체 프로그램의 기획은 몇 사람만의 일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뉴얼에 따라 움직여 주기만 하면 되었다. 소위 테일러리즘이다. 교육도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매뉴얼을 잘 익혀서 평균수준 이상의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평균점수를 기준으로 그보다 높은 점수를 받으면, 즉 남들보다 매뉴얼을 빠르게 익히면, 우수 인재로 분류되곤 했다. 사람 개개인이 가진 특기와 장점은 평균개념에 두루뭉수리로 매몰되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는 테일러리즘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단순 반복적 일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어, 인간에게 요구되는 일은 창의성과 각자의 감성에 맞추는 일이 될 것이며 더 이상 평균의 개념은 통용되기 어렵다.

1940년대 미국 클리블랜드에서는 이상적 신체 치수를 가진 여성을 뽑는 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이상적’ 치수는 1만 5,000명의 젊은 여성들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평균한 것이었다. 9개 부위의 신체 치수에 가장 근접한 여성을 뽑는 대회였는데, 놀랍게도 4,000명 가까운 참가자들 중 단 한 명도 9개 부위 모두 만족하는 사람은 없었고 대상을 5개 부위로 줄여도 불과 40명 정도만 해당되었다고 한다. 하버드대 로즈 교수가 저서 ‘평균의 종말’에서 든, ‘평균’에 기반한 ‘이상적 모델’의 허상을 지적하는 예화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수함’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나? 평균개념으로만 보면, 오리가 모든 동물의 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성립한다. 오리는 수영도 하고 날기도 조금 하고, 뒤뚱뒤뚱하지만 걷기도 하니 평균을 내면 물이나 하늘에서 0점이 확실한 사자보다 더 점수를 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은 오리를 기르고 있지나 않은가?

4차산업혁명시대에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 중 하나는 자명하다. 교육과 평가에 있어서 테일러리즘에 입각한 평균주의를 타파하는 것이다.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평균주의에 입각한 지금의 획일화된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다양성을 계발할 수 있는 자율적 교육 시스템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장점을 평가하여 그 결과를 학생선발에서부터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마련해야만 한다. 4차산업혁명은 이미 우리에게 와 있으며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최초의 상용 웹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가 등장한 것은 1995년이었다. 그 때 100만개 남짓이던 인터넷 노드는 10억 개 이상으로 폭증했으며, 이제는 모바일이 대세인 세상이 되었다. 불과 20여 년 사이에 일어난 상전벽해의 변화이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우리 교육, 나아가 우리 국가의 운명이 바뀌게 될 것이다. 개개인의 특성과 장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교육시스템으로의 대 전환,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

이우일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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