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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도 ‘우주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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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도 ‘우주 시대’ 열리나

입력
2018.07.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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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그래비티’ 같은 우주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한국에서도 ‘그래비티’ 같은 우주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드디어 충무로에서도 ‘우주 시대’가 열릴 조짐이다. 우주 배경 SF 영화를 만들겠다고 도전장을 낸 선구자들이 등장했다. 윤제균과 김용화, 두 베테랑 감독이 우주 영화를 차기작으로 골랐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로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전인미답의 장르. 미국항공우주국(NASA) 같은 우주 연구기지도, 우주 정거장과 유인 우주선도 갖고 있지 않은 한국에서 우주 영화라니.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영화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비티’(2013)와 ‘인터스텔라’(2014) ‘마션’(2015) 같은 우주 영화를 ‘메이드 인 충무로’ 브랜드로 만날 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제시장’(2014)과 ‘해운대’(2009)로 두 번이나 1,000만 흥행 마법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은 신작 ‘귀환’으로 영화계에 귀환한다. 영화사 JK필름 수장으로 한동안 제작에 몰두했던 윤 감독이 연출에 나서는 건 ‘국제시장’ 이후 4년 만이다. ‘귀환’은 가까운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우주 정거장에 홀로 남겨진 우주인을 지구로 귀환시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윤 감독이 4~5년 전부터 준비해 이미 시나리오는 완성된 상태다. 배우 황정민과 김혜수가 출연하고, 하반기에 촬영을 시작한다.

‘신과 함께-죄와 벌’로 지난 겨울 1,440만 흥행을 일군 김용화 감독도 2편 ‘신과 함께-인과 연’의 마무리 작업과 개봉(8월 1일) 일정을 마치는 대로 후속작 ‘더 문’ 제작에 착수한다. 우연한 사고로 우주에 홀로 남겨진 한 남자와 그를 무사히 지구로 데려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다. 사전 준비를 거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촬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윤 감독과 김 감독의 새로운 도전을 뒷받침하는 건 컴퓨터그래픽(CG)을 포함한 시각효과기술(VFX)이다. 최근 몇 년간 CG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해 영화적 상상력이 무한 확장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상상 속 공간도 사실감 있게 구현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은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 ‘신과 함께’처럼 CG로 창조된 영화들이 완성도와 흥행 양쪽에서 성과를 내면서 관객들이 한국 CG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도 허물어지고 있다. 이창현 JK필름 이사는 “이제는 CG 기술의 진보로 한국에서도 할리우드 못지않은 시각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며 “윤 감독이 ‘귀환’ 제작을 준비하고 있던 4~5년 사이에도 기술력이 크게 발전해 한층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윤 감독과 김 감독은 국내 CG 기술 개척자다. 윤 감독과 김 감독이라서 우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윤 감독은 ‘해운대’에서 대도시를 덮친 쓰나미를 실감나게 구현했고, ‘국제시장’에서는 흥남철수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했을 뿐 아니라 실제 나이 40대 중후반인 주연 배우들을 청년 시절로 되돌려놓기까지 했다. 김 감독도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지옥의 황홀경을 창조했고, 앞서 ‘미스터 고’(2013)에서는 주인공 고릴라의 털 질감까지 느껴지는 CG를 선보였다. 감 감독이 운영하는 시각효과 회사 덱스터스튜디오는 중국 테마파크에 콘텐츠를 수출하고 중국 영화 제작에 참여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두 감독에게 우주 영화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축적한 노하우와 풍부한 실전 경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다.

산업적 기반도 탄탄하다. 한국은 고예산 영화를 감당할 수 있는 자본력과 시장 환경을 갖추고 있다. 총제작비 100억원 이상 투입된 영화가 지난해에는 12편, 2016년에는 14편 제작됐다. 올해는 더 늘어 20편가량으로 예상된다. 영화계에선 두 감독의 신작 우주 영화를 한국 영화 산업이 고도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적이나 문화적 환경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장르라서 해외 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김진성 덱스터스튜디오 전략기획실 팀장은 “‘신과 함께’ 시리즈를 통해 VFX 장르 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더 문’도 내년 아시아 동시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이 우주 강국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현실적 괴리감은 한국형 우주 영화가 극복해야 할 숙제다. 이창현 이사는 “가까운 미래 사회가 배경이지만 한국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적 세계관을 구축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며 “장르만 빼놓고 이야기와 세계관을 여러 번 수정했다”고 말했다. 김진성 팀장도 “우주공학 전문가와 교수들에게 자문을 해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귀환’과 ‘더 문’은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주요 핵심 장면을 CG 영상으로 구현한 ‘프리 비주얼’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후반 작업에 포함되던 영역과 인력이 촬영 전 단계부터 투입돼 협업 체계를 갖췄다. 카메라와 미술, 특수장비 등은 프리 비주얼을 토대로 꾸려진다. CG가 한국 영화 제작 시스템까지 바꾸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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