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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줄자… 산부인과, 과잉 진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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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줄자… 산부인과, 과잉 진료 논란

입력
2016.08.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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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ㆍ20대 여성 초진인 경우 많아

암 위험성 거론하며 검사 강권

초음파검사 등 비급여 진료 남용

“산부인과 검사 돈벌이로만 보여”

여성 67% 진료에 두려움 느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혼 여성 이모(26)씨는 최근 잦은 생리 불순으로 서울의 한 동네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의사는 이씨에게 자세한 증상을 묻지도 않고 무작정 진료 의자에 누우라고 한 뒤 사전 동의도 없이 자궁 염증을 살펴보는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다. 진료비만 10만원에 달했지만 이씨는 “상태를 보니 꼭 필요한 검사”라는 의사의 강권에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했다. 이씨는 22일 “비용 문제를 떠나 최소한 검사가 왜 필요한지 설명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여성질환에 민감한 여성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출산율 하락 등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일부 산부인과들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급여 항목)에 몰두해 환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출산 경험이 없고 산부인과 진료가 익숙하지 않은 젊은 여성들이 이 같은 ‘불안 마케팅’에 쉽게 유혹을 당하고 있다.

비급여 항목인 초음파 검사는 대표적인 과잉진료 유형이다. 초음파가 워낙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다 보니 남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올해 5월 임신 테스트를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한 최모(27)씨도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는 의사의 제안에 적잖이 당황했다. 최씨는 “정확한 자궁 상태를 알아보려면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고 해 검사를 받았는데 나중에야 지금 시기에는 혈액 검사가 더 정확하다고 얘기했다. 결국엔 불필요한 검사를 했다는 것 아닌가”라며 푸념했다.

10, 20대 여성들은 병원의 이런 상술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 대부분 초진인 경우가 많아 심리적 장벽이 높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산모보다 정보가 부족해서다. 직장인 민모(28)씨는 “얼마 전 생리 불순으로 처음 산부인과에 갔다가 의사가 다낭성난소증후군과 자궁경부암의 위험성을 거론하며 전문 검사를 받으라고 권했으나 미심쩍어 받지 않았다”며 “다른 병원에 갔더니 단순한 환경 변화 탓이라며 약만 처방해 줬고 깨끗이 나았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들의 과잉진료로 환자들의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진료 차 방문한 산부인과에서 요구하지도 않은 세균검사 항목이 버젓이 청구된 영수증을 받았다는 박모(24)씨는 “이제는 산부인과에서 권하는 모든 검사가 돈벌이로 보여 정작 필요한 진료까지 거르게 될까 적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여성민우회가 2012년 여성 1,0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 중 61.5%는 ‘산부인과 진료가 망설여진다’고 답했다.

그러나 출산인구 감소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폐업이 많은 현실은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2014년 폐업한 의원급 분만 산부인과는 464곳으로 한 해 평균 100곳 가까이 문을 닫았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부당청구 금지 및 비급여 항목 가격 고시 등을 꾸준히 계도하고 있으나 개업의들의 경영과 진료까지 개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산부인과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의사의 설명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환자권리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의료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환자 스스로도 정확한 정보를 갖고 의사에게 적극 질문을 하면서 진료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산부인과 진료] 관련 반론보도문

본지는 8월 23일자 사회면에 ‘산모 줄자… 산부인과, 과잉진료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산부인과들이 불필요한 검사와 과잉진료를 남용한다는 논란이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의사가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초음파 검사는 필수적이며, 검사 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할 경우에 실시한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한국여성민우회 조사결과는 처음 산부인과를 가기 전 거부감에 대한 설문이었고, 망설여졌다는 응답자들도 대부분 진료 자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지 과잉진료 때문이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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