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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이 김기춘 전 실장을 떠올리게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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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이 김기춘 전 실장을 떠올리게 한 이유

입력
2017.03.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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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혁이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멀티플랙스에서 열린 영화 ‘보통사람’ 언론 배급시사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종진 인턴기자
배우 장혁이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멀티플랙스에서 열린 영화 ‘보통사람’ 언론 배급시사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종진 인턴기자

“절대 (그 분의) 성대모사가 아닙니다”

배우 장혁(41)이 펄쩍 뛰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그린 영화 ‘보통사람’(23일 개봉)에서의 역할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연상시킨다는 질문에 강력하게 부인한 것이다.

장혁은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보통사람’ 언론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 김봉한 감독과 손현주, 김상호, 조달환, 지승현 등 출연배우들과 함께 참석했다. ‘보통사람’은 1980년대 군사독재정권이 절정에 이르렀던 당시의 시대상을 그린 영화다. 정권과 손잡고 승승장구하는 사람들과 이들에 반기를 든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가난하지만 충실한 가장으로 살아가는 강력계 형사 강성진(손현주)은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물불 안 가리는 냉혈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실장 최규남(장혁)을 만나면서 사건을 조작하는 등의 일을 벌인다.

장혁은 영화 ‘보통사람’에서 최연소 안기부 실장 최규남을 연기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장혁은 영화 ‘보통사람’에서 최연소 안기부 실장 최규남을 연기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장혁이 연기한 최규남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떠올리게 한다. 최규남은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최연소로 사법고시에 합격해 엘리트 검사로 승승장구하다, 안기부 실장이라는 권력 실세가 된 인물이다. 김 전 비서실장도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인 21세에 사법고시를 합격했고, 35세의 나이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에 올랐으며 41세에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부장이 됐다. 또한 그는 40대 검찰총장과 50대 초반에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전설적인 인물이다.

최규남은 말끝마다 붙이는 “국가를 위해 하는 일” “소신과 신념을 지키려고” 등의 대사를 장혁이 감정을 자제하며 읊조린다. 툭툭 내뱉는 말투가 김 전 실장을 떠올리게 한다. 입을 꾹 다물고 상대를 노려보는 모습 역시 김 전 실장 그대로다. 그러나 장혁은 김 전 실장을 모델로 삼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정말 두려웠다”고 운을 뗀 뒤 “나는 성대모사를 한 건 아니다. 누군가를 모티브로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제가 맡고 있는 역할 자체가 조선시대나 고려시대, 500년 전이나 1,000년 전 누군가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영화 ‘순수의 시대’의 이방원과 MBC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의 광종을 떠올렸죠. 이런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떨까, 그런 사람이 감정을 드러낼 때 어떨까 하는 걸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세요’ ‘그럼 맞을 거예요’ 하는 권유형 말투를 사용하다 보니 그렇게 나온 겁니다. 절대 성대모사가 아니라는 것을 밝힙니다.”

‘보통사람’을 연출한 김봉한 감독도 “(영화를)찍을 때는 ‘그 분(김 전 실장)’을 몰랐다”며 놀란 눈을 크게 떴다. 김 감독은 “2년 전 시나리오를 보여드릴 수도 있다. 우연히 일치하는 것이지 누군가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사실 영화가 투자 받기도 힘들었다”며 “손현주 선배 덕분에 그나마 이렇게 끌고 온 것이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혁이 연기를 너무 잘해 준 것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현주(왼쪽)와 장혁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보통사람’에서 호흡을 맞췄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손현주(왼쪽)와 장혁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보통사람’에서 호흡을 맞췄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보통사람’은 1970년대 간첩조작 사건과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이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 중에 고문을 받다 사망한 사건 등을 모티브로 삼았다. 70,80년대를 호령했던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장혁은 “배역은 미워하되 배우는 미워하지 말아달라”며 호소했지만 섬뜩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세상은 변하지 않아”라며 영화 말미를 장식하는 최규남의 대사가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 아닐까.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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