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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의 정의란 ‘약자 배려ㆍ인권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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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의 정의란 ‘약자 배려ㆍ인권 존중’

입력
2017.08.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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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유공자ㆍ성희롱 사건

실질을 중시하며 폭넓게 인정

엄격한 집회금지 통고 요구

노동권ㆍ집회시위의 자유 보장 등

절차 중시하며 기본권 강조도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배우한 기자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58ㆍ사법연수원 15기) 춘천지법원장은 법원장 재직 중에도 재판을 계속하며 31년간 법정을 지켰다. 그는 “법률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알아야 하고 그 존엄은 예외 없이 인정해야 한다”는 소신을 판결로 여러 차례 드러냈다.

김 후보자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온 부상 군인의 국가유공자 인정 여부나 성희롱 사건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행태보다는 실질을 중시해 약자와 소수자 입장을 대변했다. 노사가 대립하는 노동사건이나 국민과 공권력이 충돌하는 공안사건에서는 노동권과 집회시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지키는 판결을 주로 내렸다.

김 후보자는 서울고법에 재직하던 2015년 행군 도중 발목을 다친 뒤 훈련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악화돼 치료를 받은 군인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 동안 법원이 국가의 수호ㆍ안전보장이나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를 수행하다가 다친 군인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국가유공자를 인정하던 전례를 깬 것이다.

논산훈련소 행군 중 발목을 접질려 다친 군인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훈련을 계속하다가 결국 십자인대 재건수술을 받게 되자 국가유공자로 인정했다. 김 후보자는 판결문에서 “행군 도중 넘어지면서 무릎을 다쳤거나 그러한 사고가 원인이 돼 급격하게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고, 부상과 공무수행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성희롱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는 성희롱과 관련한 형식적 요건보다 실질을 따졌다. 김 후보자는 2014년 서울고법 재직 당시 부대 내에서 동료 여직원에게 음란 동영상을 보여준 이유 등으로 견책을 받은 군무원이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사건의 재판장을 맡았다. 김 후보자는 “남성 중심적 질서가 만연한 집단에서 성적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특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남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집단에서는 남성 중심적 질서와 가치관이 당연시될 것이 예상되고, 여성들이 성희롱에 노출되더라도 집단 내에서 문제의식에 공감을 얻기 쉽지 않다”는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양심과 절차를 중시하는 판결도 다수 내렸다. 관공서와 휴양단지가 들어선다고 피해자를 속여 토지를 시세보다 비싸게 판매한 기획부동산업자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부동산업자는 “교육받은 대로 얘기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실제로는 교육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며 양심을 저버린 사기 행태를 더 부각했다.

경찰의 집회금지 통고 처분서가 절차대로 전달되지 않은 사건에서는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금지통고를 할 때는 그 절차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통고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직원들의 개인정보 등 내부자료를 유출했다는 이유를 들어 삼성에버랜드가 노동조합 부지회장을 해고한 사건에서는 “삼성에버랜드에서 부지회장이 삼성노조를 조직한 뒤 활동한 것을 이유로 해고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사측의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김 후보자는 22일 양승태 대법원장과 면담하기 위해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을 찾았다. 그는 자신을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당사자들과 호흡하며 재판만 해온 사람”이라고 취재진에게 소개했다. 김 후보자는 “판사라서 평판에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데 저에게 분에 넘치는 기대와 상당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기대에는 더욱 부응하고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게 청문회 준비를 철저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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