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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휘 “마동석 선배와 친형제로 나온다니 웃음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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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휘 “마동석 선배와 친형제로 나온다니 웃음 터져”

입력
2017.11.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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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라더’로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이동휘는 “더 많이 준비하고 노력해서 다양한 색깔과 맛을 지닌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부라더’로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이동휘는 “더 많이 준비하고 노력해서 다양한 색깔과 맛을 지닌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워낙 존재감이 강렬해서 미처 깨닫지 못했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종횡무진 해 온 배우 이동휘(32)가 공식적인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영화는 ‘부라더’(상영 중)가 처음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주연 못지않은, 때론 그 이상의 활약을 했기에, 당연히 여러 번 주연 캐릭터를 연기한 줄 알았다.

“영화를 찍을 때는 덤덤했어요. 언제나 그랬듯 100%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었죠. 그런데 막상 개봉을 한다니 저도 사람인지라 떨리긴 하네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이동휘는 조금은 긴장한 기색으로 쑥스럽게 웃었다.

‘부라더’는 가족간의 갈등에 집을 나간 종갓집 종손 형제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러 고향에 내려갔다가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그린다. 이동휘는 성공지향적이고 냉철한 둘째 주봉을 연기한다. 유물 발굴로 한밑천 잡으려다 집안 재산을 탕진한 형 석봉(마동석)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평생 어머니를 고생시킨 아버지(전무송)를 원망하지만, 가슴엔 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 제목처럼 두 형제는 시종일관 유쾌한 콤비플레이를 펼친다. 체격이 우람한 마동석과 호리호리한 이동휘는 서로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도 잘 어울린다. 주거거니 받거니 연기 호흡도 좋다. “한번은 친구들이 요즘 무슨 영화 찍냐고 물어요. 마동석 선배랑 친형제로 나오는 영화라고 설명했죠. 그러자 바로 웃음이 터지더라고요. 영화도 재미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이동휘는 웃기지 않으면서 웃기는 재주를 지녔다. 속마음을 꺼내기 이전의 주봉은 매사 까칠하고 냉랭한데, 그게 극중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웃음을 자아낸다. 형제가 잠자리에서 이불 다툼을 하는 장면이나, 집안 보물을 들고 도망가다 사고가 난 석봉에게 주봉이 던지는 대사 등 곳곳에서 이동휘의 재치가 빛난다.

“석봉과 달리 주봉은 애초에 코믹한 캐릭터가 아닌 데다 웃기려는 의도가 없는 장면들에서 이런 재미가 나오니까 저도 신기해요. 계산하고 준비한 연기가 아니었거든요. 상대역 마동석 선배를 보면서 느끼는 대로 표현했을 뿐인데. 제가 조금이라도 잘한 게 있다면 모두 마동석 선배 덕입니다.”

말로는 허허실실 하지만, 사실 이동휘는 엄청난 노력파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시나리오와 씨름한다. 그는 “공부 안 하고도 시험 잘 보는 능력이 나한테는 없다”며 “연습을 많이 해야 원하는 정답의 근사치에 가까워지더라”고 했다. ‘부라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로 종택이나 차량 등 한정적인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터라, 자칫 밋밋하게 보여질까 봐 디테일한 표현까지 연구했다.

“어떤 작품이든 최대한 어렵게 연기하고 싶어요. 아무 생각 없이 접근하면 결과도 그렇게 나오더라고요. 끝까지 고민을 붙들고 있어야 단순화된 연기를 할 수 있어요. 그래야 관객들이 작품의 재미와 의미를 쉽게 알아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라더’의 이동휘(왼쪽)과 마동석은 판이하게 다른 스타일로 찰떡 같은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부라더’의 이동휘(왼쪽)과 마동석은 판이하게 다른 스타일로 찰떡 같은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6)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후 지난 2년간 영화 ‘아가씨’ ‘럭키’(2016) ‘공조’ ‘재심’ ‘원라인’(2017), tvN ‘안투라지’(2016), MBC ‘자체발광 오피스’(2017) 등에 출연하며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이동휘는 ‘벼락 스타’와는 거리가 멀다. 28세 늦은 나이에 영화 ‘남쪽으로 튀어’(2013)로 데뷔해, ‘감시자들’ ‘집으로 가는 길’(2013) ‘타짜-신의 손’ ‘패션왕’(2014) ‘베테랑’ ‘뷰티 인사이드’ ‘도리화가’(2015) 등에서 비록 작은 역할이지만 자신의 몫을 야무지게 해내며 부지런히 실력을 갈고 닦았다. ‘응답하라 1988’에 출연했을 때가 서른 살이었다. 그는 “늦게 데뷔했지만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어 기쁘다”며 “외로운 배우로 지내지 않는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라더’를 연출한 장유정 감독은 지난해 방영된 KBS 단막극 ‘빨간 선생님’을 보고 이동휘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이동휘도 그 드라마를 연기 활동에 전환점을 가져다 준 계기로 꼽았다.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연기했어요. 칭찬도 많이 받았고요. 작품을 끝낸 뒤 행복감이 정말 컸어요. 역시 시나리오의 힘이 중요하구나 깨달았죠. 그 이후로 작품 선택 기준도 바뀌었어요. 예전엔 어떤 캐릭터이냐를 먼저 봤다면 지금은 작품이 더 중요해졌어요. 나무가 아닌 숲을 보게 된 거죠.”

이동휘는 “다시 첫 삽을 뜨는 느낌”이라고 했다. 초심자가 된 그는 “갈 길이 아직 멀다”며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고도 말했다.

“작품 덕분에 좋은 이미지도 생겼고 큰 사랑을 받았어요. 그 고마움을 천천히 잘 갚아가고 싶어요. 중심을 잘 잡고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언제가 40~50대가 됐을 때 ‘배우 이동휘’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능청스러운 재간둥이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동휘는 진지하고 진중한 배우였다.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능청스러운 재간둥이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동휘는 진지하고 진중한 배우였다.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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