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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실패했지만 성공의 씨앗 뿌린 라비타

입력
2017.03.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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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타는 세단의 안락함과 미니밴의 편의성, 공간활용성을 접목한 다목적차량(MPV)이었다. 현대자동차 제공
라비타는 세단의 안락함과 미니밴의 편의성, 공간활용성을 접목한 다목적차량(MPV)이었다. 현대자동차 제공

한국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아쉬운 차 한 대를 꼽으라면 라비타를 선택하겠다. 현대차가 처음 시도한 유럽 스타일의 다목적차량(MPV)이었지만, 아쉽게도 후속 모델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시장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앞선 차였다.

라비타는 길이 4m를 겨우 넘는 크기지만 높이가 1.6m를 넘어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가졌다. 당시 유럽에서는 르노메간 세닉으로 대표되는 소형 미니밴 스타일의 자동차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기아 카렌스나 대우 레조 등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모두 작은 크기에 넓은 공간을 자랑하는 차들이다.

라비타는 1.5(100마력)와 1.8(123마력) 가솔린 엔진에 4단 자동변속기(혹은 5단 수동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했다. 트랙션컨트롤시스템(TCS)과 디파워드 에어백에 충돌시 연료를 차단하는 시스템도 있어 안전에 대해서도 한 발 앞섰다. 시판 당시 판매가격은 840만원부터 1,160만원대.

라비타는 스타일이 워낙 독특해 주목을 끌었다. 세단도, 해치백, 스포츠유틸리티(SUV)도 아닌 모습은 많은 차들이 달리는 도로에서도 유별나 보였다. 현대차는 도시형 다목적 승용차, 소형 MPV로 소개했다. 작은 크기에 넓은 실내 공간이 키 포인트였다.

라비타의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인회사였던 피닌파리나에서 담당했다. 현대차도 차체 측면에 피닌파니라 뱃지를 붙여 이를 강조했다. 라비타는 현대차 유럽 연구소에서 개발한 컨셉트카 ‘유로1’을 바탕으로 만든 유럽지향의 자동차였다. 독특한 스타일에 더해 당시 국산차들에 비해 조금 더 딱딱한 서스펜션이 이를 말한다. 당시로선 조금 낯선 모양에 익숙해지기 힘든 하체였던 셈이다.

2001년 4월, 울산에서 신차발표회를 마치고, 라비타를 시승하며 서울로 돌아왔다. 벚꽃이 화사한 경주를 거쳐 귀경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개인적으로 단단한 서스펜션이 마음에 들었다. 연비는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잘 만든 자동차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고객들은 라비타를 외면했다. 한 달에 6대만 팔릴 때도 있었다. 처절한 실패였다. 차 자체는 실용적이었으나, 경제적이지는 않았다. 경쟁모델인 카렌스나 레조는 좁은 공간에 7개의 시트를 집어넣어 승합차로 판매했다. 덕분에 LPG 엔진을 사용할 수 있었고 자동차 세금도 승용차에 비해 저렴했다. 라비타는 가솔린 엔진에 5인승 승용차로 제작됐다. 연료비와 자동차 세금에서 불리했던 것. 현대차의 전략 실패였던 셈이다.

라비타의 실패는 좋은 제품이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님을 말해주는 좋은 사례이다. 다행히 라비타는 해외 판매가 좋았다. 유럽과 호주 등지에서 꾸준히 팔리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해외 시장에서는 매트릭스, 혹은 ‘엘란트라 라비타’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라비타는 실패했지만 현대차는 이를 경험삼아 유럽 전용 모델인 i와 ix 시리즈를 개발했고 유럽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금쯤 이 차를 다시 만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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