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광화문이 궁금해?] 흔들리는 싱가포르 테이블, 벨 소리 없는 남북 핫라인

알림

[광화문이 궁금해?] 흔들리는 싱가포르 테이블, 벨 소리 없는 남북 핫라인

입력
2018.05.19 11:00
11면
0 0

北, 美 전략자산 전개에 반발

‘베테랑’ 김계관 등판 볼턴 공격

몸값 높이려는 고전적인 전술

‘개점휴업’ 서울-평양 핫라인

한미 정상회담 전에는 울릴 듯

언론인 최대 1만명 집결 예상

싱가포르는 흥분 속 우려도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순항하던 한반도 정세가 갑작스런 벽에 부딪쳤다. 북한 측이 돌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향해 강력한 반발 메시지를 던지며 특유의 벼랑 끝 외교를 개시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3주 정도 앞둔 중대한 시점에 마지막 기싸움이 불붙은 모습이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등장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북핵 해결방식에 정면으로 몽니를 부리며 등장했고, 이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남한과 다시 마주 않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그러나 아직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개점휴업 상태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북미, 남북 이슈를 놓고 정상회담 취재팀, 싱가포르와 인접한 본보 호찌민 특파원이 카톡방에 모였다.

지난 11일 싱가포르의 신문 가판대에 북미 정상회담 싱가포르 개최 소식을 1면에 게재한 ‘더 스트레이츠타임스’신문이 놓여있다. 싱가포르=AP 연합뉴스
지난 11일 싱가포르의 신문 가판대에 북미 정상회담 싱가포르 개최 소식을 1면에 게재한 ‘더 스트레이츠타임스’신문이 놓여있다. 싱가포르=AP 연합뉴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김계관의 몽니는 어깃장의 끝인가, 아니면 북미 정상회담 전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앞으로도 공세수위를 더 높일까요.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본격 협상을 앞둔 몸값 끌어올리기로 보입니다. 이미 판문점 정상회담 땐 대규모 한미연합훈련도 “이해한다”고 했던 북한이 그보다 규모가 작은 방어훈련에 꼬투리를 잡은 건 앞뒤가 맞지 않아요. 일단 고전적인 협상수법으로 보입니다.

평생 낮술(낮술)= 북한이 김계관을 등판시킨 의도는 의미심장하죠. 미국이 거부하는 ‘살라미’ 전술과 북핵 해결의 ‘단계적ㆍ동시적 조치’를 주장한 인물로 미국이 꺼려하는 베테랑 협상가입니다.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아 지금은 2선으로 빠져 있다는 게 정설이었는데요. 이번 담화가 그의 이름을 빌린 것은 언제든 미국에 대한 포문을 열 수 있다는 위협용 카드지요.

삼각지 미식가(미식가)=북한의 한 수 한 수가 참으로 절묘합니다. 존 볼턴이 리비아식 해법에 이어 생화학무기 폐기, 핵무기 반출 필요성 등을 제기하며 압박하자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가 먼저 판 깰 수도 있다”며 맞불을 놓은 형국입니다. 미국 내 대북강경파들에게 훈수를 두는 연출이죠.

마음은 콩밭에=협상력 제고를 위한 기싸움 측면도 있겠지만, 김계관까지 내세운 건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경제적 보상 운운하며 자존심 건드리지 말고 체제안정 보장안부터 일단 갖고 오라는 거죠.

올해도 가을야구(가야)=일단 간을 봤지만 더 센 발언들이 나올 수 있어요. 급이 더 높은 리수용 외무상이나, 아예 기관인 외무성을 앞세워 담화를 낼 수도 있죠. 김정은으로선 목숨 걸고 비핵화에 동의한 셈인데, 바다 건너 미국에서 온갖 강경발언들로 흔들어대니 죽을 맛이었을 겁니다. 뭔가 입장을 내고 반응을 하긴 해야겠는데 말이죠. 회담은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여전히 변수는 많고, 럭비공 같은 북한이 또 어떤 괴팍한 수를 낼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불나방=미국이 대북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하나요. 현존 최강 전투기 F-22를 한반도에 전개했을 땐 잠잠하던 북한이 왜 B-52 훈련 참가 언급에는 거칠게 반발했을까요.

한미 공중전투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지난 2일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 비행을 마치고 착륙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한미 공중전투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지난 2일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 비행을 마치고 착륙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미식가=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까지 용인한 건 아니다는 메시지로 보입니다.

가야=한미 공군의 정례적 훈련에 거칠게 반응한 것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뻔한 수입니다. 사실 최근 F-22 랩터가 한반도에 왔을 때 신속하게 반응을 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보여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한미군을 용인하고, 한미군사훈련에도 시비를 걸지 않기로 했다지만, 언제든 북의 숨통을 끊을 수도 있는 전략자산이 속속 한반도로 집결하는 상황에서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지요. 2차 대전 이후 한반도에 가장 많은 무기체계가 모인 형국이든요.

불나방=남북 고위급 회담이 무기한 연기됐는데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나요. 여전히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건가요.

탐구생활=여권에선 일제히 평화로 가는 길이 순탄할 수만은 없다며 일희일비 하지 말 것을 정부에 주문했어요.

낮술=청와대는 북한의 돌변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요. 다만 북한이 협상테이블을 걷어차는 극단적 상황까지는 치닫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불나방=한반도 운전자론은 어떻게 된 건가요. 남북정상 핫라인은 왜 불통이지요.

가야=3월 정의용 특사가 방북해 6개항의 합의문을 끌어냈을 당시, 정상 간 핫라인은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가동토록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가게 문은 열었는데 개점 행사만 화려하게 했지 아직 어떤 물건이 잘 팔리는지, 뭐가 맛있는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상황입니다. 도보다리 산책의 훈훈한 장면이 뇌리에 선명한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왜 통화를 하지 않는지 이상할 따름입니다. 이와 달리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두 번이나 평양으로 달려가고 우리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분단 후 처음으로 정상 간 직통 핫라인을 깔았는데, 이제는 서로 안부라도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낮술=핫라인 설치 때 청와대는 “옆집에서 전화하는 느낌”이라고 했죠. 중재역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한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22일 한미 정상회담 전 전화벨이 울릴 것이란 게 중론입니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이 지난 4월 20일 청와대에 설치돼 송인배 청와대1부속실장이 북한 국무위 담당자와 시험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이 지난 4월 20일 청와대에 설치돼 송인배 청와대1부속실장이 북한 국무위 담당자와 시험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불나방=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대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까요.

가야=불길한 전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 김정은이 과연 6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경호 사각지대에 최고존엄이 방치되는 상황이니까요. 더구나 김정은이 하루 꼬박 평양을 비워야 하는 것도 부담일 겁니다. 물론 모든 정상회담은 성공한 회담입니다. 사전에 치밀하게 조율한 결과기 때문이죠. 하지만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지도자들입니다. 준비과정에서 수가 틀어지면, 상대방의 기세를 꺾기 위해 나 몰라라 뒤로 눕고 버틸 수도 있죠.

불나방=싱가포르는 대목을 앞두고 있는데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호찌민 쌀국수(쌀국수)=한국을 잘 아는 한 사업가는 평창올림픽 유치 당시 한국보다 더 뜨겁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공무원과 미디어업계는 북미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와 배경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했죠. 하지만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도 있는데, 강화되는 검문검색, 극심한 교통정체 때문이죠. 북한과 미국이 만나는데 왜 싱가포르에서 만나냐는 겁니다.

외신을 통해 후보지로 꼽히고 있는 호텔 중 하나인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싱가포르=연합뉴스
외신을 통해 후보지로 꼽히고 있는 호텔 중 하나인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싱가포르=연합뉴스

불나방=미국 언론인만 1,000명이 오고 동남아 소식에 강한 일본 언론인도 쏟아져올 것으로 보이는데.

쌀국수=남북 정상회담 때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럼 6,000명입니다. 최대 1만명까지 보는 이도 있습니다. 북미 관계에 따라 이해가 갈릴 중국, 일본 언론은 물론 비핵화에 관심이 높은 유럽 언론,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동남아 각국 언론들이 수많은 기자들을 파견할 겁니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자국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고 프레스센터는 번화가에 자리잡은 선텍시티나 마리나베이샌즈의 컨벤션센터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