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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회사도 집도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일한다

입력
2018.02.11 14:0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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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택근무 원격근무로 진화

전철역 근처 빌딩, 노래방 활용

공중전화 박스형 사무실도 등장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간나이역 근처의 ‘공부카페’ 사무실 풍경. 도큐전철 홈페이지 캡처.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간나이역 근처의 ‘공부카페’ 사무실 풍경. 도큐전철 홈페이지 캡처.

일본에서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재택근무를 비롯해 다양한 근무형태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텔레워크’(원격근무)가 대표적이다. 편리한 근무환경을 유도해 인력부족을 해소하려는 방편이자, 여성 인력활용 및 저출산 극복까지 연결된 문제다. 일본 정부가 ‘일하는 방식 개혁’을 국가적 어젠다로 삼는 건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엔 전철역 주변 빌딩이나 노래방이 직장도 집도 아닌 ‘제3의 근무장소’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일례로 도쿄 인근 요코하마(橫濱)역 근처의 한 빌딩에는 1개층에 60개가 넘는 개인 작업공간과 복사기, 무선 LAN이 정비돼 있다. 도큐(東急)전철이 시작한 ‘NewWork’사업이다. 한 달에 5,000엔을 기본으로 8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재택근무도 할 수 있지만 집에 있다 보면 아이를 상대하거나 가사일에 손이 가는 점을 꺼리는 직장인들이 대상이다. 역 근처라면 도심의 회사까지 안가고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주 1회 꼴로 찾는 회사원들이 많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도큐전철은 최근 지옥 같은 통근 전철 완화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도큐덴엔토시센(田園都市線ㆍ이케지리오하시~시부야)의 러시아워 혼잡율이 184%, 도요코센(東橫線ㆍ유텐지~나카메구로)이 170%에 이르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좌석 없이 아예 서서 가는 객차도 있다. 도큐전철측은 2020년까지 협력업체와 제휴해 역주변 임시사무실을 200개로 늘릴 방침이다. 총무성 조사결과 종업원 100명 이상인 일본 기업의 텔레워크 도입율은 13.3%(2016년)이다.

새로운 시도는 영국 런던 사례 때문이다. 2012년 영국 런던이 올림픽을 치르면서 당시 시내 80% 기업에 이를 도입해 교통혼잡을 완화시켰다. 도쿄도 2년 뒤 도쿄올림픽 교통관리 차원에서 비슷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이 때문에 2020년까지 텔레워크 도입율을 30%까지 높일 예정이다.

이런 방침엔 노래방 업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가라오케 빅에코’는 방이 비어있는 낮 시간을 사무실 공간으로 활용하는 틈새사업을 벌이고 있다. 1시간에 600엔을 내고 무선LAN과 전원 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 수도권과 삿포로, 센다이 등에서 30점포 이상 확산되는 상황이다. 사전예약이 필요 없어 영업사원들이 돌발업무를 처리하러 노래방에 들어간다.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어 카페나 커피숍과 차별화된다는 설명이다.

작은 것에 강점인 일본인 특유의 발상도 등장했다. 화상회의 시스템업체인 ‘브이큐브’는 1명분의 의자와 책상, 전원장치를 갖춘 공중전화 박스형 미니사무실을 개발했다. 방음이 되고 컴퓨터가 설치된 ‘텔레큐브(모델명)’를 공공시설이나 전철역에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급한 업무가 생기면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것처럼 들어가면 된다. 집도, 직장도 아닌 ‘제3의 장소’는 과거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들 몫이었지만 이젠 일반회사 직원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일하는 풍경이 늘어날 전망이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가라오케 업체 빅에코의 노래방룸 사무실 이용서비스 광고 화면. 빅에코 홈페이지 캡처
가라오케 업체 빅에코의 노래방룸 사무실 이용서비스 광고 화면. 빅에코 홈페이지 캡처
공중전화박스형 미니사무실 ‘텔레큐브’의 모습. 화상회의 시스템개발업체 브이큐브 홈페이지 캡처
공중전화박스형 미니사무실 ‘텔레큐브’의 모습. 화상회의 시스템개발업체 브이큐브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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