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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칼날들

입력
2016.10.0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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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한 곳에서 오지 않는다. 만약 한 곳에서 오는 것이라면 그 길목만 막아서면 될 일이라지만 대개 고통은 숱한 방향에서 사람을 날카롭게 찔러대기 마련이다. 한 손으로 막고 또 다른 한 손으로 막고 등을 구부려 말랑한 가슴을 보호하려 해도 어디선가 날아온 칼날이 이내 가슴을 찌르니까 말이다. 해서 사람은 순식간에 나달나달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며칠 전 어느 가족은 아버지를 잃었다.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누웠다가 이제 고운 곳으로 가셨다고 믿고 싶지만 그것으로 그들의 고통이 끝나지 않는다. 왜 경찰은 내 아버지를 향해 물대포를 쏘았는가 하는 분노도 칼날이고 왜 언론과 국민들은 그 긴 시간 무감했나 하는 서러움도 칼날이다. 아버지의 시신을 제멋대로 부검하려 하던 무례한 검찰도 칼날이고 곧이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 잊고 말 사람들도 칼날이 될 텐데, 이제는 아버지의 죽음이 적극적인 치료를 거절한 가족들 탓이라는 억울한 칼날까지 날아왔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집회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다지만 아버지가 나간 집회는 희한하게도 불법집회가 되었고,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에는 심장정지, 호흡부전 등이 절대로 사망원인이 될 수 없다지만 아버지의 사망 원인은 희한하게도 심폐정지가 되었다. 백남기씨의 가족들은 이 희한하고 숱한 칼날들을 어찌 다 피할까. 뉴스를 보던 친구가 중얼거렸다. “사망 원인이 심폐정지라니. 귀 생기고 처음 듣는 소리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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