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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방문판매 막는 ‘14일 내 환불’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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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방문판매 막는 ‘14일 내 환불’ 규정

입력
2018.03.20 03: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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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시장가치 변동 특성상

청약 철회기간 손실 가능성

금융사들 상품 판매 꺼려

‘방문판매업’ 등록 한 곳도 없어

계좌 개설 등 단순 ‘파출 업무’만

국회선 ‘예외 방안’ 5년째 논의중

증권사와 은행 직원들이 고객을 찾아가 상품 상담을 해 주고 계좌도 개설하는 ‘아웃도어세일즈(ODS)’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유독 펀드 방문 판매는 현실과는 동 떨어진 규정으로 ‘반쪽 영업’에 그치고 있다. 금융투자상품 방문판매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는 계약 후 14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이 기간 손실을 볼 수 있는 금융회사들이 상품 판매를 주저하고 있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방문판매업자로 등록한 증권사와 은행은 단 한곳도 없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금융회사 직원들의 방문 상담을 받을 수는 있어도 이를 통해 펀드나 채권을 살 수는 없다. 은행이나 증권사가 금융투자상품 방문판매에 소극적인 이유는 방문판매법의 ‘청약 철회 규정’ 때문이다.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전화권유판매나 방문판매를 통해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14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이나 투자위험성에 대한 안내 없이 판매되는 것을 방지하고 소비자들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지만 펀드나 채권 등 매일 시장 가치가 변하는 금융투자상품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현장 목소리다. 투자자가 가입 후 14일 이내에 손실이 발생했을 때 청약을 철회하면 그 손실을 고스란히 판매사(증권사, 은행)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방문 판매로 펀드에 가입한 뒤 주식이 하락하면 14일 안엔 청약을 철회할 수 있고 이 경우 판매사는 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선 외부에서 투자 상담이나 상품 판매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상태지만 실제로는 계좌 개설 같은 간단한 ‘파출업무’만 수행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와 은행의 프라이빗 뱅킹(PB) 조직에서도 고액 자산가를 위한 방문 상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상품 가입을 위해서는 고객이 다시 지점에 방문해야 한다. 시중은행도 ‘태블릿 브랜치’ 등 이동식 점포를 확대하고 있지만 통장 개설, 체크카드 발급 등에 머물고 있다. 반면 보험상품은 방문판매법에서 예외로 두고 있어 펀드와 유사한 구조의 변액보험이라도 방문판매에 제약이 전혀 없다.

투자자 스스로는 펀드슈퍼마켓이나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해 어느 장소에서든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충분한 상품 설명을 한 뒤에 펀드에 가입한다면 개인 투자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스스로 펀드를 찾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상품을 방문판매법의 예외로 두는 방안은 국회에서 5년째 논의중이다. 19대 국회에서 한 차례 법안 통과가 무산됐고 20대 국회 들어 두 개의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계약권유 이후 3영업일간의 숙려기간 부여(박용진 의원안), 금융투자업자의 거래과정 녹취 의무(이종걸 의원안)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법안이 제출된 지 1년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도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는 “보험은 방문판매법의 예외로 규정돼 어디에서든 계약을 할 수 있는 만큼 펀드도 고객이 편한 장소에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 같은 보호 테두리 안에서 금융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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