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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에 통렬한 한 방... 더 강렬한 야성으로 돌아온 자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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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에 통렬한 한 방... 더 강렬한 야성으로 돌아온 자우림

입력
2018.06.22 04:40
수정
2018.06.22 10:00
23면
0 0
22일 5년 만에 10집 ‘자우림’ 내놔 “닥치는대로 날리는 발짓” 가사로 갑질 파문에 통렬한 한방 날리기도
지난해 활동 20년을 꽉 채운 록밴드 자우림의 멤버인 김진만(왼쪽부터)과 김윤아, 이선규는 “이제 소리를 알아가 부끄럽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활동 20년을 꽉 채운 록밴드 자우림의 멤버인 김진만(왼쪽부터)과 김윤아, 이선규는 “이제 소리를 알아가 부끄럽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 록밴드 자우림(紫雨林)은 특이한 이름처럼 국내 대중 음악사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1997년 여성 음악인 김윤아를 앞세워 세상에 나온 밴드는 지난해, 만 스무 살이 됐다. 해체와 멤버 교체 없이 20년 넘게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혼성 록밴드는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남성이 주류를 이뤘던 록 음악 시장에서 여성이 창작의 중심에 서 팀을 이끈 사례도 드물지만, 주주클럽처럼 대중적 사랑을 받았던 혼성 록밴드도 10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윤아는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계속 활동하는 여성 음악인이 특히 대중 음악 쪽에선 그리 많지 않잖아요. 사회적으로도 그렇죠. 여성과 남성은 연봉에서 차이가 나고 그러다 가정이 생기면 적게 버는 사람, 즉 여성이 일을 포기하니까요.”

포효와 아련함의 공존 ‘자우림’

현실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자우림이 22일 10집 ‘자우림’을 낸다. 2013년 9집 ‘굿바이, 그리프’를 낸 뒤 5년 만의 새 앨범 발매다. 신작엔 자우림 특유의 야성과 아련함이 공존한다. ‘아는 아이’에서 흥겨운 록 사운드를 선보인 자우림은 또 다른 수록 곡 ‘있지’에서 깨질 듯 아린 서정으로 반전을 준다.

‘광견시대’는 자우림판 사회비판의 결정타다. 김윤아는 곡에서 “닥치는 대로 날리는 손찌검” “닥치는 대로 날리는 발짓”이라고 포효한다. ‘갑질 파문’으로 연일 눈살을 찌푸리게 한 재벌가를 향한 일갈이다. “뉴스가 영감의 원천”이라는 김윤아가 노랫말을 썼다. 베이시스트인 김진만은 “분노로 가득 찬 세상이지만 사회적 강자들이 약자에 터트리는 분노는 느낌이 다르다”며 곡을 만든 계기를 우회적으로 들려줬다. 김윤아는 새 앨범 타이틀곡인 ‘영원히 영원히’에서 여린 목소리로 존재의 영원을 간절히 꿈꾼다. 그는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들이 주위에 많아” 안타까운 마음에 곡을 쓰게 됐다고 했다.

“전직할 생각”도… 자우림의 역경

자우림은 새 앨범 제목에 밴드의 이름을 오롯이 실었다. 활동 20년을 넘어 이 이름을 싣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4인조였던 자우림은 지난해 6월부터 3인조로 활동하고 있다. 드러머인 구태훈이 개인 사업을 이유로 팀 활동을 중단해서다. 2001년엔 벼랑 끝에 서기도 했다. 8집 ‘음모론’ 발매 직전 김윤아가 안면근육마비로 병원 신세를 져 자우림은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기타리스트인 이선규는 “그때가 자우림 마지막 앨범인 줄 알았다”고 했다. 김윤아가 “전직을 생각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무너진 시기였다. 김윤아는 2016년까지도 늪에 빠져 있었다. 김윤아는 “솔로 앨범 ‘타인의 고통’을 만들 때 오랫동안 날 짓눌러 왔던 자기비하가 극에 달했었다”며 “이번 자우림 앨범을 동료들과 준비하면서 신기하게도 그 우울감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때 ‘헤이헤이헤이’로 청순함을 뽐냈던 김윤아는 이선규와 김진만을 아직도 “형님”이라 부르며 격의 없이 지낸다.

‘일탈’ ‘매직 카펫 라이드’ ‘하하하쏭’ 등 여러 히트곡을 낸 자우림은 이번 앨범이 “100년 뒤 우리를 대표할 앨범”이라고 자신했다. 야심 찬 신작을 들고 온 자우림은 다음 달 7~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 ‘자우림, 청춘예찬’을 연다. 김윤아는 “요즘 앨범을 내지 않는 분도 있지만 2~3곡만 싱글로 내면 ‘나머지 얘기는 어디다 써야 하지’란 걱정이 들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20년 동안 시들지 않은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의 생명력은 마르지 않을 듯 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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